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젊은 의사 짐 위더스는 병원 근처를 지나다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노숙인들을 보게 됩니다. 다가가 병원진료를 설득해도 경계하는 그들을 병원에 오게 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필요하면 찾아오라’가 아닌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직접 찾아가겠다’고 마음먹은 짐은 노숙생활경험이 있는 자원봉사자에게 노숙인들이 모이는 후미진 길목으로의 안내를 부탁했습니다. 그들이 경계할까봐 스스로 노숙인 차림을 하고 의약품과 물병을 가득 담은 가방을 둘러맨 ‘거리의 의사’로서의 짐의 여정은 그날 밤부터 시작됩니다.

일주일에 5일, 정규진료를 마친 밤시간 동안 피츠버그 어두운 골목을 누비며 보낸 지 23년, 노숙인 복장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정성껏 치료해주고 용기를 주던 30대 젊은 의사는 이제 50대가 되었습니다. 처음엔 그의 마음이 잘 닿지 않았습니다. 보살피고자 했던 노숙인들로부터는 외면당하거나 쫓겨나기 일쑤였고 의사 사회로부터는 밤마다 노숙인들을 만나러 가는 이상한 의사로 취급받기도 했습니다. 짐이 시작한 이 일에 지금은 제자들까지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밀쳐냈던 노숙인들은 그가 나타나면 팔을 벌려 안아줍니다.

23년간을 ‘거리의 의사’로 밤을 불태운 그에게 얻은 것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거리의 사람들에게서 제 자신을 보는 겁니다. 주의력 결핍으로 직장에서 쫓겨나 노숙인이 된 30대 전직 소방수, 파일럿으로 하늘을 누비다 인생의 굴곡에 의해 거리로 내몰린 50대 남성, 불의의 사고로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잃은 40대 가장, 암을 선고 받고 가족들에게 짐을 지우지 않으려 거리의 삶을 택한 20대 젊은 여성... 어느 누가 자신은 결코 노숙인이 안될 거라 장담할 수 있습니까? 누군가에게 무엇을 베푼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북회귀선의 작가 헨리 밀러는 ‘거리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면 모두가 다 가짜다’라고 단언합니다. ‘나에게 있어 진짜 영웅은 역사책이 아니라 어린 시절 악행을 한 나의 코피를 터뜨린 브룩클린의 어느 소년이었다’는 회고와 함께. 무관심과 불관용에 팔을 걷어 부치고 거리에서 변화를 만들어 내는 평범한 우리가 진정한 영웅이라는 의미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