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분들과 한달에 한번씩 만나는 모임이 있습니다. 수녀님도 있고 대학강사도 있고 백수도 있고 카톨릭 신자도 있습니다. 그 날은 3월인데도 겨울비 같은 봄비가 추적추적 내렸죠. 그래도 사람들이 하나 둘 따뜻한 대중방으로 찾아듭니다.

부산에 계시다가 곧 가리봉동 성당으로 가신다는 아가사 수녀님도 오셨습니다. 우리 식구들 먹인다고 사과와 귤을 한봉지 들고, 하긴 빵 사온 사람, 옛날 과자 사온 사람, 밥 맛있다고 공양간 가서 밥 챙겨 먹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수녀님께서 칠복다방 이야길 미소 머금은 얼굴로 조용조용 말씀해 주십니다. 수녀님도 버스타고 가다가 중간부터 들어서 그 곳이 어딘지는 모르신답니다.

그 다방은 예나 지금이나 커피가 700원 이랍니다. 커피를 마시고 나면 이렇게 물어 본다는군요.

"고구마와 감자가 있습니다. 어떤 걸 드릴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한결같은 질문을 한답니다.]

"이렇게 해서 남아요?"

이 질문에 아주머니가 하시는 말씀이랍니다.

10여 년 전 이웃집에 한 부부가 살았답니다. 그 집에는 어린 아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부부싸움을 하던 그 집에 어느 날 불이 났습니다. 남편이 술 마시고는 불을 질렀죠. 그 불에 부부가 다 타죽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꼭 안고 있던 그 아이는 다행히도 살아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꼭 안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얼굴과 온 몸은 화상으로 엉망이었어요. 그때부터 이 아이를 데리고 살았습니다.

아이가 커질수록 아이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가 그 아이를 피하고 멀리했지요.

이 아이를 위해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 아이가 사람들을 만나거나 볼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다방을 시작했다는 군요.

그 다방 아주머니 말씀이, 지금도 이 다방을 통해 그 아이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냄새를 맡으며 지내고 있답니다.

이 아이 이름이 칠복이랍니다.


자료제공: <감동적인 글 모음>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