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72 |
볍씨 한 톨 |
| |
옛날에 한 사람이 농사를 지어서 살림을 제법 일구었대. 그러니까 먹고 살만한 거지.
그런데, 이 사람이 아들이 셋이거든.
며느리도 셋이고. 이제 늙어서 살림을 물려줘야겠는데, 어떤 며느리가 살림을 잘 사는지 시험을 해 보려고, 하
루는 세 며느리를 불렀대.먼저 맏며느리를 불러 가지고는 볍씨 한 톨을 주면서,
“자, 이것이 아주 귀한 것이니 잘 받아라.”
하니까, 이 맏며느리가 뭐 금은보화라도 되나 보다 하고 공손하게 받았는데, 가지고 나와서 들여다보니까 겨우 볍씨 한 톨이거든.
“에이, 우리 아버님이 연세를 많이 잡수시더니 노망하셨나봐.”
이러고 볍씨를 내던져 버렸대. 이번에는 둘째 며느리를 불러서,
“자, 이것 받아라. 아주 귀한 거니 잘 간수해야 돼.” 하고, 또 볍씨 한 톨을 주었어.
둘째 며느리도 뭔가 하고 받아 가지고 나와서 들여다보고는, 볍씨 한 톨이니까,
“아이고, 아버님이 장난도 심하셔.” 하고는, 그냥 볍씨를 홀라당 까먹어 버렸대.
이제 막내며느리 차례야. 막내며느리도 똑같이 볍씨 한 톨을 받았는데
‘이것을 주실 때는 무슨 뜻이 있나본데, 이걸 어디에 쓴담? 하고 생각하다가,
말총을 하나 뽑아서 올가미를 만들었어.
그리고는, 마당 구석에 볍씨 한 톨을 갖다 놓고 그 옆에 올가미를 놓고는, 끝을 잡고 기다렸지.
조금 있으니까 참새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볍씨가 있으니까 먹으려고 내려앉거든.
그때 올가미를 탁 잡아당겨서 참새를 잡은 거야.
그런데 마침 옆집에서 약에 쓴다고 참새를 구하러 다니네.
그래서 참새를 주고 대신 달걀 하나를 얻었어. 막내며느리는 그 달걀을 깨먹지 않고, 암탉이 알을 품을 때 둥지에 넣어 놨네.
그러니 병아리가 깨어나지 않겠어.
볍씨 한 톨이 이제 병아리 한 마리가 된 거지.
막내며느리는 그 병아리를 고이고이 잘 길렀어.
그러니 얼마 안가서 큰 암탉이 되었어.
그게 또 알을 여러 개 낳았지.
그걸 또 둥지에 넣어 놓으니 암탉이 품어서 병아리가 깨어나지.
이렇게 해서 병아리가 여러 마리가 되었어.
그 병아리가 커서 암탉이 되고, 그 암탉이 또 알을 낳아서 병아리가 깨어나고 해서 닭이 아주 많아졌어.
그걸 몇 마리 팔아서 이번에는 돼지를 한 마리 샀거든.
이 돼지를 잘 키워 놓으니 또 새끼를 쳐. 이걸 또 잘 키워서 몇 마리 팔아 가지고 송아지를 한 마리 샀어.
송아지가 커서 어미 소가 되고 또 송아지를 낳고 해서, 이 소를 팔아서 논을 샀어. 논 서 마지기를.
볍씨 한 톨이 논 서 마지기가 된 거야. 이러다 보니 벌써 삼년이 지났네.
삼년이 지나서, 하루는 시아버지가 또 며느리를 불렀어. 먼저 맏며느리를 불러 놓고,
“너 삼 년 전에 내가 준 볍씨 한 톨 어떻게 했느냐?” 하고 물었어.
그러니, 맏며느리가 얼굴만 빨개지고 아무 말 못하거든.
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있었으니 할 말 이 있겠어? 그 다음에는 둘째 며느리를 불러서,
“그때 내가 볍씨 한 톨 준 것 어떻게 했느냐? 하고 물으니까,
“예, 버리기 아까워서 까먹었습니다.” 이러거든.
그러냐고 하고, 이번에는 막내며느리를 불러서 물으니까,
“예, 여기 있습니다.” 하고 뭘 내놓는데,
그게 서 마지기 논 문미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니, 그동안 볍씨가 참새가 되고, 참새가 달걀 되고,
달걀이 병아리 되고, 병아리가 암탉 되고, 암탉이 돼지 되고, 돼지가 송아지 되고,
송아지가 어소 되어서 논 서 마지기 된 내력을 다 이야기했어.
그러니, 시아버지가 무릎을 탁 쳐.
“봐라. 세 며느리가 똑같이 볍씨 한 톨씩 받았는데, 맏이는 그냥 내버렸고, 둘째는 까먹었고,
막내는 그것으로 살림을 일구었다.
이러니 내가 누구를 믿어야 하겠느냐? 이 집 살림은 이제부터 막내가 맡고, 맏이와 둘째는 남편과 함께 집을 나가거라.
나가서 재주껏 벌어먹고 살다가 십 년 후에 돌아오너라.”
그래서 할 수 없이 맏이네와 둘째네는 집을 나갔어. 나가 보니 막막하거든.
어찌 어찌 고생해서 겨우 집 한 칸 마련하고 살아가는데, 죽을 고생을 다 해.
그렇게 고생하다 보니 쌀 한 톨 소중한 것도 알게 되고, 살림 일구는 법도 알게 됐지.
그럭그럭 십 년이 되어 돌아와 보니, 아버지는 벌써 세상을 떠나고 대들보에 유언만 남아 있더래.
그 유언에는,
“이제 모두 살림 소중한 것을 알게 되었을 테니 막내가 가진 재산을 똑같이 나누어 가지고, 서로 우애 있게 잘 살아라.”
하고 씌어 있더래.
그래서 삼형제가 모두 아버지 못지않게 잘 살더래.
자료제공: 다음카페<송송송 이야기가 솟아나는 이야기샘>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 |
|
|
|
|
HOM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