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산짐승들의 왕인 호랑이가 병이 들었습니다.

병든 호랑이는 꼼짝 못 하고  '끙끙'  앓고 있었습니다.

호랑이 임금님이 앓고 있다는 소문이 펴지자 온갖 산짐승들이 병문안을 왔습니다.

곰,  멧돼지,  노루,  사슴,  늑대,  이리,  토끼,  너구리,  다람쥐,  족제비,  청설모, 

담비,  고슴도치,  남생이까지 모든 산짐승 들이 앞을 다투어 병문안을 왔습니다.

이들은 모두 맛있는 고기나 과일을 가지고 왔습니다.

늑대는 이 모양을 숨어서 하나하나 보고 있었습니다.

며칠 동안을 지켜 보았지만 여우만은 병문안을 오지 않았습니다.

여우와 몹시 사이가 나쁜 늑대는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냈습니다.

이 참에 호랑이에게 고자질을 해서 여우를 아주 없애 버릴 생각을 했습니다.

늑대는 호랑이를 찾아가서 너부죽이 절을 했습니다.

"위대하신 임금님,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이 산에 사는 모든 짐승들은

한결같이 임금님 병환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러하오나 아직까지 얼굴조차

나타내지 않는 짐승이 한 마리 있사옵니다."

"그 짐승이 대체 무슨 짐승인고?   큰 벌을 내리겠노라."

"그 짐승은 바로 여우입니다.   여우는 아직까지 병문안을 오지 않고 있으니 마땅히

죽을 죄를 지은 거나 다름없사옵니다."

호랑이는 몹시 노하여 큰소리로 명령했습니다.

"여우를 당장 잡아서 사형에 처하여라."

그런데 그 때 마침 여우가 호랑이 병문안을 왔다가 굴 옆에 숨어서 늑대가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여우는 분했지만 꾹 참고 목숨을 건질 방법을 궁리했습니다.

호랑이 명령을 받은 늑대가 다른 짐승들을 거느리고 여우를 잡으러 나갔습니다.

늑대가 굴에서 나가기를 기다리던 여우는 아무도 없는 호랑이 굴로 얼른 들어갔습니다.

여우는 코가 땅에 닿도록 절을 했습니다.

호랑이는 여우를 보자 벌떡 일어나 앉았습니다.

그러나 여우는 무서워하기는 커녕 눈 한번 깜작이지 않고 다시 넙죽 엎드렸습니다.

"임금님,  어찌하여 제가 병문안을 일찍 오지 못했는지 그 까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른 부하들은 모두 다녀갔지만 임금님 병을 고칠 의사나 약을 알아온 부하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뿐 아니오라 모두 임금님께서 돌아가시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습니다.

이렇게 충성스럽지 못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하오나 저는 너무도 걱정이 되어

온 나라 안을 돌아다니며 좋은 약을 알아오느라고 이렇게 늦게 된 것이옵니다.

위대하신 임금님,  늦어진 것을 너그러이 용서하시옵고,  제가 알아온 약을 쓰시면

병은 곧 나을 것이오니 그리하시옵소서."

여우는 일어나 다시 절하고 엎드렸습니다.  

호랑이는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오,  그러했느냐?   너야말로 착한 신하로구나.   나는 하마터면 이런 착하고 훌륭한

신하를 죄 없이 죽일 뻔했구나.   자,  어서 그 약이 무엇인지 말하여라."

호랑이의 말에 여우는 해죽해죽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는 저 멀리 인도라는 나라에 있는 유명한 의원을 찾아갔아온데 그 의원이 하는 말이

임금님 병에는 약이 단 한 가지뿐이라 하였사옵니다."

"그래,  그 한 가지뿐이라는 약이 무엇이라더냐?"

"예,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오라 늑대 간을 잡수셔야 한다고 하였사옵니다."

여우는 또 공손히 절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얼른 호랑이 앞을 물러나 도망갔습니다.

호랑이는 곧 늑대를 잡아 오게 하여 늑대를 죽이고 간을 꺼내 먹었답니다.

자료제공: 다음카페<동화마을>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