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은빛별 이야기     원작/어니스트 에번톰프슨 시튼/    옮긴이/장태산

왜 사람들은 머리가 나쁘거나 건망증이 심한 사람들을 보면 세대가리라고 놀릴까?

내가 알기로 그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비유야.

아마 여러분들도 은빛별 이야기를 듣는다면 내 생각에 공감 할 걸.

가아…까 아 악

은빛별? 

은빛별이 뭐냐고요?

은빛별…

까 아 악, 까 악

가 아… 가아… 가아…

저 녀석! 저 녀석 이름이 바로 은빛별이야.

저 까마귀 떼들의 대장 까마귀!

사람들 눈으로는 다 똑 같아 보이는 까마귀 떼들 속에서 어떻게 은빛별을

구별 해 낼 수 있는지 궁금할 것이야.

까 악  까 악  까 아 악

그것은 은빛별의 특이한 생김새 때문이야.

은빛별은 눈과 부리 사이에 작은 구슬만한 점이 있어.

까 아 악

바로 그 흰점 때문에 은빛별이란 이름을 얻었고, 다른 까마귀들과 쉽게

구별될 수 있었지.

눈과 부리사이에 하얀 점이 있는 은빛별!

까 아 악

빠 악 (웬 돌이지?) 아야!

누구야?(웬 소년일까?)

아…

저…

죄송합니다. 까마귀한테 던진 건데 사람이 있는 줄 몰랐어요.

미안합니다.

까마귀?

까 아 악. 까 악…

까마귀가  떨어진 내 단추를 물고 날아갔어요!(소년)

그랬다. 녀석은 반짝이는 물체를 좋아했어.

유리조각, 예쁜 조개껍데기, 작고 빛나는 조약돌, 사기그릇 조각 같은 것들을

발견하면 호기심이 생기는지 물고 날아가곤 하거든.

마치 소녀들이 반짝이는 장신구들을 좋아하는 것처럼…

도련 님 어디 계세요? (하인이 부르려 왔어.)

도련 님!

도련 님!

어유! 저 간섭 쟁이 들!(소년)

가 봐야겠어요, 아저씨. 미안했습니다. 아저씨.

아…아저씨? 내가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냐? 그냥 형이라고 불러.

헤…♬ (소년)

도련님! 도련님!(하인들)

나 여기 있어! 여기 있다고!(소년)

도련님! 아이고, 도련님! 그렇게 갑자기 달려가시면 어떡해요!

그러다 넘어져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하인)

호들갑 좀 떨지 마!(소년)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다치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아시잖아요.(하인)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해.(소년)

……

만나서 반가웠어요, 아저씨!(소년)

뛰지 마세요!(하인)

형! 형! 아저씨가 아니라 형이라니까!

 누구지? 놀 랐 네(하인)

귀여운 꼬마였어.

까악, 까악, 가아… 까악.

까악, 까악, 까악(까마귀가 멀리 날아갔어.)

남자아이?

금발 머리에 예닐곱 살쯤 되어 보이는?

아!

토마스 씨 집에 요양 온 아이를 본 모양이구나.

요양이요?

그래, 무슨 유전병이라던데… 쯧쯧, 어린아이가 말이야.

도시보다는 공기 좋은 삼촌 집에 요양 차 왔다더라.

아, 그 어린것이…

까마귀 떼들은 날씨가 좋은 날에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낮게 날아다니지.

까 아 악, 가아, 까악.

까악, 푸드드!  까악

아저씨, 메롱!

또 만났네.

아저씨 까마귀들하고 친구예요?

친구?

까 아 악.

녀석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단다.

특히 은빛별하고는…

은빛별?

저기 보이는 저 놈!

눈과 부리사이에 동전만 한 흰점이 있는 놈!

그놈 이름이 은빛별이란다.

쳇! 말도 안 돼!

까마귀에게 무슨 이름이 있어요?

네가 잘 몰라서 하는 소리야.

녀석들은 이름을 받을 자격이 있어.

에이~. 말도 안 돼.

하하, 믿지 못하는구나.

좋아, 그렇다면 내가 증명해 주지.

자, 지금부터 잘 봐라. 내가 까마귀들의 생각을 너에게 전해 줄게.

말도 안 돼!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보자. 까마귀들이 우리에게 올 거야

말도 안 돼.

까 악, 까 아 악

저게 무슨 소리냐 하면, 사람이 서 있긴 하지만 위험하진 않은 것 같으니

안심해도 좋다는 소리야

말도 안 돼

봐라 스스럼없이 우리 주변을 날아 다니쟎니.

말도 안 돼. 우연의 일치일 뿐이예요.

훗!

마...말도 안 돼!

거 참! 왜 그렇게 쳐다보니?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니?

원래 새들은 사람들을 겁내서 가까이 오질 않는데 저 까마귀들은 아저씨를

따르는 것 같네요.

내가 그랬잖아. 녀석들과 나는 친구라고.

말도 안 돼.

내가 가끔 먹이를 주었더니 그걸 기억하는 것 같아.

믿을 수 없어

자, 지금부터 눈을 크게 뜨고 잘 봐라.

나무 막대기로 뭘 하시려고요?

녀석들이 나무막대기를 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렴.

어?

까 아악. 까 아악 까 아악

저 소리는 무엇인가를 들고 있어 위험할지도 모르니 조심하라는 신호야.

하지만 나무 막대기 정도는 크게 위험하지 않으니까

녀석들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잖니.

말도 안 돼

까 악 까 악

총은 왜 들고 오신 거예요?

설마 까마귀를 쏘려고 그러시는 건 아니겠죠.

총을 들고 있으면 까마귀들이 오지 않을 테니 총을 숨기고.......

말도 안 돼. 까마귀들이 총인지 막대기인지 어떻게 알겠어?

까 악 까 악  까 악 온다!

까 아 악 까악

녀석들이 가까이 왔을 때 총을 보이는 거야.

(스윽)

....... 

잘 봐라!

척!

까 아악

역시 은빛별!

까  아악 까 아악 푸드드드

봤지? 은빛별이 이렇게 소리친 거야.

‘ 이다, 조심해라! 위험하다, 하늘 높이 올라라!’ 라고

와!

말도 안 돼!

까 악 까 악

이제 내 말을 믿을 수 있겠지? 까마귀들이라고 무시할 수만은 없지.

(깍 까악 깍?)

까마귀 귀신이 사람으로 둔갑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는데.......

까마귀 귀신?

까마귀에 대해서 너무나 상세히 알고 계시잖아요.

누구나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알 수 있는 일이야.

보고 듣긴 했지만 까마귀들이 정말로 그렇게 똑똑할까요? 믿기지 않아요.

너, 단추를 잃어버렸다고 했지? 만약 단추를 물어 간 게 은빛별이라면 찾아 줄 수 있어.

확실치 않아요. 날아가는 까마귀 눈과 부리 사이에 흰점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무슨 수로 그걸 알겠어요.

가 보자. 어쩌면 찾을 수 있을  거야.

내가 은빛별의 보물 창고를 알고 있거든.

보물 창고?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며칠 전 산책길에서 우연히 은빛별의 보물 창고를 발견했다.

그렇게 경계심 많고 조심성 많은 녀석이 사람의 접근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열중해 있었다.

녀석의 발아래에는 반짝이는 잡동사니들이 잔뜩 널려 있었다.

유리구슬, 단추, 사기 조각  .......

은빛별은 그 반짝이는 여러 가지 물건들을 마치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 하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30분 정도 그것들을 가지고 놀던 녀석이 그 물건들을

감쪽같이 흙으로 묻어두고 그곳을 떠난 것이다.

네 단추를 물어 간 게 은빛별이라면 잃어버린 단추는 거기 있을 거야.

말도 안 돼.......

와! 진짜다, 진짜!

<예상대로 꼬마의 단추는 그 곳에 있었다.>

와! 아저씨는 정말로 박사예요. 까마귀 박사!

아저씨가 아니라 형이라 그랬지!

형, 형!

헤 헤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라니,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나?

그러나 은빛별의 보물창고를 본 것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누군가 자신의 보물 창고를 훔쳐 본 것을 눈치 챈 녀석이

보물을 다른 곳으로 옮겨 버렸기 때문이다.

녀석이 영리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철저할 줄은 몰랐다.

내 딴에는 티 나지 않도록 잘 덮어 두었는데 말이다.

시턴, 나와 봐라. 널 찾아온 사람이 있구나.

저를 찾아오셨나요?

드릴 말씀이 있어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저희 도련님께서는 선천적인 불치병을 앓고 있습니다.

혈우병이라고,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르게 되면 응고되지 않는 치명적인 병입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도련님이 뛰거나 넘어지지 못하게 따라다니곤 하는 겁니다.

혈우병!

안타까운 일이죠.

그렇다고 도련님을 가두어 놓을 수만도 없는 일이고.

알겠습니다.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신경 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런 청을 드리게 되어 송구스럽습니다.

아직 새싹도 키워 보지 못한 어린 생명에게 그런 가혹한 운명이.......

까 아악 까 아악 까 악 까 아악

‘말도 안 돼’ 가 이제 제법 까마귀들과 친해졌구나.

내 이름은 ‘말도 안 돼’ 가 아니고 토미라고요.

네가 나를 아저씨라고 부르는 한 나도 너를 ‘말도 안 돼’ 라고 부를 거야.

(뺏♬)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까악!

은빛별이다! 탁!

어? 저런!

떨어뜨렸다! 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