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울릉도에 사는 물개 한 마리가 먹이를 찾아 금강산까지 왔습니다.

물개는 금강산에 오자마자 이 골짜기 저 골짜기를 두루 다니면서 도토리나 밤이나

잣을 주워 까먹으면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면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물개가 한 골짜기로 가보니 뜻밖에도 큰 호랑이

한 마리가 도랑에서 가재를 잡아 새끼들에게 먹이고 있었습니다.

그 호랑이는 어떻게나 큰지 머리통이 큰 바위덩어리만하고, 눈알도 큰 쟁반만하여

시퍼런 불꽃이 이는 듯했습니다.

'이크,  큰일났구나. 여기서 도만갈 수도 없고, 이제는 영락 없이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게 되었구나. 하지만 사람들 말에,호랑이에게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하지않았나.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물개는 호랑이를 물리칠 궁리를 해 보았습니다. 이리저리 궁리하던 물개는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참으로 그럴싸한 생각이었습니다.

'음,  호랑이는 나를 잘 모를 거야. 그러니 호랑이한테 큰소리를 쳐서 내가 저보다

더 무서운 것으로 알게 해야지.'

이렇게 생각한 물개는 도망가는 대신 엉기적엉기적 호랑이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호랑이는 듣거라. 나는 저 백두산에 사는 산신령이다. 금강산 호랑이들이 많은

산 짐승들을 함부로 잡아먹는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 내가 이 금강산에 있는

호랑이들을 잡아먹으려고 왔다. 자. 너희들은 이제 내 밥이 되어야 한다.

내 말 알아 들었느냐?"

생전 처음 보는 신기하게 생긴 백두산 산신령의 호령을 들은 호랑이는 간이 등에

가서 붙었습니다. 어물어물하고 있다가는 영락 없이 백두산 산신령에게 잡아 먹힐

것만 같았습니다. 호랑이는 새끼들을 데리고, '다리야 날 살려라' 하고 도망을 쳤습니다.

물개는 금강산 호랑이가 새끼들을 데리고 도망치는 꼴을 보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떨리던 가슴을 가라앉힐 겸 시원하고 맑은 금강산 골짜기 물에 몸을 담그고

'허허'  웃었습니다.

한편 새끼들을 데리고 헐레벌떡 도망치던 호랑이를 우연히 토끼가 보았습니다.

"호랑이 아저씨,  호랑이 아저씨.   왜 이렇게 헐떡거리며 도망을 칩니까요?

무슨 놀랄 일이라도 있었어요?"

"토끼냐,놀랄 일이 뭐냐? 놀라도 이만저만 놀랄 일이 아니다. 나보다도 무서운

산신령님이 나타났단 말야."

"산신령이요?"

"그래, 금강산 호랑이가 짐승들을 함부로 잡아먹는다고 소문이 났대. 그래서 우리

호랑이를 다 잡아먹으려고 백두산 산신령이 왔대."

"애걔걔,  호랑이 아저씨가 모든 짐승들 왕이잖아요. 겁낼 것 없어요."

"넌 모르는 소리야. 백두산 산신령이 아주 끔찍하게 생겼어."

"아마 산신령이 아니라 다른 짐승일 거예요. 백두산 산신령이 뭣하러 예까지 오겠어요?

우리 다시 그 짐승이 있는 데로 가 봅시다."

"큰일 나. 예까지 겨우 도망쳐 왔는데 그곳엘 또 가자구?  너 조그만 게 간은 되게 크구나."

"그렇게 겁이 나면 호랑이 아저씨 꼬리와 제 꼬리를 서로 묶고 가 봐요. 그러면 도망 칠

때도 같이 도망칠 수 있고, 또 덜 무서울 것 아니에요?"

하도 토끼가 자신 있게 보채자, 호랑이도 그 말을 마다하기가 부끄러웠습니다.

할 수 없이 새끼들을 바위 틈에 숨겨 두고, 토끼와 그 끔찍하게 생긴 백두산 산신령을

보러 갔습니다. 호랑이는 토끼 말대로 제 꼬리를 토끼 꼬리에다 단단히 묶고는

조심조심 골짜기로 내려갔습니다. 시원한 물 속에 누워 있던 물개가 제 꼬리에

호랑이 꼬리를 묶고 내려오는 토끼를 보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어찌된 사정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토끼를 혼내 주지 않으면 큰일이다

싶어 토끼가 다가오자 큰소리로 꾸짖었습니다.

"오냐, 토끼로구나. 내가 예까지 와야 겨우 호랑이 한 마리를 잡아 온단 말이냐.

괘씸하구나. 토끼는 내 말을 잘 듣거라. 네 할아버지가 일찍이 설악산 산신으로

갈 때 호랑이 가죽 서른세 장을 내게 바치기로 했다. 그런데 네 할아버지는 그 때

호랑이 가죽 서른두 장만 바치고 떠났단 말야. 그 뒤로 약속한 한 장을 여태 안 가져와

네 종족을 모두 잡아먹으러 가는 길인데 손자인 네가 그 마지막 한 장을 바치러 오니

기특하기는 하다. 그러나 이미 늦었으니 용서할 수 없다. 이리 와서 냉큼 내 밥이 되거라."

이 엉뚱한 말을 듣자 토끼는 놀라서 오들오들 떨었습니다. 한편 토끼가 놀라서 겁을 내는

것을 보자, 호랑이는 겁이 덜컥 났습니다.

호랑이는 토끼가 자기 조상이 백두산 산신령한테 바치지 못한 호랑이 가죽 한 벌 대신에

자기를 속여서 끌고 간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일이 이렇게 되자 호랑이는 있는 힘을 다하여 도망을 쳤습니다. 호랑이 꼬리에 묶여

끌려가던 토끼는 바위에 부딪혀 입이 찢어지고, 가시나무에 걸려 똥구멍이 세 갈래로

갈라졌습니다. 그나마 꼬리가 뭉툭 끊어져 겨우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이래서 토끼는 그 날부터 꼬리가 잘쏙해지고,  입이 찢어지고, 똥구멍이 세 갈래로

갈라지고,  그 때 아파서 울다가 눈은 빨개졌다고 합니다.

자료제공: 다음카페<동화 마을>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