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옛날 한 할머니가 가난한 살림에 손녀 셋을 키우고 있었어요.
할머니의 정성과 사랑으로 무럭무럭 자라 시집갈 나이가 되었지요.
해순이는 김 대감 댁으로, 달순이는 부잣집으로, 별순이는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갔어요.

“아이고, 아가들이 잘 지내는지 모르겠네, 보고 싶어 못 견디겠어.”

할머니는 병든 몸으로 손녀들을 찾아 나서기로 했어요. 먼저 해순이네 집으로 갔지요.

“할머니, 어서 들어오세요. 추운데 웬일이세요?  따뜻해지면 오시지요.”
“네가 보고 싶어 못 견디겠더라. 그래서 왔지.”

해순이는 하얀 쌀밥에 고기반찬을 대접했어요.

며칠이 지났어요.

“아니, 저 노인네는 왜 안가고 있는 거요?”
“글쎄 말이에요. 내일부터는 꽁보리밥에 무김치나 드려야겠어요.”

이 말을 들은 할머니는 달순이네 집으로 찾아갔지요. 달순이네 머슴이 나오다가 할머니를 보았어요.

“아침부터 재수 없게 거지가 오다니, 저리 꺼져.”
“젊은이, 난 이 집 안 주인 달순이 할미라오.”

그때 비단 옷을 곱게 차려 입은 달순이가 사뿐사뿐 걸어 나왔어요.

“달순아, 달순아, 할미가 왔어.”
“아니 이 꼴이 뭐예요? 꼭 거지같잖아요. 아이 창피해, 빨리 들어오세요.”
“아니다 달순아, 널 봤으니 가야지. 잘 있거라.”

할머니는 주르륵 눈물을 흘렸어요. 하늘은 흐리고 눈보라가 휘몰아쳤지요. 셋 중 가장 착하던 별순이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그래, 별순이네를 가보자.”

할머니는 한참을 걸어서 눈이 쌓인 고개까지 올라갔어요.

“별순아, 할미가 왔다. 할미가 .......”

그러나 지치고 굶주린 할머니는 그만 쓰러지고 말았어요.
별순이는 밤마다 꿈속에서 보이는 할머니 모습에 이상한 생각이 들어 고갯길로 올라가 보았지요.

“아니! 할머니! 우리 할머니가 여기까지 왔다가? 흑흑 .......”

별순이는 언덕 위 양지 바른 곳에 할머니 무덤을 정성껏 만들었어요.

이듬해 봄이 되자 무덤에선 허리를 구부린 이름 모를 꽃이 피었지요. 그 후에 사람들은 이 꽃을 ‘할미꽃’ 이라 불렀답니다.

자료제공: 다음카페<동화마을>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