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원숭이의 목걸이(인도민화)

숲 속 깊은 곳, 원숭이들의 마을에 물이 아주 맑은 연못이 있었어.

어찌나 물이 맑던지 이 나라 왕비는꼭 이 연못에서만 목욕을 했데.

왕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원숭이들이 목욕을 했지.

그중에 꼭 왕비님처럼 우아하게 목욕을 하는 멋쟁이 원숭이도 끼어 있었어.

멋쟁이 원숭이는 왕비처럼 보석 치장을 해 보는 게 소원이었어.

그러던 어느 날, 왕비님이 목욕을 하러 찾아왔어.

두 명의 시녀가 왕비님의 목욕 시중을 드는 동안, 한 명의 시녀는 옷과 보석을 지켰어.

멋쟁이 원숭이는 나무 뒤에 숨어서 보석을 훔칠 기회를 엿보았지.

드디어 때가 왔어. 시녀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 거야.

멋쟁이 원숭이는 살금살금 다가가 왕비의 진주 목걸이를 목에 걸고는 쏜살같이 숨어 버렸어.

하지만 멋쟁이 원숭이는 걱정이 되었어.

그렇게 예쁜 목걸이는 다른 원숭이들도 몹시 탐낼 것이 뻔했으니까.

그래서 진주 목걸이를 아무도 모르는 나무 구멍 속에 꽁꽁 숨겨 놓았지.

잠에서 깨어난 시녀는 깜짝 놀라 외쳤어.

"누가 보석을 훔쳐 갔습니다. 왕비님께서 제일 아끼시는 진주 목걸이예요!"

이 말을 들은 경호원들은 도둑을 찾느라고 법석을 떨었어.

한참 뒤, 웬 말라깽이 남자가 끌려왔어.

"네가 왕비님의 목걸이를 훔쳤느냐?"

임금님이 묻자, 남자는 너무도 무서워 그만

"네." 하고 거짓말을 했어.

"그럼, 어서 그 목걸이를 내놔라!"

왕비님의 말에 남자는 어찌할 줄을 몰랐지.

"사, 사실은 외눈박이 보석 장수에게 팔아 버렸어요."

남자는 엉겁결에 또다시 거짓말을 하고 말았어.

이번에는 외눈박이 보석 장수가 끌려왔어.

"이 사람한테서 진주 목걸이를 샀지? 어서 그것을 내 놓아라!"

임금님은 다짜고짜로 보석 장수를 다그쳤어.

아무 영문도 모르는 보석 장수는 벌벌 떨면서 아무렇게나 둘러댔지.

"사, 사기는 했지만, 절, 절에 계신 스, 스님께 드렸어요."

스님이 끌려오자, 임금님은 좀 부드럽게 지금까지의 일을 이야기했어.

"그 목걸이는 왕비가 가장 아끼는 것이라오. 내가 다른 보석을 줄 테니 그 목걸이만은 돌려주시오."

스님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어.

'내가 목걸이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하면, 앞의 두 사람이 큰 벌을 받겠군.'

스님은 곧 꾀를 짜내 둘러댔어.

"임금님, 그 목걸이는 찾을 수가 없답니다. 제가 떠돌이 악사에게 주어 버렸거든요."

스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왕비님은 그만 기절하고 말았어.

"여봐라, 빨리 가서 떠돌이 악사를 끌고 오너라!"

임금님은 화난 목소리로 명령했어.

"걱정 마십시오. 왕비님. 온 나라 안을 다 뒤져서라도 꼭 찾아내겠습니다."

경호원들은 이렇게 말하며 우르르 달려 나갔어.

조금 뒤, 경호원들은 떠돌이 약사를 꼴고 돌아왔어

"네 이놈! 냉큼 그 목걸이를 내놓지 못할까, 어서!"

임금님은 대뜸 으름장부터 놓았어. 영문을 모르는 악사는 눈을 멀뚱거리며 벌벌 떨기만 했지.

"목걸이를 내놓지 않으면 네 목을 자르겠다."

이때 악사는 스님이 자기에게 눈을 찡긋거리는 것을 보았어. 눈치를 챈 악사는 얼른 둘러댔어.

"다이아몬드인지, 진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걸 뚱뚱보 식당 아줌마에게 준 것 같기는 해요."

뚱뚱보 식당 아줌마가 붙잡혀 왔어. 힘이 빠진 임금님은 낮은 목소리로 물어보았어.

"저 악사가 준 진주 목걸이를 어서 내놓아라."

"저 악사는 한 번도 본적이 없어요. 그런데 목걸이를 어떻게 받지요?"

뚱뚱보 식당 아줌마는 떡 버티고 서서 당당하게 말했어. 그리고 떠돌이 악사를 째려보며 막 따졌어.

"이보슈, 난생 처음 보는 양반! 어째서 그런 엉터리 거짓말을 한 거요?"

그러자 악사는 스님에게 따졌어.

"난 당신을 본 적조차 없어."

"진주 목걸이는 커녕 유리 목걸이도 주지 않았어."

"난 정말 정말 억울해요."

잡혀 온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삿대질을 하며 끝도 없이 따지기 시작했어. 임금님과 왕비님은 기가 막혀 말도 나오지 않았지.

"꼭 원숭이들 같이 꽥꽥거리는군!"

이 말을 들은 지혜로운 대신이 손가락을 딱 튕겼어.

"참, 왕비님이 목욕하시는 연못가에 원숭이 나라가 있지요?"

왕비님은 고개를 끄덕였어.

"왕비님이 목욕하실 때 원숭이들이 엿보곤 하지요?"

왕비님은 그렇다고 했지.

"왕비님 목걸이를 훔친 범인은 따로 있는 것 같군요. 제가 목걸이를 찾아오면, 저 사람들을 풀어 주십시오."

지혜로운 대신은 왕비님 귀에다 대고 약속했어.

다음 날, 대신은 알록달록 유리 목걸이를 많이 만들었다. 그러고는 숲 속 연못가로 가, 원숭이들에게 그 목걸이를 걸어 주었지. 숲 속 연못가에 사는 원숭이들은 목에 건 목걸이를 자랑하며 뽐내느라 야단이 났어. 이것을 본 멋쟁이 원숭이는 그제야 안심이 되어 숨겨 두었던 진주 목걸이를 꺼냈어. 멋쟁이 원숭이는 진주 목걸이를 목에 걸고, 왕비님처럼 우아하게 연못가로 나왔지. 아까부터 나무 뒤에 숨어 있던 대신은 재빨리 그물을 덮어 씌웠어. 그렇지만 목걸이만 뺏은 뒤 원숭이는 살려 주었데. 멋쟁이원숭이가 그래도 계속 왕비님 흉내를 냈냐고?

글쎄요. 동물원에 가서 한번 자세히 살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