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수염

                                   크리스토브 블랭

 옛날에 도시와 시골에 아름다운 집을 두 채나 갖고 있는 한 남자가 살고

있었어요.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남자는 얼굴에 온통 푸른 수염이 나서 무척 흉하고 무서워 보

였어요. 그를 한 번 본 사람들은 누구나 달아나 버리고 말았어요. 특히 여자들은 더 두려워했지

요.

 푸른 수염이 살고 있는 마을에 한 부인과 아름다운 두 딸이 살고 있었어요.

푸른 수염은 그 집에 가서 청혼을 했어요. 두 딸 중에 자신을 원하는 한

명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지요.

  하지만 두 딸은 푸른 수염을 보고는 단박에 싫다고 거절했답니다. 딸들은

푸른 수염도 무서웠지만, 푸른 수염이 전에도 여러 번 결혼했었고 그와 결혼한 여자들이 그 뒤

로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 더욱 두려웠던 거예요.

 푸른 수염은 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세 모녀와 친한 이웃 몇 명을 별장으로 초대해 일주일

동안 함께 지내자고 했어요. 그러고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워 놓았지요.
사냥과 낚시를 하기도 하고 잔치도 베풀어 밤새워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일주

일이 지나자 둘째 딸은 푸른 수염이 외모와는 달리 매우 다정하고 수염도 그렇게 푸르지

않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둘째 딸은 푸른 수염과 결혼하기로 결심하고

곧바로 결혼식을 올렸답니다.

 결혼을 하고 한 달이 지났을 때 푸른 수염은 아주 중요한 일이 생겨서 한 동안 여행을 다녀오

겠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자기가 없는 동안 친구들을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 좋다고 말했지요. 그러고는 금고와 창고의

열쇠 꾸러미를 아내에게 맡겼어요.

 “이 작은 열쇠는 지하에 있는 골방 열쇠라오. 내가 없는 동안 무엇이든 다

 열어 봐도 좋지만 지하실의 골방만은 절대 열지 마시오. 그 방을 열게 되면

 당신에게 큰 화가 미칠 것이오.”

푸른 수염의 아내는 남편에게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어요. 푸른 수염은 아내를 꼭 안아주고는
마치를 타고 여행을 떠났어요.

 푸른 수염이 떠나자마자 아내의 친구들과 이웃들이 놀러 왔어요. 그 동안 푸른 수염이 무서워

서 한 번도 놀러 오지 않았거든요. 푸른 수염의 아내는 손님들에게 집안 곳곳을 구경시켜 주었

어요. 화려한 침대와 아름다운 벽지, 은그릇 그리고 금은 보석과 멋진 드레스를 보면서 모두들

놀라워했어요.

손님들은 푸른 수염의 아내가 누리고 있는 행복을 부러워했답니다.

 푸른 수염의 아내는 처음에는 남편과 약속한 대로 지하실에 내려가지

않았어요.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골방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마침내 푸른 수

염의 아내는 비밀 계단을 통해 지하실로 내려갔답니다.

그러고는 떨리는 손으로 골방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문을 여는 순간, 푸른 수염의 아내는 남편이 숨겨 왔던 비밀과 남편에게

복종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게 되었답니다. 지하실 바닥에는 엉겨 붙은 붉은 핏자국이

가득했고 벽에는 여자들의 시체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어요. 바로 푸른 수염과 결혼했던 여자들이었지요.

 이 광경을 본 아내는 공포에 떨면서 서둘러 지하실을 빠져 나왔어요.

 자기 방으로 돌아온 아내는 지하실 골방 열쇠에 피가 묻은 것을 보고서

소스라치게 놀라며 핏자국을 지우려고 열쇠를 닦고 또 닦았지만 끝내

지워지지 않았어요.

 그날 밤 푸른 수염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푸른 수염은

여행하는 도중에 모든 일이 잘 해결되었다는 편지를 받고 일찍 돌아오게 되었다고 말했어요.

아내는 남편이 일찍 돌아와서 기쁜 척했답니다.

 다음날, 푸른 수염은 여행을 떠나면서 맡겼던 열쇠를 돌려 달라고 했어요. 아내는 다른 열쇠는
모두 돌려주었지만 핏자국이 묻은 지하실의 골방 열쇠만은 주지 못하고 남겨 놓았지요.

 “지하실 골방의 열쇠는 어디 있소?”

푸른 수염이 물었어요.

 “저기 탁자 위에 있어요.”

 “당장 열쇠를 가져오시오.”

아내는 떨리는 손으로 열쇠를 갖다 남편에게 주었어요.

 “왜 열쇠에 피가 묻어 있지?”

푸른 수염이 아내를 노려보며 물었어요.

 “그, 글쎄…… 잘…… 모르겠는데요.”

아내가 두려움에 떨면서 말했어요.

 “모른다고? 흥, 난 잘 알고 있지. 당신은 내가 들어가지 말라고 부탁했던 그 골방에 들어갔던

거야. 이제 당신도 거기서 보았던 여자들처럼 될 거야!”

푸른 수염이 차갑게 말했어요.

 아내는 남편 앞에 무릎을 꿇고 울면서 살려 달라고 빌었지만 푸른 수염은

너무나 냉정했어요.

 “지금 당장 죽여 버리겠어!”

 “제가 꼭 죽어야 한다면 잠시 기도 드릴 시간을 좀 주세요.”

아내는 눈물을 글썽이며 애원했어요.

 “딱 십오 분만 주지. 그 이상은 절대 안 돼!”

 아내는 혼자 남게 되자 자기 방으로 올라가 언니를 불렀어요.

 “언니! 내 말 잘 들어. 탑 위로 올라가서 남동생들이 오는지 봐 줘. 오늘

오겠다고 약속했거든. 동생들이 오는 게 보이면 빨리 오라고 신호를

보내 줘.”

언니는 탑 위로 올라갔어요.

가엾은 푸른 수염의 아내는 언니에게 소리쳤어요.

 “언니! 언니! 동생들이 오는 게 보여?”

 “아니! 빛나는 햇살과 푸른 풀밭 외에는 아무 것도 안 보여.”

그 때 푸른 수염이 큰 칼을 들고 아내에게 소리쳤어요.

 “어서 내려와. 안 그러면 내가 올라갈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아내는 애절하게 말하고는 다시 언니에게 동생들이 보이냐고 물었어요.

 “아니! 빛나는 햇살과 푸른 풀밭 외에는 아무 것도 안 보여.”

언니가 대답을 했지요.

 “어서 내려오지 못해! 안 그러면 정말 올라갈 거야.”

 “이제 내려가요.”

아내는 대답하고서 다시 언니에게 소리쳤어요.

 “언니, 아직도 동생들이 안 보여?”

 “두 명의 말 탄 기사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 하지만 아직 멀리 있어.”

 “동생들일 거야. 빨리 오라고 신호를 좀 보내 줘.”

푸른 수염은 당장 내려오라고 또 고함을 질렀어요. 그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온 집이 흔들렸지요.

 마침내 불쌍한 아내는 아래층으로 내려갔어요.

그리고 흐느끼며 살려 달라고 빌었어요.

 “안 돼! 당신은 이제 죽어야 하오.”

푸른 수염은 한 손에 아내의 머리채를 잡고 다른 한 손에는 커다란 칼을

들고서 아내의 목을 베려고 했어요. 아내는 애절한 눈빛으로 잠깐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다시 애원했지요.

 “안 돼! 아직도 신한테 할 말이 남아 있단 말야?”

푸른 수염이 소리쳤어요.

 그러고는 칼을 든 손을 높이 쳐들었어요. 바로 그때 쾅쾅쾅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어요. 그 소

리가 어찌나 컸던지 푸른 수염은 놀라서 그대로 멈춰

섰어요.

 곧 문이 열리고 두 명의 기사가 푸른 수염에게 와락 달려들었어요. 푸른

수염은 아내의 동생들이란 것을 알아차리고는 얼른 도망을 쳤지요. 하지만 두 기사는 곧바로

뒤쫓아가서 푸른 수염을 붙잡아 창으로 찔러 죽였답니다.

푸른 수염의 아내는 겁에 질려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지요.

 푸른 수염에게는 자식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그의 아내가 모든 재산을 물려받았어요. 재산

중 일부는 언니가 결혼하는 데 썼어요. 언니는

오래전부터 사랑하던 귀족이 있었거든요. 또 일부는 남동생에게 주었어요.

그리고 나머지 재산은 뒷날 착하고 정직한 신사와 결혼하는 대 썼답니다.

 푸른 수염의 아내는 그와 함께 보냈던 악몽 같은 세월을 잊고 새 출발을 하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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