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싱싱한 야채가 왔습니다. 야채요. 오동통한 배추, 날씬한 오이..."

옹기종기 붙은 집들 사이로 채소장수 아저씨의 손 나팔소리가 들려왔어요.

"야유, 오랜만에 오셨구랴. 열무 있수? 있으면 두 단만 주구려."

"예, 물론 있습니다."

"거 열무 탐스럽게두 생겼네. 이봐, 숙이네. 김치 담궈야 한다며? 배추가 아주 싱싱하고 좋구먼."

은주 할머니의 소리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들었지요. 채소아저씨는 장사가 잘 돼서 기분이 좋았구요.

"오늘은 우리 아이들 신발을 사줘야지."

아저씨의 가슴은 금방 풍선처럼 부풀어 손수레를 끌고 막 가려고 할 그때 였어요.

"콰 과 과 과 쾅."

트럭이 아저씨의 손수레와 부딪치는 바람에 아저씨는 순간, 몸이 부 웅 솟았다가 툭 하고 떨어졌지요. 가까스로 눈을 떴을 땐 병원이었어요.

"여보! 우진 아빠! 깨어나셨군요."

가족들을 다시 보게 된 아저씨는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 쉬다가 깜짝 놀랐어요.

"어, 어, 내 다리, 아니 내 다리가!"

아저씨는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거예요.

"여보, 괜찮아요. 당신이 다리를 다치긴 했지만, 이렇게 우리 가족과 함께 있잖아요. 얼마나 다행한 일이예요."

"휴... 목발을 딛고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소."

그날부터 아저씨는 눈앞이 캄캄해져서 꼼작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었어요.. 그래서 아저씨 대신 아주머니가 야채장사를 했지만 생활은 점점 어려워져만 갔어요.

"이렇게 가족들에게 짐만 될 순 없는데... 과일장사라도 해 볼까? 쳇, 다리가 이래서야 뭘 할 수 있겠어."

방문 틈으로 아빠의 모습을 본 우진이는 마음이 몹시 아파 '아빠에게 용기를 드릴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하고 생각하다

"그렇지! 목발을 무지개 빛으로 색칠하는 거야.'

"미나야! 우리 목발을 무지개 빛으로 만들자."

우진이와 미나는 목발을 열심히 칠했어요.

"와! 정말 예쁘다. 오빠. 우리 이름을 붙일까? 요술방망이 어때?"

"음... 그래. 그것도 좋지만, 여의봉! 손오공의 여의봉 어때?

"어. 그래, 그거 좋겠다. 아빠! 아빠, 빨리 나와 보세요."

아빠가 컴컴한 방에서 밖으로 절룩절룩 나왔어요.

"무슨 일이냐?. 아니 목발이 무지개 빛이잖아! 아빠의 여의봉! 아빠의 여의봉이라니? "

"있잖아요, 아빠. 손오공의 여의봉예요. 길어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손오공에게 힘을 주는 그 여의봉이요."

아빠의 두 눈에는 눈물이 고였어요.

"오냐, 그래. 이 목발이 아빠의 여의봉이란 말이지. 걱정마라 , 얘들아. 아빠는 힘차게 다시 일어설 테니 우진아! 미나야! 고맙다."

그러자 우진이와 미나는 눈물을 흘리며 아빠의 품에 안겼어요. 아빠도 두 아이를 꼭 안아 주었지요. 그리고 아빠는 무지개 빛 목발을 짚고 힘차게 대문을 향해 걸어갔어요. 오랜만에 온 가족의 웃음소리가 좁은 마당을 가득 메우고 있었지요. 
 

자료제공: <꾸러기동화나라> 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