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뱀이 기어다니는 이유 (아프리카 전래 동화)

어느 깊은 숲 속에 사냥꾼이 살고 있었는데, 얼마나 가난한지 가진 거라고는 사냥 도구 몇 개랑 자루가 전부였어. 사냥꾼은 하루하루 사냥을 해서 먹고 살았는데, 허탕을 친 날은 온종일 쫄쫄 굶었지.

이 날도 사냥꾼은 사냥감을 찾아 숲 속을 헤매고 있었어. 그런데 덤불 속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거야.

“이게 무슨 소리지?”

사냥꾼은 덤불이 있는 곳으로 가 보았어. 그런데 덤불을 걷어 보니, 이게 웬일이니?

덤불 속에 깊숙한 구멍이 있는데 그 속에 고양이, 쥐 그리고 뱀이 뒤엉켜 있는 거야. 사냥꾼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어.

“아니, 어쩌다 너희 셋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거니?” 사냥꾼이 구멍을 들여다보며 물었어.

“사냥꾼님, 그렇게 웃지만 말고 빨리 우리 좀 꺼내 주세요. 안 그럼 우린 여기서 다 굶어 죽을 거예요.”

“저희 좀 구해 주세요. 구해 주시기만 하면 그 은혜를 반드시 갚을게요.”

쥐와 고양이와 뱀이 어찌나 다급하게 조르는지 사냥꾼은 구멍 속으로 서둘러 나뭇가지를 넣었단다. 먼저 뱀이 두 다리로 나뭇가지를 잡고 올라왔어.

그 때는 뱀에게 두 다리가 있었거든.

고양이와 쥐도 무사히 구멍을 빠져 나왔단다.

“사냥꾼님, 정말 고마워요. 저희가 사냥꾼님의 소원을 들어 드릴게요. 소원을 말해 보세요.”

사냥꾼은 설마 했지만 동물들이 하도 졸라 속는 셈치고 말했어요.

“난 결혼을 할 수 있을 만큼 돈이 있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너희들이 무슨 수로 그런 행운을 가져다주겠니?”

그런데 쥐가 생글거리며 대답하는 거야.

“사냥꾼님, 저희가 그 소원을 들어 드릴게요.”

사냥꾼은 기가 막혀 동물들을 쳐다보았어. 그러자 고양이가 자신들의 계획을 말하는 거야. 그런데 글쎄, 그 계획이란 게 왕의 보물 창고를 털겠다는 거지 뭐니.

“난 훔친 돈으로 부자가 되고 싶지는 않아.”

사냥꾼이 펄쩍 뛰며 거절했어.

그러자 고양이가 말했단다.

“왕의 보물 창고에는 금은보화가 가득 쌓여 있어요. 조금 없어져도 아무도 모를 거예요. 그리고 정 마음에 걸리면 다시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눠 주면 되잖아요.”

듣고 보니 그럴 듯하잖아. 그래서 사냥꾼은 마지못해 동물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동물들에게 자기 집을 가르쳐 주었어. 하지만 몇 날 며칠을 기다려도 동물들은 나타나지 않았어.

“그럼 그렇지. 동물들의 말을 믿은 내가 바보지.”

그러던 어느 밤, 누가 오두막 문을 쾅쾅 두드리는 거야. 사냥꾼이 자다 말고 문을 열어 보니 고양이가 커다란 자루를 들고 문 앞에 서 있는 게 아니겠니?

“약속한 대로 금을 가져왔어요!”

자루 안에는 정말 금이 가득했어. 고양이는 그렇게 날마다 자루 가득 금은보화를 날랐어.

쥐가 몰래 보물 창고에 구멍을 파고, 고양이가 금은보화를 물어다 나른 거지. 이제 오두막은 금은보화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어.

“얘들아, 이제 그만 가져오너라. 이것으로 충분해.”

“예, 그럼 행복하게 사세요.”

동물들은 인사를 하고는 숲 속으로 사라졌단다.

다음 날 사냥꾼은 도시로 나가 큰 집을 사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베풀며 살았어. 그러자 온 나라에 사냥꾼의 소문이 퍼져 나갔고, 백성들은 ‘왕관을 쓰지 않은 왕’이라며 좋아했어. 이쯤 되니 사냥꾼을 모함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단다.

“전하, 이웃 도시에 사는 사냥꾼이 백성들에게 왕으로 칭송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 녀석의 창고에 금은보화가 그득하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전하의 보물 창고에서 훔친 것 같습니다.”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왕이 어디 있겠니?

왕은 당장 사냥꾼을 잡아들였지.

“네 이놈! 그 많은 재산이 어디서 났느냐? 당장 말하지 않으면 너의 목을 칠 테다!”

그러자 사냥꾼은 벌벌 떨며 말했어.

“제가 목숨을 구해 준 친구들에게 받은 선물입니다.”

“그 친구들이 누구냐? 이름을 대거라!”

하지만 사냥꾼은 친구들의 이름도 모르고, 어디에 사는지도 몰랐어.

“이름을 대지 못하는 걸 보니, 거짓말이구나. 앞으로 사흘의 시간을 주겠다. 그 동안 친구들의 이름을 기억해 내지 못하면, 널 처형할 것이다!”

사냥꾼은 캄캄한 감옥에 갇혀 죽을 날만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어. 이 소문은 숲 속에 있는 고양이와 쥐와 뱀에게도 전해졌지. 이번엔 뱀이 앞장을 섰어. 뱀이 당장 궁전으로 가서 왕에게 하나뿐인 공주의 다리를 꽉 문 거야.

용하다는 의원들이 다 왔지만 소용없었지. 왕은 공주의 병을 고치는 사람에게는 왕국의 절반을 주고 공주와 결혼시키겠다고 방을 내걸었어. 그 때 사냥꾼이 나서 뱀이 준 약으로 공주의 병을 고쳐 주었단다. 이렇게 해서 사냥꾼은 왕국의 절반을 갖고 공주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게 되었어.

뱀은 그 소식을 듣고 은근히 질투가 났어. 사냥꾼 혼자 모든 걸 누리니 배가 아파진 거지. 그래서 뱀은 왕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왕은 사냥꾼을 불렀단다.

“너는 여기 있는 쥐와 고양이와 뱀을 아느냐?”

“예, 모두 저의 친구들입니다.”

사냥꾼의 말을 들은 왕은 뱀을 노려보며 호통 쳤어.

“친구를 배신하는 녀석은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그 때 사냥꾼이 나서서 왕에게 간곡히 부탁했어.

“전하, 제 친구를 살려 주십시오. 저 뱀이 아니었다면 전 이미 죽었을 것입니다.”

사냥꾼의 착한 마음에 감동한 왕은 이렇게 명령했대.

“뱀을 죽이지 않겠다. 하지만 친구를 배신한 벌로 저 뱀의 두 다리를 잘라 숲에서 살게 하라. 다시는 친구를 헐뜯지 못하도록 말이다!”

이게 뱀이 기어다니게 된 이유래.


자료제공: <송송송 솟아나는 이야기샘>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