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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이 준 교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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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우리 집 뒤에 반 이랑 가량 되는 공터가 있었다.
"황폐하게 땅을 묵혀 두는 것이 너무 아깝구나, 너희들이 그렇게 땅콩을 잘 먹으니, 이 땅을 일구어서 땅콩 밭을 만들자."
어머니의 말씀에 우리 몇 남매는 모두가 너무 좋아서 씨앗을 사고, 밭을 갈고, 물을 주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지 않아서 과연 수확을 보게 되었다.
"오늘 저녁에 수확 축하잔치를 차리고, 너희 아빠를 모셔다가 우리들이 거둔 햇땅콩을 맛보시도록 하면 어떻겠니?"
어머니의 말씀에 우리들은 모두 찬성하였다. 어머니는 땅콩으로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드시고, 이 잔치를 밭에 있는 정자에서 치루자고 말씀하셨다.
그 날 저녁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았으나 아버지는 이런 날씨를 무릅쓰고 이 모임에 참석해 주셨다.
"너희들 땅콩을 잘 먹니?"
아버지가 우리에게 물으셨다.
"좋아해요."
우리들은 모두 크게 대답했다.
"누가 땅콩의 장점을 말할 수 있겠니?"
"땅콩은 맛이 아주 좋아요."
누나가 말했다.
"땅콩은 기름을 짤 수 있어요."
형이 말했다.
"누구나 싼 값으로 그것을 살 수 있으니, 모두 그것을 즐겨 먹을 수 있지요. 이것이 바로 땅콩의 장점이지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땅콩은 여기저기에 많이 쓰인단다. 그러나 한 가지 아주 소중한 것이 있단다. 이 작은 콩은 그 보기 좋은 사과나 복숭아, 석류처럼 그 열매들을 가지에 매달아 놓은 채, 빨강이나 연녹색의 빛깔로 사람이 보고 부러워하게 하지 않지. 땅콩은 오직 열매를 땅속에 묻어 두어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해. 그리고 다 익은 다음에 비로소 사람이 그것을 캐어 내게 한단다. 너희들이 우연히 한 그루 땅콩 줄기가 시들하게 땅 위에 자라고 있다고 해서 그 열매가 있는지 없는지 곧 확인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반드시 그것들이 완전히 열매를 맺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단다."
"예."
이 말에 우리들은 모두 크게 대답했고, 어머니도 머리를 끄덕이셨다. 아버지는 계속해서 말씀하셨다.
"그러니 너희들도 땅콩처럼 살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위대하거나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쓸모 있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아버지의 말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유용한 사람이어야 되지, 위대한 척하거나 체면만 차리는 사람은 되지 말라는 것이군요."
"그것이 내가 너희들에게 바라는 것이다."
우리들은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고서야 헤어졌다. 모든 땅콩 식품은 없어졌으나, 아버지의 말씀만은 아직도 나의 가슴 속에 새겨져 있다.
* 쉬띠샨(許地山 : 1893-1941) 원명 許贊 , 필명은 落華生. 대만 대남에서 태어남. 저서로는 산문집 {空山靈雨}가 있다. 그는 문학연구회 12명의 발기인 중 한 사람으로 작품은 독특한 품격을 갖추고 있으며 "기독교의 사랑과 불교의 자애, 그리고 현대 문명과 옛 정서"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작가는 땅콩을 소재로 이른바 '위대하고 체신만을 차릴 줄 아는 사람'이 아닌 묵묵히 자신을 알차게 가꾸어 가는 쓸모 있는 내면적 인간성을 가꾸어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작가의 평민사상에 입각한 인생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삶}은 적극적이고 능동적 인생관을 설명하는데 요지를 두고 있다.
{비오는 날의 책}, 루쉰 외, 임찬민 옮김, 당그래, 1995년
<<제공: 다음카페 장돌문학: http://cafe.daum.net/zangdo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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