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에 사자 한 마리가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저녁이면 모기들이 달라붙어 괴롭혀 대는 바람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답니다. 사자는 모기에게 제발 자기를 물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어요. 그러자 모기가 말했어요.  
"좋아요.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다름이 아니고 내 원수들을 없애 주는 거예요."  
"네 원수가 누군데?"  
하고 사자가 물었어요.
"청개구리, 도마뱀, 사마귀, 두꺼비, 뭐 이런 놈들이지요."
하고 모기가 대답했어요.
"하하하,  내가 누구지?  동물의 왕이 바로 나야. 그런 조무래기들을 먹어 치우는 것쯤은 땅 짚고 헤엄치기지."
사자는 정말로 수많은 청개구리와 도마뱀, 사마귀, 두꺼비 들을 잡아먹었어요.

저녁이 되었어요. 하지만 산에는 모기들이 더욱 많아 졌습니다. 사자는 화가 나서 모기에게 소리를 질렀어요.
"너희들 도대체 왜 약속을 안 지키는 거야?  어째서 아직도 나를 괴롭히는 거냐구?"
모기는 윙윙거리며 웃었어요.
"사자 씨,  땅 위에 있는 내 원수들만 없애면 뭘 해요?  우리 원수들은 물 속에도 있다구요. 올챙이랑 몇몇 물고기들이 우릴 괴롭히는데 그놈들은 꼭 우리 애벌레인 장구벌레들을 잡아먹거든요."  
"좋아,  좋다구!"
사자는 체통도 잃고 물 속에 뛰어들어 고기를 잡고 올챙이를 없애 버렸어요.

다시 저녁이 되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모기는 갈수록 더 늘어나기만 하는 것이었어요. 모기들이 하도 귀찮게 물어 대는 바람에 사자는 견디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너희들은 도대체 신용이라곤 없는 놈들이야!"
모기가 앵앵거리며 교활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어요.
"아직 남았어요. 우릴 괴롭히는 놈들은 하늘에도 있거든요. 이제 마지막으로 제비랑 잠자리랑 박쥐를 없애 주면 다시는 당신을 물지 않을게요."
이런 난처할 데가! 사자는 넋을 잃고 하늘만 하염없이 바라보았어요. 제비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모기를 잡아먹고 있는 모습이 보였어요.

그 때, 큰 나무 위에 그물을 쳐 놓고 모기를 잡고 있던 거미가 의아해 하며 물었어요.
"여보세요,동물의 제왕님. 당신은 오늘 정말 이상하군요. 어째서 하늘만 온종일 쳐다보고 있지요?"  
사자가 안달이 나서 발을 구르며 소리쳤어요.
"난 네 녀석을 먹어 치워야만 돼. 너뿐만이 아니야. 제비, 잠자리, 박쥐 할 것 없이 전부 없애 버려야 한다구."  
제비를 비롯하여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어요.
"왜 우리를 없애 버려야 하지요? 사자가 우리를 먹고 산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는데요."
사자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어요.
"모기가 말했어. 내가 너희들을 먹어 치우면 저녁에 나 한테 와서 괴롭히지 않겠다고."
"하하하......."  
제비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어요.
"이 어리석은 사자님 좀 보게나.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모기가 말하는 작은 동물들을 당신이 다 잡아먹어 버리면 모기들이 더 많아질 거라는 사실 말이에요."
"아하,  그렇구나. 내가 어리석었어, 내가 어리석었다고!"
사자는 그제야 모기에게 속은 걸 깨달았답니다.

출처: 다음카페<동화마을> 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