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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골동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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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음 벨소리에 금이 간 액정...
숫자가 지워진 자판에...
닳고 닳은 모서리...
이제는 돈 주고도 못 구하는 골동폰 폴더 휴대폰...
아들은 아버지의 그 낡은 휴대폰이 늘 창피했다.
"아버지, 제발 그 폰 좀 버리시면 안대요? 새거 사드릴게요.
누가 보면 제가 돈도 못 버는 줄 알겠어요.
사람들이 자식들이 못 됐다고 욕 한다구요."
아들의 말은 묵묵히 듣고 있던 아버지는 한숨을 크게 쉬더니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 매장으로 향했다.
"미안하지만...이 휴대폰에 저장된 문자들을 새 휴대폰으로 옮길 수 있겠소?"
"너무 오래된 거라 고객님의 기종으로는 어렵겠네요."
"그럼 됐소!"
아버지는 씩씩대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휴대폰 매장을 뛰쳐나갔다.
"왜 싫으시다는 거예요?"
"휴대폰 절대 안 바꾼다!"
'대체 문자 메세지가 뭐 어쨌다는 거야?'
모두가 잠든 깊은 밤,
가족들 몰래 아들은 아버지의 휴대폰을 조심스데 들춰보았다.
10년전,
고등학생이었던 그가 장난스럽게 보냈던 문자메세지.
아버지 문자 영구보관함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버지에게 보냈던 문자들이,
투박하지만 애틋함이 담겨 있는 어머니의 문자들이 거짓말처럼 가득했다.
아버지의 휴대폰은 흐믓했던 순간들을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한 세상에 단 하나뿐이 보물창고였다.
이젠 스마트폰 없는 하루를 상상하기도 힘들지만
가끔 잊는다.
휴대폰의 진짜 기능이 무엇이었는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자주, 더 많이, 더 자유롭게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진 휴대폰은
쉴새 없이 날리는 톡 메세지들
사이에서 소중한 사람들의
'말'하나 하나를 놓치고 만다.
그의 아버지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휴대폰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소중한 사람을 더 깊게 사랑할 수 있는 마법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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