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날, 토끼 한 마리가 산에서 호랑이를 만났어. 호랑이는 다짜고짜 입을
딱 벌리고 토끼에게 덤벼들지.
어, 너는 토끼 아니냐? 잘 만났다. 마침 배가 몹시 고프니 너를 잡아먹을 테
다.
토끼가 얼른 꾀를 냈지.
에그, 호랑이 아저씨는 발도 길어. 하필이면 내가 떡을 구워 먹으려고 할 때 나
타날 게 뭐람.
호랑이가 그 말을 들어보니 떡 욕심이 생기거든. 토끼가 구워 놓은 떡도 먹고
토끼까지 잡아먹으면 좀 좋아.
너, 그 떡 어디 있느냐?
이왕에 들켰으니 할 수 없지요. 따라오세요.
토끼는 호랑이를 데리고 자갈이 많은 곳에 갔어. 동글납작한 자갈을 열한 개 주
워 놓고 불을 피웠지.
가서 꿀을 구해 올 테니 아저씨는 여기서 떡이 잘 구워지나 지키세요. 이 떡은
딱 열 개니까 내가 올 때까지 하나라도 미리 먹으면 안 돼요.
토끼가 간 뒤에 호랑이는 군침을 삼키면서 떡을 세어 봤어. 세어 보니 열한 개
거든. 잘못 세었나 하고 다시 세어 봐도 틀림없이 열한 개야.
흐흐, 멍청한 토끼녀석. 떡이 열한 개인 걸 모르고 열 개라고 했겠다. 그렇다면
내가 한 개를 집어먹어도 모르겠지.
호랑이는 토끼가 오기 전에 얼른 먹어 치우려고 떡을 낼름 입 속에 집어넣고
꿀꺽 삼켰어. 그런데 그게 떡이 아니고 자갈이니, 불 에덴 자갈이 얼마나 뜨거워.
아이쿠, 뜨거워. 내 창자 다 녹는다.
호랑이는 뱃속이 뜨거워서 펄쩍펄쩍 뛰다가 꼬꾸라지고 말았지. 뱃속을 뜨거운
자갈에 데어서 며칠 동안 고생하던 호랑이가 겨우 기운을 차리고 밖에 나갔다가
또 토끼를 만났어.
네 이놈, 토끼야. 지난번에는 나를 속여먹었지만 이번에는 어림없다. 당장 잡아
먹고 말 테니.
토끼가 또 얼른 꾀를 냈지.
에그머니, 호랑이 아저씨는 발도 길지. 내가 참새 잡으려고 하는 건 어떻게 알
고 왔을까?
참새를 잡는다는 말에 호랑이 귀가 또 솔깃해지지. 토끼가 참새를 잡기를 기다
렸다가 참새도 먹고 토끼도 잡아먹으면 좀 좋아.
너, 그 참새를 어떻게 잡느냐?
훠이 훠이 몰아서 한꺼번에 잡지요. 내가 밖에서 참새를 쫓을 터이니 아저씨는
저 가시덤불 속에 들어가서 눈 딱 감고 입만 벌리고 앉아 있으세요. 그러면 참새
가 입 속으로 마구 들어올 테니 그냥 꿀꺽꿀꺽 삼키기만 하면 돼요.
호랑이가 좋아라고 가시덤불 속에 들어가서 입을 딱 벌리고 앉아 있었어. 그 사
이에 토기는 가시덤불 둘레를 돌면서 불을 질렀지. 마른 가시덤불에 불이 붙어서
따다닥 따다닥 타 들어가니까, 호랑이는 그게 새 날아오는 소린 줄 알고 눈을 딱
감고 입을 더 크게 벌렸지. 그러다 보니 불길이 몰려들어 호랑이 몸에 불이 붙었
어.
아이쿠, 호랑이 살려.
호랑이는 간신히 불길을 빠져 나와 모래밭에 대굴대굴 굴렸어. 그래서 겨우 몸
에 붙은 불은 껐지만 온몸의 털이 홀라당 다 타버렸지.
털을 새까맣게 태운 호랑이가 며칠 동안 끙끙 앓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나왔
어. 어슬렁거리며 다니다가 또 토끼를 만났지.
이 괘씸한 놈. 두 번이나 날 속이다니. 당장 잡아먹고 말 테다.
토끼는 또 얼른 꾀를 냈지.
쯧쯧, 호랑이 아저씨는 하필 내가 물고기 잡으려고 할 때 나타날 게 뭐람.
욕심 많은 호랑이는 물고기를 잡는다는 말에 마음이 동해 또 멈칫거리지. 물고
기와 토기를 다 잡아먹으면 좀 좋아.
너, 물고기 잡을 줄 아느냐?
알다마다요. 물고기 잡는 데는 낚시가 제일이지요. 내 꼬리는 짧아서 신통치 않
지만 아저씨 꼬리는 낚시하기에 안성맞춤이니, 저 개울에 꼬리를 담그고 한참만
가만히 있어. 보세요. 그러면 저절로 물고기가 꼬리에 주렁주렁 매달려 올라올 테
니까요.
호랑이가 사람들 낚시하는 건 봤거든. 물 속에 줄을 던져 넣고 가만히 있기만
하면 물고기가 달려나오더란 말이야. 그러니 제 꼬리를 담가 놔도 될 것 같지. 얼
른 개울가에 가서 꼬리를 물 속에 척 담그고 앉아 있었어. 한참 있다가 이제는 물
고기가 주렁주렁 매달렸겠지 하고 꼬리를 들어보니 꼼짝도 하지 않네. 그 사이에
물이 꽁꽁 얼어붙어 버렸지 뭐야. 아무리 용을 써도 꼬리가 물에서 나오지 않으니
가 하루 종일 그러고 있어야지, 뭐 어떻게 해. 아직도 그러고 있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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