모기 한 마리가 물 위에 앉아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어요. 그러고 나서 모기는 포르르 날아갔어요. 모기가 있던 물 위에는 조그만 물건이 하나 남았어요. 모기는 물 위에서 무엇을 한 것일까요?  모기가 남긴 물건이 무엇인지 보면 알 수 있지요. 바로 모기가 물 위에 앉아서 알을 낳은 것이랍니다. 얼마 되지 않아서 모기의 알은 여러 마리의 장구벌레로 변했어요. 장구벌레는 모기의 애벌레거든요. 장구벌레들은 물 속에서 이리저리 흔들거리며 떠다녔요.

 "하하!"

아기잉어 한 마리가 헤엄쳐 오면서 기분 좋게 웃었어요. 아기잉어는 신이 나서 이렇게 말했어요.

  "오늘은 배가 터지게 먹어 보겠는걸."

아기잉어는 큰 입을 더 크게 좍 벌리고는 장구벌레들을 이리 쫓고 저리 쫓으면서 차례차례 잡아먹었어요.장구벌레들 가운데 영리한 놈이 한 마리 있었어요. 이 영리한 장구벌레는 아기잉어를 피해서 슬그머니 개구리밥 아래로 숨어들어갔어요. 아기잉어는 몸을 돌려 어디론가 헤엄쳐 가기 시작했어요. 장구벌레는 이제 살았구나 하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어요. 그러나 이게 웬일입니까? 아기잉어가 느닷없이 다시 몸을 돌려 이 쪽으로 오는 게 아니겠어요? 아기잉어는 장구벌레가 숨어 있는 곳까지 와서 버럭 고함을 질렀어요.

 "네 이놈,  어딜 달아나려는 게냐!"

 "아닙니다요,  나리.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장구벌레는 머리를 조아렸어요.

 "저는 여기서 나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라고요.   기다린지가 벌써 꽤 오래 됐습죠!"

 "그래,  좋다.   지금 곧 네놈을 먹어 치우겠다!"

아기잉어가 말했어요.

 "드시와요.   아무렴,  드셔야지요."

장구벌레는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아양을 떨었어요.

 "하지만 이건 생각해 보셔야죠.  저는 몸이 요렇게 작으니 나리가 드신다 한들 간에 기별이나 가겠어요!  며칠더 기다리시면 저도 왕새우만큼은 클 거랍니다. 그 때 다시 오셔서 저를 드시는 게 훨씬 나을 거구먼요."

아기잉어가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었어요. 아기잉어는 더 생각해 보지도 않고 말했어요.

 "좋다. 며칠 기다린 후에 다시 와서 너를 먹겠다.   그런데 그 사이에 네놈이 도망이라도 치면 어떻게 하느냐?"

장구벌레는 눈웃음을 치며 아기잉어에게 다가갔어요.

 "걱정 마세요,  나리. 제 몸에는 긴 날개가 없어서 죽었다 깨도 도망칠 수가 없으니까요."

장구벌레의 말을 들은 아기잉어는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유유히 어디론가 헤엄쳐 갔어요. 얼마 되지 않아서 장구벌레는 연못가의 나뭇잎 아래로 숨어들어가 거기서 번데기가 되었어요. 그러고 나서 다시 며칠이 지났어요.   아기잉어는 문득 장구벌레 생각이 났어요.

  '그 녀석,  지금쯤이면 정말 왕새우만큼 컸을까?'

아기잉어는 헤엄쳐 가서 개구리밥 아래를 살펴보았어요.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장구벌레가 어디로 갔는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 때 마침 아기청개구리가 개구리밥 위에 앉아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아기잉어를 보자 아기청개구리는 머뭇거리지 않고 물었어요.

  "누구를 찾고 있니?"

아기잉어는 장구벌레하고 있었던 일을 아기 청개구리에게 자세히 말해 주었어요.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아기청개구리는 웃으면서 아기잉어에게 핀잔을 주었어요.

 "아기잉어야,  너 정말 어리석은 아이구나. 넌 장구벌레의 꾀에 넘어간 거야."

아기잉어는 버럭 화를 냈어요.

  "너야말로 어리석구나. 장구벌레는 날개가 없기 때문에 절대로 도망칠 수 없단 말야!"

바로 그 때였어요. 연못가 나뭇잎 아래 들어가 있던 번데기 속에서 모기 한 마리가 껍질을 뚫고 나왔어요. 모기는 물 위를 기어서 아기잉어 앞으로 다가갔어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아기잉어에게 모기는 의기양양하게 말했어요.

 "아기잉어야,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니?"

아기잉어는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가로저었어요.

 "모르겠는걸."

모기는 날개를 폈어요.  "애앵."  하는 소리와 함께 모기는 아기잉어의 머리 위로 날아올랐어요. 아기잉어를 놀리면서 모기가 말했어요.

 "장구벌레가 변해서 내가 된 거란다.   이젠 날개가 있으니까 네 녀석이 잡아먹고 싶어도 어림없지. 이제 네가 얼마나 멍텅구리인지 알겠니?  자,  난 간다!"

모기가 포르르 날아갔어요. 아기잉어는 얼이 빠진 표정으로 모기의 뒷모습만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아기잉어는 그제야 자기가 속임수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똑똑히 깨닫게 된 것이에요. 모기는 숲 속으로 날아갔어요. 여기서 우선 쉬면서 다음 활동의 준비를 하려는 것이지요. 모기의 다음 활동이란 것이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우리들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일이랍니다. 그런데 날개 달린 모기라고 항상 안전하란 법은 없지요. 숲 속에는 아기청개구리가 조용히 쭈그리고 앉아 있었어요. 아기청개구리는 모기처럼 사람에게 해로운 벌레들을 잡아먹는 데는 귀신이에요. 지금도 아기청개구리는 큰 눈을 부릅뜬 채 그러한 벌레들이 날아오기만 기다리고 있는 거랍니다. 아기잉어를 골탕먹인 모기가 때마침 숲 속을 날고 있었어요. 모기는 풀에 앉아 잠시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기청개구리는 모기가 가까이 오자마자 "휙."  하는 소리와 함께 긴 혀를 내뻗었어요. 꾀돌이 모기는 순식간에 청개구리의 입 안으로 말려들어가 짧은 일생을 마쳤답니다.

출처: 다음 카페<동화 마을>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