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개와 토끼가 달리기 시합을 하기로 했어요. 

동물들의 달리기 시합인만큼 경주 코스는 운동장이 아닌 산비탈입니다.

마침 경사가 급하고 길이가 길어 달리기 시합을 하기에 알맞은 산비탈이 하나 있었어요.

그런데 사냥개와 토끼는 아직 경주 방식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대요.

달려 올라가는 시합을 할까,  아니면 달려내려가는 시합을 할까?

토끼가 먼저 말했어요.

"달려올라가든 달려내려가든 내겐 똑같으니까 너 편한대로 하렴.  

난 어느 쪽이든 자신 있다고."

사냥개는 마음 속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비탈길을 오르는 것이 내려가는 것보다 힘이 더 들 텐데 어떻게 같을 수가 있겠어.

체력으로 따지자면 내가 토끼보다 훨씬 낫지. 그렇다면 달려올라가는 것으로

하는 편이 내게 유리하지 않을까?'

그러나 사냥개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그러자 거북이 생각이 떠올랐어요. 거북이와 토끼의 달리기 시합에서 거북이가

토끼를 이겼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  거북이를 찾아가서 어떤 비결이 있는지 물어 봐야지.'

자기를 찾아온 사냥개를 보며 거북이가 말했어요.

"무슨 특별한 비결이 있겠어. 그 때 난 뒤처져 엉금엉금 기어갔지만 그래도

있는 힘껏 발걸음을 떼어 놓았을 뿐이야. 헌데 그 교만한 토끼가 앞서가다가는

글쎄 길바닥에 누워 낮잠을 자 버린 거야. 내가 도저히 자기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 거지. 토끼가 한숨 달게 자고 깨어났을 때는 난 이미 결승점에 도착한 뒤였거든."

사냥개가 말했어요.

"이번에는 토끼가 결코 낮잠을 자는 일은 없을 거야. 난 죽자꾸나하고 달려서

이기는 수밖에 없어."  

거북이가 말했어요. "달리기 시합은 물론 체력이 필요한 운동이지만 그래도 힘만

가지곤 안 돼. 자기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할 줄 알아야 이길 수 있다고."

사냥개가 물었어요. "토끼와 경주할 때 달려올라가는 쪽이 유리할까,  아니면

달려내려가는 쪽이 유리할까?" 거북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어요.

"경주 방식을 네가 고를 수 있다면 넌 달려내려가기 시합을 하는 게 좋을 거야."

사냥개가 물었어요. "달려내려가기를 겨루라고?   왜?"

거북이는 그저 '허허' 웃으며 말했어요.

"먼저 알려고 하지 마. 경주를 해 보면 자연히 알게 될테니까."

사냥개는 생각했어요. '거북이가 말한 거니까 틀림없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거야.

일단 거북이의 생각에 따라 보자.'

달려내려가기를 겨루자는 사냥개의 제안에 토끼는 별 생각 없이 그러자고 응낙했어요.

경주가 막 시작되려 하고 있어요. 심판을 맡은 친구는 원숭이예요.

"준비-,  땅!"   '땅'  하는 소리와 함께 사냥개와 토끼는 날듯이 달려내려 갑니다.

사냥개가 앞서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저런,  토끼를 좀 보세요!

토끼는 이상하게도 달리다가는 넘어지고 또 힘껏 달리려다가는 곤두박질 치고.....

토끼가 간신히 결승점에 도착해서 보니 사냥개가 벌써 와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어요. 토끼의 얼굴은 온통 흙투성이에다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어요.

아이고,  또 졌구나! 시끌벅적하게 경주를 구경하던 친구들은 대부분 토끼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사냥개가 일등으로 달려들어오자 모두들 깜짝 놀랐어요.

깜짝 놀란 것은 친구들만이 아니예요. 사냥개도 토끼가 왜 졌는지 궁금할 뿐이었어요.

더구나 누가 이길 것인지를 거북이는 어떻게 미리 알아맞힐 수 있었을까도 아주 궁금했어요.

사냥개는 다시 거북이를 찾아갔어요.  

거북이가 말했어요. "토끼가 진 데는 다 이유가 있어. 너도 보면 알겠지만,  토끼의 앞다리는

짧은데 뒷다리는 길거든. 그래서 달려 올라갈 때는 적은 힘으로도 가볍게 뛰어간단다.

아마 달려올라가는 것이라면 너보다 더 빠를 거야. 하지만 달려 내려갈 때는 사정이 전혀 다르지.

토끼는 앞다리가 짧아서 뒷다리로 힘껏 땅을 박차면 앞다리는 그 힘을 견디지 못하거든.

더구나 산비탈의 경사가 아주 심했으니 곤두박질 칠 수밖에."

사냥개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경기 전에 보니까 토끼는 자기의 약점을 전혀 모르는것 같았어. 그런데 넌 나의 장점과

토끼의 단점을 꿰뚫어보고 있었으니 정말 대단해. 내가 경주에 이긴 것은 순전히 너의

지혜 때문이야. 정말 고마워."

출처: 다음카페<동화 마을>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