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보 이야기

옛날 옛날 함경도 어느 두메 산골에 한 떠꺼머리 총각이 살았는데, 이 총각이 가난해서 글을 못 배웠어. 그래서 낫놓고 기역자도 모르고, 지팡이 놓고 한 일자도 몰라. 그런데 굼벵이 구르는 재주 있다고 떡을 잘 먹어. 떡을 어찌나 잘 먹는지, 한 양푼 되는 떡을 숨도 안 쉬고 한참에 다 먹어치우지. 그래서 이름이 떡보야.

이 떡보가 하루는 장에 갔더니, 사람들이 담벼락 앞에 모여 서서 웅성웅성하고 있단 말이야. 무슨 일인고 싶어서 가 보았더니 담벼락에 커다란 종이가 붙어 있고 글씨가 씌여져 있는데, 사람들이 그걸 보고 웅성거리거든. 떡보가 무슨 글인지 읽어보려고 해도 당최 글을 알아야지.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으니까,

"중국에서 사신이 오는데, 이 사신이 어려운 수수께끼를 낸다는군. 그 수수께끼를 맞힐 사람을 찾는다는 글일세."

하고 가르쳐 줘. 떡보가 생각하기를, 글은 못 배웠어도 그까짓 수수께끼쯤 못 맞히랴 싶어. 그래서 당장 보따리를 싸서 한양으로 갔어. 임금님 앞에 턱 나가서,

"제가 수수께끼를 한번 알아맞혀 보겠습니다."

하고 큰 소리를 쳤어. 나라에서는 수수께끼 맞힐 사람을 아무리 찾아도 모두들 겁을 먹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 걱정을 하고 있던 참인데 얼마나 좋아. 그래서 며칠 대접을 잘 해서, 이제 중국 사신이 오는 날 내보낸단 말이야. 옷을 잘 입히고 아침밥도 잘 먹여서 보냈는데, 떡보가 아침상을 받아서 다른 음식은 입에도 안 대고 떡만 잔뜩 먹었어. 자그마치 다섯 양푼이나 먹었다는군.

그래서 중국 사신 맞이하러 갔는데, 어디로 가느냐면 압록강으로 가는 거야. 압록강 저 편에서는 중국 사신이 배를 타고 오고, 이편에서는 떡보가 배를 타고 가. 그래서 강 한복판에서 만나는 거지. 떡보가 멀리서 중국 사신을 보니까 수염이 허연 영감이더란 말이지. 그래 배를 타고 슬슬 가까워지는데, 아닌게아니라 중국 사신이 손짓으로 하더라는군. 손가락으로 이렇게 동그라미를 그려 보인단 말이지. 저게 무슨 뜻일까. 궁리하던 떡보가 짐작을 했어.

'옳지. 제까짓게 오늘 아침에 동그란 떡을 먹었다는 뜻이로군. 그렇다면 나도 보여 줄 게 있지.'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이렇게 네모를 그려 보였어. 자기는 오늘 아침에 네모난 떡을 먹고 왔다는 뜻이지. 그러니까 중국 사신이 깜짝 놀라더라나. 사실은 사신이

'하늘이 둥근 것을 아느냐?'는 뜻으로 손가락을 둥글게 해 보였거든. 그런데 떡보가 네모를 만들어 보이니까,

'저건 틀림없이 땅이 네모난 것도 안다는 뜻이렷다. 과연 똑똑한 사람이군.'

하고 생각하고 놀란 거지. 옛날 사람들은 땅이 네모나다고 생각했거든.

그 다음에 중국 사신이 두 번째 수수께끼를 내는데, 이번에는 손가락을 이렇게 세 개를 펴서 흔들어. 저건 또 무슨 뜻일까. 떡보가 금방 짐작을 했지.

'응, 저건 제가 오늘 아침에 떡을 세 양푼 먹고 왔다는 뜻이겠군. 그렇다면 어림

없지.'

하고는, 손가락을 다섯 개 다 펴서 흔들었어. 자기는 오늘 아침에 떡을 다섯 양푼이나 먹었다는 뜻이지. 그걸 보더니 중국 사신이 또 깜짝 놀라. 사실은 '삼강을 아느냐?'는 뜻으로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였거든. 삼강오륜 중에서 삼강을 아느냐고 물은 것인데 떡보가 손가락을 다섯 개 펴 보이니까,

'아하, 저건 삼강뿐 아니라 오륜도 안다는 뜻이로군. 너무나 지혜로운 사람이야.'

이렇게 생각한 거지. 제 꾀에 제가 속은 거지 뭐.

이제 마지막 수수께끼를 낼 차례가 됐어. 중국 사신이 '요건 모를거다.'

하듯이 의기양양하게 자기 수염을 슬슬 쓰다듬는 시늉을 하거든. 저건 또 뭐야. 떡보가 잠시 생각하다가,

'옳지, 제까짓게 이제 자랑할 게 없으니 수염 자랑을 하는군. 그렇다면 나도 자랑할 게 있지.'

하고는, 저고리 섶을 떡 젖히고 이렇게 배를 내밀어 배 자랑을 했지 뭐야. 떡을 많이 먹었으니 오죽 배가 부르겠어. 그걸 보더니 중국 사신이 무릎을 치며 감탄을 해. 사실은 '염제를 아느냐?' 하는 뜻으로 수염을 쓰다듬은 거란 말이야. 중국 전설 속의 임금 염제, 복희씨 중에서 염제를 아느냐고 묻는다는 게 수염 염자를 나타내느라고 수염을 쓰다듬은 거지. 그런데 떡보가 배를 쑥 내미니까,

'아니? 저건 배 복자를 나타내는 게 아닌가? 그럼 염제만 아는 게 아니라 복희씨까 지 안다는 뜻이렷다. 아이쿠, 내가 졌다, 졌어.'

하고 생각한 거지.

그래서 중국 사신은 코가 납작해졌지. 전 같으면 큰 나라에서 왔다고 마구 거드름을 피우고 거만을 떨었을 텐데, 아주 공손해져서 모르는 게 있으면 떡보에게 묻고 말이야. 이렇게 잘 되었어. 임금님이 기분이 좋아서 떡보에게,

"뭐든지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하여라."

하니까 떡보는 그저 떡이 최고거든. 그래서,

"저는 다른 것은 다 필요 없고 그저 떡만 실컷 먹으면 됩니다."

했더래. 그래서 평생 떡을 실컷 먹으면서 잘 살았더란다.

  <제공: 다음카페-송송송 솟아나는 이야기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