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가락

간호사로 일할 때의 일이다.

아침에 출근해 보니 아직 진료가 시작되기에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25살 남짓 되어 보이는 젊은 아가씨와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주머니가

두 손을 꼭 마주 잡고서 병원 문 앞에 서 있었다.

아마도 모녀인 듯 해 보였다.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그들을 향해 말했다.

"아주머니, 아직 진료 시간 되려면 좀 있어야 하는데요.

선생님도 아직 안 오셨어요."

"......."

"......."

내 말에 두 모녀가 기다리겠다는 표정으로 말없이 마주 보았다.

업무 시작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두 모녀는 맞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작은 소리로 얘기를 주고받기도 하고, 엄마가 딸의 손을 쓰다듬으면서 긴장된,

그러나 따뜻한 미소를 보내며 위로하고 있었다.

잠시 후, 원장 선생님이 오시고 나는 두 모녀를 진료실로 안내해드렸다.

진료실로 들어온 아주머니는 원장님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얘, 얘가 제 딸이예요. 예, 옛날에,

그러니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외가에 놀러갔다가 농기구에 다쳐서

왼손 손가락을 모두 잘렸어요.

다행히 네 손가락은 접합 수술에 성공했지만,

근데, 네, 네 번째 손가락만은 그러질 못했어요..."

"....."

"다음 달에 우리 딸이 시집을 가는데요. 사위 될 사람은 괜찮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디 그런가요...

이 못난 어미 때문에 어린 마음에 상처만 많이 받았을텐데...

그래도 결혼반지 끼울 손가락은 주고 싶은 게 이 못난 어미 바람이예요.

그래서 말인데 늙고 못생긴 손이지만 제 손가락을 잘라

접합수술이 가능할런지...."

그 순간 딸도 나도 그리고 원장선생님도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원장님은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한 채

"그럼요. 가능합니다.

예쁘게 수술할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두 모녀와 나도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부모의 마음이란...


<제공: 밀담결맘의 행복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