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한 바단 장수가 무덤 옆에 짐을 내려 놓고 쉬다가 그만 잠이 들었습나다.

그런데 잠을 깨어 보니 비단이 감쪽같이 없어졌습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큰일났네!"

비단 장수는 깜짝 놀라 무덤 근처를 찾아보았지만 헛수고였습니다.

할 수 없이 비단 장수는 사또에게 이 사정을 말하였습니다.

"그것 참, 딱한 일이구나.

그런데 네가 무덤 옆에서 쉬고 있는 것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느냐?"

"무덤 옆에 서 있던 망주석 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망주석이 비단을 훔쳐 간 사람을 보았을 것이다.

여봐라, 그 망주석을 당장 잡아 오너라!"

비단 장수는 어이가 없었습나다.

'망주석을 놓고 재판을 하다니.....'

이 소문은 삽시간에 온 마을에 퍼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재판을 구경하러 모여들었습니다.

사또는 망주석을 큰 소리로 꾸짖었습니다.

"네 이놈, 망주석아 ! 비단을 훔쳐 간 도둑을 본 것은 너뿐이니, 바른대로 말하렷다 ! 누가  그것을 훔쳐 갔느냐?"

그러나 망주석이 말을 할 리가 없었습니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분명 네가 도둑이렷다. 여봐라, 이 망주석을 곤장으로 쳐라."

이 광경을 본 마을 사람들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사또는 큰 소리로 말하였습니다.

"엄숙한 자리에서 웃은 사람들을 모조리 옥에 가두어라!"

이리하여 재판을 구경하러 왔던 마을 사람들은 모두 옥에 갇힐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 때, 사또가 다시 엄숙하게 말하였습니다.

"비단 장수를 위해 내일까지 바단 한 필씩을 구해 오면 용서해 주겠다."

이튿날, 마을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비단 한 필씩을 구해 왔습니다.

사또는 비단 장수에게 잃어버린 비단이 있는지 찾아 보게 하였습니다.

거기에는 바단 장수가 잃어버린 비단이 있었습니다.

사또는 그 비단을 가져온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이 비단을 어디에서 구했느냐?"

"저 너머 마을에서 구했습니다. 비단을 팔러 다니는 사람이 아직도 그 곳에 있습니다."

사또는 그 비단을 판 사람을 잡아 오게 하였습니다.

그러고는 마을 사람들을 모아 놓고 말하였습니다.

"사실은 비단 도둑을 잡이 위해서 이런 일을 꾸몄느니라. 허허허."

사또는 마을 사람들이 가지고 온 비단을 모두 돌려주었습니다.


자료제공: 다음카페<송송송 솟아나는 이야기샘>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