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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의 나무처럼 살게 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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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의 나무처럼 살게 하소서
이승훈(재욱)
나무처럼 살게 하소서
이파리 무성하고 둥근 지붕처럼 아늑한
들판 가운데 서 있는 나무이게 하소서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쉼을 주고
삶이 지칠 때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들판의 나무처럼 서 있게 하소서
이파리에 무성한 소리를 달아
귓속까지 시원한 바람으로
내 아래 누운 이의 영혼과 육신을 씻어주는
들판의 나무처럼 살게 하소서
나를 찾아와 기대어 쉬고
말없이 뒷모습을 보이며 떠날 때도
아무 바람 없이 기도하게 하소서
겨울 밤 누군가 외로워 찾아오면
나목의 가지에다 푸른 밤하늘의 달을 걸어
가슴 시리도록 눈물 흘리게 하소서
두려이 밤길을 걷는 이에게는
잠깐 들어와 의지하고 픈
어둠 속에서도 둥지를 드러나게 하소서
수시로 나의 표피를 뜯어내고
내 가지를 부러뜨려도
평화로이 그저 지켜만 보게 하소서
비바람이 몰아쳐 넘어질 듯 휘우청거려도
금세 추슬러 우뚝 서 있는
우듬지 낮은 들판의 나무이게 하소서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그 아래에서 쉬고 싶고
힘들 때면 언제나 찾아들고픈
들판의 나무처럼 살게 하소서
두려움과 외로움이 걷히고
모든 고난조차 사라져
이제 더 찾아오는 일 없어도
저는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게 하소서
아무 바람 없이 그를 위해 기도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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