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글-생각하는 동화> 코너에 2002년부터 각 신문사 신춘문예 동화부문 당선작을 게제하기로 하였습니다. 말미에 당선소감과 심사평도 실었습니다. 혹시 저작권에 문제가 있다면 연락 주십시오. 동화 등록을 중단토록 하겠습니다. 많은 애독 바랍니다.

<2006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동화부문 당선작>

고추 잠자리에 대한 추억

첫사랑 얘기 해달라고? 아이고, 지겹지도 않니? 그런 소리. 아, 그래. 좋아좋아. 나만한 어른이라면 어린 날 잠자리 잡던 추억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지. 나도 그래. 그런데 내가 지금 말하려는 건 아주 아주 특별한 추억이야. 첫사랑 얘기 아니라고? 일단 들어봐.

내가 5학년 때, 그러니까 딱 너희들만 할 때의 일이야. 빠르긴 뭐가 빨라. 그렇게 말하는 녀석 양심에 손 올려 봐.

엄마는 자주 반찬통 보퉁이를 내밀며 나에게 심부름을 시켰지. 우리 집은 읍내에 있었는데 외삼촌이 좀 떨어진 시골 마을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었거든. 나는 보퉁이와 함께 스케치북을 자전거 바구니에 슬쩍 넣고는 바로 출발했지.

집을 빠져 나와 가게들을 끼고 달리며 나는 자꾸 입을 벙싯거렸어. 아직 하지 못한 방학 숙제, 그림 한 장을 삼촌한테 부탁할 생각이었거든. 알다시피 나는 그림은 딱 질색이잖아. 그 때도 그랬어. 오죽하면 엄마가 “어디 가서 외삼촌이 화가라고 말하지 마”라고 했을까?

길 양편으로 가로수가 죽 늘어선 국도를 씽씽 달리다가 들판으로 들어섰지. 나는 양쪽에 널따란 들판을 거느리고 휘파람을 불며 페달을 천천히 밟았어. 그 길은 아무리 달려도 싫증이 나지 않는 길이야. 지금도 방학이 되면 자전거로 그 길을 달려 보곤 해.

들판은 여름 끝물을 맞아 누르스름한 빛을 띠고 출렁이고 있었어. 머리 위로 뭔가가 어지럽게 돌았어. 자전거에서 내려 하늘을 올려다 봤지. 잠자리들이 원을 그리고 있었어. 투명하고 얇은 날개로 새파란 하늘에 금을 그으며 ‘윙윙윙’ 작은 소리를 내고 있었어.

“야, 그림 같다는 말이 바로 이런 거구나.”

자전거를 타고 휑하니 가버리기가 아까웠지. 나는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걸었어. 누른빛이 도는 벼들이 사르락 사르락 바람과 장난을 치는데, 잠자리 한 마리가 눈앞에서 8자를 그리며 날아다니는 거야. 그러다 자전거 바구니에 살풋 내려앉는 거야. 투명하고 촘촘한 망사 날개의 끝이 아차하면 찢어질 듯 얇았어. 어찌나 고운지 가슴이 설레ㅆ어.

검지와 중지를 나란히 펴서 살그머니 날개를 끼웠어. 요렇게. 잠자리 날개가 파르르 떠는데 손가락이 지릿지릿하는 거야. 빨갛고 긴 배가 꼼지락꼼지락 용을 쓰더라. 어쩌겠어? 아쉽지만 손가락 사이를 약간 벌려 줄 수밖에. 잠자리가 포르르 날아올랐어.

“윙윙윙.”

하늘이 소란했어. 올려다보니 하늘엔 온통 날개 소리뿐이야. 날갯짓 사이로 뭔가 수런수런해. 나는 귀에다 손나발을 하고 고개를 살짝 기울였지. 소리가 들렸어.

“햇살이 너무 따가워.”

“그래야 들판이 곱게 물들어.”

“나는 저어기 끄트머리에 있는 소나무 근처에서 놀 거야.”

“마을로는 가지 마. 아이들에게 잡힐 지도 몰라.”

“알았어.”

“제발 좀 같이 어울려 있어. 자꾸 혼자 어디로 가지 말고.”

“알았다니까.”

“윙윙윙.”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수런거리는 하늘을 두리번거렸어. 발그레한 잠자리들이 하늘에 줄을 그으며 빙글빙글 맴을 돌았어. 햇빛이 쨍하니 부셔서 오래 보고 있을 수가 없었어.

자전거에 올라타고 천천히 달렸어. 들판이 너울너울 어깨를 흔들고 있었어. 잠자리떼들이 벼이삭을 스치고 날아올랐어. 그 애들이 그렇게 살짝 퉁기고 지나가면 정말이지 이삭들이 노르라니 물이 드는 것 같았어.

들판 끝에 소나무가 대여섯 그루 서 있었는데, 거기서부터 마을이 시작돼. 거기에 다 와갈 때였어.

문득 한 소녀가 길을 막고 서 있잖아. 내가 자전거를 멈추고 내리자 소녀가 다가왔어. 괜히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뛰었어. 소녀가 모아 쥔 두 손을 내밀더니 자전거 바구니 위에서 활짝 폈어. 하얀 팔이 어쩐지 투명하게 느껴졌어. 빠알간 봉숭아 꽃잎이 주르르 떨어져 내렸어. 쫙 펼친 소녀의 손끝이 발그레 물이 들어 있었어. 알지? 봉숭아 꽃물. 후후, 내가 봉숭아 꽃물 들인 손을 좋아하는 이유, 이제 알겠어?

소녀는 살포시 웃는 듯하더니 몸을 돌려 마을 쪽으로 쪼르르 뛰어가 버리는 거야. 그리고 이내 골목으로 사라졌어. 말도 한 번 걸어보기 전에 말야. 바구니 속 보퉁이 위에 봉숭아꽃만 한 무더기 남아 있었어.

나는 자전거 페달을 세게 밟으며 소녀를 뒤쫓았어. 그런데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아. 나는 자전거 핸들을 잡고 몸을 이리저리 기우뚱거리며 달렸어. 낮은 담장을 낀 골목들을 두리번거리며 달렸어. 마을회관을 지나고 정자나무를 지나도 소녀는 흔적도 없었어.

저 멀리 길에서 한 꼬마가 뭔가를 하늘에 휘두르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게 보였어. 그러다 바닥에 엎어지듯 앉아. 자전거가 가까이 가도 모른 채 엉덩이를 치켜들고 있는 거야. 아이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저쪽으로 막 뛰어가. 자전거에서 내렸지. 아이가 앉았던 자리에 대소쿠리 하나가 뎅그러니 남아 있었어.

“얘, 소쿠리 가져 가!”

내가 불러도 아이는 부리나케 뛰어서 골목으로 사라졌어.

소쿠리를 집어들었지.

“앗!”

눈앞으로 뭐가 기우뚱 날아오르는 거야. 배가 빨갛고 날개가 투명한 고추 잠자리였어. 잠자리는 몇 바퀴 비틀비틀 날다가 담장 너머로 사라졌어.

“큰일 났네. 잠자리 잡아둔 걸 모르고…….”

참 난처했지. 아마 누구를 부르러 갔거나 잠자리채를 가지러 갔겠지. 미안해서 어쩌나 싶어 소쿠리를 들고는 한참 서 있었어. 근데 있지, 비틀비틀 날아가던 투명한 날개가 눈에 어른거리면서 아이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잠자리가 날아가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야.

나는 자전거 바구니에서 봉숭아 꽃잎을 쓸어 모아서 소쿠리에 담아 그 자리에 가만히 놓아두었지. 사과하는 뜻으로. 외삼촌 집에는 아무도 없었어. 냉장고에 반찬통을 주섬주섬 넣어 놓고 나왔어. 자전거 바구니에서 스케치북을 확인했지. 뒷산이나 들녘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을 외삼촌을 찾아 나설 생각이었으니까.

“어?”

마당 한 귀퉁이에 있는 작은 화단에서 누가 봉숭아꽃을 따고 있었어. 조금 전의 그 소녀야.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어.

“너, 어떻게?”

“어떻게 왔냐고? 날아왔지.”

아까처럼 바구니에 꽃잎을 주루루 쏟으면서 장난스레 말하는 소녀의 얼굴이 그럴 수 없이 해맑았어. 반가운 마음이야 이루 말할 수 없는데 나는 다음 말을 찾지 못해 우물거렸어. 설마라고? 너희들도 가슴 뛰는 사람 앞에 서봐. 아무리 수업 잘 하는 선생이라도 말이 막히는 거야. 잘 모르면서 설마래.

“너, 그림 그리려는구나.”

“응. 외삼촌한테 그려 달랄 거야. 저기 혹시……, 우리 외삼촌 알아? 그림 잘 그리는데.”

“아,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이니? 지금 저 뒤쪽 들판에 있는 거 봤어.”

“너, 이 동네 사니?”

“응, 저어기.”

소녀는 말로만 ‘저어기’ 하고 아무데로도 고개를 돌리거나 손짓을 하지 않았어.

“내가 그려 줄까?”

“네가?”

“그래. 이리 내 봐.”

마루로 다가오는데 다리를 절뚝거려. 놀라서 보는데 이마를 찡그리며 다리를 내미는 거야.

“따가워. 다리가 좀 긁혔어.”

소녀의 종아리에 생채기가 나 있었어. 나는 얼른 방에서 약통을 들고 나와 소독을 하고 약을 발라 주었어.

“고마워. 이리 줘 봐.”

소녀가 생긋 웃으며 내 손에서 스케치북을 낚아챘어. 마루에 앉아 스케치북을 펴고 이리저리 방향을 잡는 모습이 그럴 듯해. 나는 안으로 들어가 연필과 붓, 팔레트 등을 챙겨 나왔지. 속으로 얼마나 좋았겠어?

소녀가 꽃물 든 손으로 연필을 잡고 쓱쓱 스케치를 했어. 지붕 한 귀퉁이와 화단, 담장, 멀리 보이는 들판이 차례로 스케치북 위에 옮겨졌어. 나는 소녀가 시키는 대로 물도 떠오고 팔레트에 물감도 짜놓고 그랬지. 소녀가 쓱쓱 붓질을 하자 썩 괜찮은 그림이 그려졌어. 나는 입이 벌어지는 걸 감출 수가 없었지.

소녀가 붓을 놓고 일어섰어.

“이제 가 봐야겠어.”

“벌써?”

“응. 안녕.”

세상에, 내가 뭐라 말할 새도 없이 소녀가 쪼르르 문 밖으로 달려나가는 거야. 그리고 금세 사라졌어. 나는 너무 서운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스케치북을 내려다봤어. 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고 있었어.

나는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와 삼촌이 있다는 쪽으로 길을 잡았어. 논 사이에 있는 작은 둔덕에 외삼촌이 보였어. 나는 자전거를 세워 두고 뛰어갔어. 검게 탄 얼굴에 수염이 어지럽게 자란 외삼촌이 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있었어.

그림 속에 잠자리 여러 마리가 빙글빙글 날고 있었어.

“야, 잠자리네.”

“그래, 고추잠자리.”

“헤에, 아직 빨간 물이 안 든 고추잠자리구나.”

“하하, 그래. 아직 물을 못 들였다.”

그런데 잠자리들 뒤로 소녀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이는 거야.

“외삼촌, 얘는 누구야?”

“응, 잠자리 소녀.”

“잠자리 소녀라니, 이 애 알아? 이 동네 애야?”

“아닐 걸. 이 동네 애는 내가 다 아는데? 잠자리를 쫓아다니다 보니 그 애가 언뜻 언뜻 보이길래 배경 삼아 그렸어.” 외삼촌은 연필 끝을 가볍게 잡고 쓱쓱 선을 그었어. 잠자리 날개 끝이 빙글빙글 캔버스에 줄을 긋는 것 같았어.

캔버스에서 잠자리떼가 수런거리며 날아다녔어. 외삼촌의 머리 위로 잠자리 떼들이 빙빙 돌아. 캔버스의 잠자리들도 함께 돌아. 잠자리떼가 ‘바바바’ 소리를 내며 웃었어. 소녀가 화사하게 웃었어. 꽃물 든 손끝이 생각나는 거야. 나는 벌떡 일어났어.

“외삼촌, 나, 간다. 집에 반찬 갖다 뒀어.”

“벌써?”

나는 자전거에 후닥닥 올라타고는 페달을 막 밟았어. 외삼촌은 연필 든 손을 휘저어 인사를 대신했어.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달렸지.

외삼촌 집 마루에서 스케치북을 거두었어. 바짝 말라 있었지. 담장 밖을 두리번거렸지만 소녀는 없었어. 바구니에 넣고 올라타는데 뒤에서 누가 허리를 잡았어. 돌아보니 소녀가 뒤에 타고 있어. 헉, 그 기쁨이란!

“태워 줘.”

“집이 어딘데?”

“저어기.”

소녀가 꽃물 든 손을 들어 앞을 가리키고는 내 등에 머리를 기대는 거야. 나는 가슴이 쿵쾅거려 페달을 밟을 수가 없었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달렸지. 낮은 담장을 지나고 정자나무를 지나고 마을회관을 천천히 지나면서 나는 속력을 내기 시작했지. 신나게 달렸어. 소녀가 나를 꽉 잡았어. 소녀가 뭐라고 하는 것 같았어. 속력을 늦췄지.

"뭐라고 했어?”

“나, 혼날 거야.”

“왜?”

“혼자 놀러 나와서……. 다리도 다치고…….”

마을이 끝났어. 들판이 시작되는 작은 소나무 숲까지 왔어.

“여기서 내려 줘.”

자전거를 세웠어.

“태워줘서 고마워. 그리고 아까 잡혔을 때도…….”

“아까 잡혔을 때?”

내가 고개를 갸웃했어.

“아까 무슨…….”

“나를 기억해 줘. 네 스케치북에…….”

소녀는 소나무 쪽으로 절뚝거리며 뛰어갔어. 소녀의 등 뒤에 대고 소리쳤지.

“그림, 고마워.”

소녀가 돌아보며 손을 흔들었어.

“잠깐, 이름이 뭐야?”

소녀는 벌써 소나무 뒤로 몸을 감추었어. 소나무 뒤로 뛰어가 봤어. 소녀가 없어. 이리저리 둘러봐도 없어.

들판 위에 잠자리 한 떼가 윙윙 날고 있었어. 하늘에 휙휙 금을 그으면서. 잠자리 한 마리가 기우뚱거렸어. 금이 삐뚤어졌어.

날개 소리 사이로 수런수런 무슨 소리가 들렸어. 나는 쫑긋하며 귀를 기울였어. 바람이 소리를 후루루 훑어 가버렸어. 잠자리떼가 내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다가 저쪽으로 멀어져 갔어.

그제서야 대소쿠리에 갇혔다가 후루루 날아가던 잠자리 한 마리가 언뜻 생각났어. 소스라쳐 스케치북을 열어 봤어. 봉숭아꽃이 핀 꽃밭 뒤 담장에 작고 발그레한 잠자리 한 마리가 사뿐히 앉아 있었어.

“아!”

손가락에 잠자리 날개의 감촉이 파르르 느껴졌어. 고개를 들었어. 멀어져 가는 잠자리떼 뒤에 한 마리가 처지는 거야. 몇 바퀴 더 돌다가 아래위로 곡선을 그리며 천천히 날아갔어. 나는 스케치북을 마구 흔들어댔어.

잠자리 떼가 점처럼 작아지다가 사라졌어. 하늘이 텅 비었어. 내 가슴에 쨍하고 금이 하나 그어지는 느낌, 참 아릿하더라.

거짓말 같다고? 우리 집에 와 봐. 그 애가 그려준 그림이 아직 있으니까. 그보다 잠자리 잡지 마. 잡더라도 꼭 놓아줘. 알았지? 자자, 이제 공부하자. <<끝>>

<동화 당선소감>

빨간 잠자리가 나는 새파란 하늘, 그 눈 시린 하늘이 늘 가슴에 담겨 있었던가 봅니다. 그저 그런 희부윰한 하늘을 볼 때에도 문득문득 그 옛날의 하늘이 보이고 그리움에 가슴이 아릿했으니까요.

잠자리 따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유년의 한 조각이 이 동화를 쓰게 했습니다. 함께 뛰놀던 동무들은 아직도 아이 모습 그대로 내 기억 속의 들판에서 마구 달리며 까르르 웃고 있습니다. 그걸 기억하는 나는 울컥 목이 멥니다만.

오랫동안 내 안에서 빙빙 돌던 잠자리 한 마리를 이제 하늘로 날려보냈습니다. 넓은 데서 동그라미를 휙휙 그으며 잘 날겠지요.
정말 기쁩니다.
내 손가락 끝을 떨게 하던 그 얇은 날개가 참 오래도록 살아 있더니 이렇게 큰 기쁨이 되어 이제 가슴이 떨리게 하네요.
혹시나 하고 기대하고 있었으면서도 막상 당선 전화를 받았을 때는 뜻밖이 되어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딴에는 진정하느라 가슴을 눌렀습니다만 비죽비죽 비어져 나오는 기쁨을 어쩔 수가 없어 마침내 환호를 질렀습니다.
내 삶에 우연히 다가온 동화와의 기쁜 인연에 오늘은 하나 더 보태어 불교신문사와 심사위원님들로부터 눈부신 하늘과 튼실한 붓 한 자루를 선물 받은 기분입니다. 큰 선물,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제 이 붓으로 아이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동화, 기대하며 기회를 주신 분들께 부끄럽지 않은 동화, 성심껏 그리겠습니다.
동화를 가까이하고 동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게 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행운입니다. 단어들을 이리저리 굴리며 문장을 낳을 때 느끼는 희열감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데 할머니가 되어서도 아이의 마음으로 아이들과 얘기하는 글을 쓰며 살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행복합니다.
늘 격려하며 이끌어 주신 글나라 선생님과 문우들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 기쁨과 고마움을 잊지 않고 갈고 닦아서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항상 동화를 읽고 쓰며 동화 속에 사는 행복한 동화 작가가 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동화 심사평>
2006년 신춘문예 동화 부문 응모작은 모두 260편으로, 이것은 중앙 일간지의 그것과 비교해도 크게 손색이 없는 분량이라 생각한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올해는 단순히 응모작의 숫자만 증가한 게 아니라 질적 수준의 현저한 향상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작품을 읽고 일차적으로 5편의 작품을 선별해 다시 정독했다.

‘목탁새와 아기 스님’은 절에서 태어나 자란 아기 스님의 천진무구한 행동에 절의 큰스님조차 깨달음을 얻는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큰스님이 열반에 드시면서 장기기증을 약속하고 장례의식을 거부했다는 결말부문은 최근 입적한 어느 큰스님의 일화를 연상케 하거니와, 글의 후반부로 갈수록 ‘선재 스님’의 꾸민 데 없는 순수함보다 큰스님의 깨달음으로 무게 중심이 쏠린 것이 아쉽다.

‘천년의 혼을 담은 소리’는 지난 봄 우리를 경악케 했던 낙산사의 화재와, 그 이후 탄생한 첼로와 바이올린을 제재로 한 작품이다. 우리 일상사에서 제재를 취해 아름다운 작품으로 환골시킨 솜씨는 인정되지만 첼로와 바이올린으로 새 몸을 얻은 화자(낙산사 대웅전 원통보전 대들보)를 의인화하고도 유효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했다.

‘봉숭아 할머니’는 남북 이산가족의 슬픔을 동화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네 살 난 어린 딸과 헤어진 어머니가 오십년 만에 북쪽의 딸을 만나면서 오랫동안 닫혔던 말문이 터졌다는 줄거리의 이 작품은 매우 감동적이지만 동화적 상상력이 다소 부족한 듯했다.

‘저승사자에게 잡혀간 호랑이’는 우리에게 친숙한 호랑이 이야기 두 편을 엮어 새롭게 창작한 작품이다.

이 글은 일종의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옛날 이야기를 주고받는 할머니와 손자의 다정한 대화와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서로 뒤섞이면서 화자와 청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확장시키고 있다.

‘고추잠자리에 대한 추억’은 초등학교 5학년 담임선생님인 화자가 자신의 첫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그 대상이 실제 여학생이 아니라 고추잠자리였을지도 모른다는데 이 작품의 아름다움이 있다.

또한 이야기를 구수하게 이끌어나가는 솜씨나 어휘구사력도 만만치 않은데다가 동심의 상상력을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활용하고 있어서 당선작으로 뽑는데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좋은 작가가 되길 기대하며, 정진하기 바란다. 장영우(문학평론가.동국대교수)

<<다음카페 文藝感性에서 옮겨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