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에 에파미난더스라고 하는 사내아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에파미난더스는 매일같이 아주머니댁에 심부름을 가곤 했지요. 그러면 아주머니는 그럴 때마다
 “엄마에게 갖다 드려라.”
 하면서 무엇인가 주시곤 했습니다.

하루는 에파미난더스가 아주머니댁에 갔을 때였어요. 아주머니는 커다란 케익 한 쪽을 주셨습니다. 노랗고, 말랑말랑해서 무척 맛있게 보이는 케익이었지요.
에파미난더스는 그 케익을 손에 꼭 쥐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 보니 케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손가락 사이에 크림만 아주 조금 붙어있을 뿐이었어요. 엄마가 그걸 보시고
 “에파미난더스, 네 손에 묻어있는 게 무어니?” 하고 물었습니다.
 “케익인데요, 엄마. 아줌마가 주셨어요.”
 “케익이라니! 에파미난더스, 넌 정말 생각이 없구나. 케익을 그렇게 꼭 쥐고 오면 어떻게 하니? 케익을 받았으면 말야, 깨끗한 나뭇잎에 곱게 싸서, 그것을 모자 안에 넣고 그리고는 그 모자를 머리에 쓰고 조심스럽게 걸어 와야지. 알았니, 에파미난더스?”
 “네, 알았어요, 엄마.”
하고 에파미난더스는 대답했어요. 그 다음 날도 에파미난더스는 아주머니댁에 갔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엄마에게 드리라고 하면서 방금 만든 버터 한 덩어리를 주셨습니다. 노랗고 반짝반짝하는 아주 맛있어 보이는 버터였지요.
에파미난더스는 그것을 깨끗한 나뭇잎에 싸서, 모자 안에 집어넣고, 그 모자를 머리에 쓰고 조심조심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은 무척 더운 날이었어요.
에파미난더스가 얼마 가지 않았을 때 버터는 녹기 시작했어요. 버터는 녹고, 녹고, 또 녹아서 에파미난더스의 이마에도 귓부리에도 목덜미에도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지요. 집에 도착했을 때, 에파미난더스는 버터투성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엄마가 그것을 보시고
 “어머나, 에파미난더스! 대체 너는 모자 안에 무얼 집어 넣었니?”
 하고 물었습니다.
 “버터예요, 엄마. 아줌마가 주셨어요.”
 에파미난더스는 대답했지요.
 “버터라니! 에파미난더스, 너는 어쩜 그렇게 생각이 없니? 그렇게 하면 버터가 못쓰게 된다는 것 정도는 알아야지! 버터를 주셨으면 말이야, 깨끗한 나뭇잎에 싸서 말이지, 시냇물에 가지고 가서 물 속에 넣어 차게 식히고, 또 물 속에 넣어 차게 식히고, 또다시 물 속에 넣어 차게 식혀서, 조심스럽게 손에 살짝 얹어 가지고 오는 거란다. 알았니, 에파미난더스?”
 "네, 알았어요, 엄마.”
 하고 에파미난더스는 말했습니다.

그런 얼마 후, 에파미난더스는 다시 아주머니댁에 가게 되었지요. 그러자 이번에는 아주머니가 갓 태어난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를 주셨습니다.
에파미난더스는 그 강아지를 깨끗한 나뭇잎에 싸서, 시냇물로 가지고 가서 물 속에 넣어 식히고, 또 물 속에 넣어 식히고, 또다시 물 속에 넣어 식힌 후, 조심스레 손 위에 얹어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불쌍하게도 집에 도착했을 때는 강아지는 이미 초죽음이 되어 있었습니다. 엄마는 그것을 보시고
 “에파미난더스, 넌 무얼 손에 들고 다니니?”
 하고 물었지요.
 “강아지예요, 엄마.”
 에파미난더스는 대답했어요.
 “강아지라니! 이런이런, 에파미난더스. 너는 정말 정말 생각이라곤 눈꼽만치도 없구나. 어떻게 강아지를 그렇게 데리고 올 수가 있단 말이냐? 강아지를 받았으면 말이야, 강아지를 땅 위에 내려놓고 긴 끈을 구해다가 한 쪽 끝은 강아지의 목에 매고, 또 한 쪽 끝은 네가 잡고 살살 끌고 와야지.”
 “아아, 그렇구나. 알았어요, 엄마.”
 하고 에파미난더스는 말했습니다.

그 다음날 에파미난더스는 또 다시 아주머니댁에 갔지요.
그러자 아주머니는 엄마에게 갖다 드리라고 하면서 방금 구운 빵 한 줄을 주셨습니다. 여우색깔로 노릇노릇 알맞게 구워진 맛있게 보이는 빵이었습니다. 그런데 에파미난더스는 재빨리 빵을 땅 위에 내려놓고, 긴 끈을 구해다가 한 쪽 끝을 빵에 묶었습니다. 그리고는 끈의 다른 한쪽 끝을 손에 쥐고 빵을 줄줄 끌면서 집에 돌아왔지요. 집에 도착했을 때는 끈 끝에 매달려 있는 빵은 무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더러워져 있지 않겠어요? 엄마가 그걸 보시고
 “에파미난더스, 너 그 끈 끝에 무얼 매달고 다니니?”
 하고 물었습니다.
 “빵이예요, 엄마. 아줌마가 주셨어요.”
 라고 에파미난더스는 대답했습니다.
 “빵이라구!”
 엄마가 소리쳤습니다.
 “에파미난더스, 에파미난더스. 넌 말이야, 정말 정말 어떻게 해 볼 수도 없이 멍청하구나. 네 머리는 태어날 때부터 텅 비어 있었던 모양이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도 아무 생각 없이 멍청하게 살 것이 틀림없어. 난 이제 더 이상 너에게 무얼 가르쳐주는 것도 그만 둘테야. 아주머니댁에 심부름 가는 것도 이젠 끝이다. 이제부턴 내가 가겠어.”
 “아, 그래.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부탁하겠다. 에파미난더스. 그 문 앞에 파이가 여섯 쪽 놓여있지? 조심해서 지나 가거라. 조금 전에 구어서 식히려고 죽 벌려 놓은 거야. 다시 말하겠는데, 에파미난더스. 파이를 지날 때는 발디딜 곳을 잘 보고 조심해서 지나 가거라. 에페미난더스!”
 “네, 알았어요, 엄마.”
그리고는 에파미난더스의 엄마는 모자를 쓰고, 바구니를 들고 아주머니댁으로 갔습니다. 여섯 쪽의 파이는 문 앞 층계에 나란히 놓여져 차츰차츰 식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예요. 에파미난더스는 파이를 지날 때 아주아주 조심해서 발을 디뎠지요. 정말 조심했다니까요. 에파미난더스는 한 쪽, 한 쪽, 파이의 맨 한 가운데를 조심스럽게 밟고 지나 갔거든요.

자료제공: 다음카페<송송송 솟아나는 이야기샘>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