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진실>과 <위선>이 길에서 만났다.
「안녕하십니까?
진실이 말했다.
「안녕하시오!」
위선이 대꾸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썩 좋지는 않습니다.」
진실은 한숨을 쉬었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세상이 아주 힘들게 하지요.」
「네, 이해가 갑니다.」
위선은 진실이 입은 넝마조각을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말했다.
「며칠째 아무 것도 먹지 못한 것같군요.」
「네, 사실은 그렇습니다.」
진실은 인정했다.
「요즘 세상에는 나를 고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사람들은 나를 외면하거나 놀리지요. 이제 나도 지쳤습니다. 내 자신도 왜 이런 수모를 당해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참고만 계십니까? 나를 따라 오시오. 어떤 방법으로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주리다. 당신도 나처럼 먹고싶은 만큼 먹지 못할 이유도 없고 이렇게 값비싼 옷을 못 입을 이유도 없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있을 때 내 말에 반대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시오.」

그래서 진실은 잠시동안 위선을 따라다니기로 했다. 위선이 마음에 들어서이기 보다 너무 배가 고파서 당장 뭔가 먹지 않으면 기절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도시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 걸었다. 위선은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으로 길을 안내했다.

「웨이터! 이 식당에서 가장 비싼 고기와 디저트, 그리고 오래된 와인을 가져오시오.」

그는 주문했다. 그리고 그들은 오후 내내 먹고 마셔댔다. 드디어 더 이상 배가 불러 먹지 못하게 되자 위선은 식탁을 주먹으로 꽝꽝 치면서 지배인을 불렀고, 지배인은 즉시 뛰어왔다.

「이런 형편없는 식당이 어디 있소?
위선이 화를 냈다.
「저 웨이터에게 한 시간 전에 돈을 주었는데 아직까지도 잔돈을 가져오지 않는단 말이오!」

그 지배인은 웨이터를 오게 했으나 웨이터는 그로부터 동전 한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뭐라고?」
위선은 소리쳤다. 식당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돌아봤다.
「믿을 수가 없군! 법을 잘 지키는 착한 시민들이 들어와서 음식을 먹는데, 그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훔치려 하다니! 이런 새빨간 거짓말쟁이 같으니라고! 나를 한 번은 속였지만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을 거요! 여기 있소!」
그는 식탁 위에 금조각을 던졌다.
「자! 이번에는 잔돈을 가져오시오!」

그러나 식당의 평판을 나쁘게 할까봐 두려워서 지배인은 금을 가져가지 않고 대신에 위선이 처음에 주었다고 주장하는 음식값에 대한 거스름돈을 가져왔다. 그러더니 그는 웨이터를 불러 못된 놈이라며 욕을 하고 쫓아내겠다고 말했다. 웨이터가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항의를 거세게 하자 지배인은 그를 더욱 믿지 않았다.

「아, 진실이여! 당신은 어디 숨어있습니까?」
웨이터는 탄식을 했다.
 「당신은 이제 열심히 일하는 영혼까지 버리시는 겁니까?」
 「나는 여기 있소.」
진실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순간적으로 내 허기가 판단을 흐려놓았소. 하지만 위선에게 약속을 했으니 지금은 말하지 못하오.」

진실과 위선이 거리로 나왔을 때 위선은 큰 소리로 통쾌하다는 듯이 웃더니 진실의 등을 탁 치며 말했다.
「자, 이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소? 내가 참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소?」

그러나 진실은 그로부터 떨어졌다.

「당신처럼 인생을 사느니 차라리 굶어 죽겠소. 」
진실은 대답했다. 그래서 진실과 위선은 서로 헤어져 각자의 길을 향했고 두 번 다시는 같이 여행하지 않았다.

[윌리엄베네트/최홍규 옮김/미덕의 책-평단문화사]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