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행복한 왕자(저학년) |
거리의 광장 한복판에 행복한 왕자의 동상이 높게 세워져 있었습니다. 이 동상은 온몸이 황금으로 싸여 있었고, 두 눈은 사파이어였습니다. 그리고 칼자루에는 루비가 박혀 있었습니다. 드높이 솟은 동상은 언제나 번쩍번쩍 빛났습니다.
"참 아름다운 와자님이야. 저 빛나는 사파이어 눈 좀 봐."
사람들은 광장을 지나칠 때마다 동상을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어떤 부자는 부러운 듯이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내 동상도 저렇게 멋지게 만들고 싶군. 나는 부자니까 말이야."
어느 가을날 저녁, 스산한 바람에 나뭇잎이 흩어지고 있었습니다. 제비 한 마리가 광장 위로 날아올랐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따뜻한 나라에서 겨울을 지내기 위해 벌써 날아갔는데, 이 제비만은 아직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아, 너무 피곤해. 어디 잘 만한 곳이 없을까?"
이렇게 생각하며 광장 위 하늘을 몇 바퀴째 날던 제비는 문득 왕자의 동상을 발견했습니다.
"잘 됐어. 오늘 밤은 저 동상의 발 밑에서 지내야겠다."
제비느 가볍게 날개를 접고 내려와 앉았습니다. 어느덧 해는 저물고 광장에는 등불이 하나 켜졌습니다.
"내일은 남쪽 나라로 꼭 날아가야해. 빨리 자야지."
이렇게 생각하며 제비는 날개 속에 머리를 넣으려고 했습니다. 그 때, 제비의 머리 위에 빗방울이 하나 떨어졌습니다.
"어? 비가내리나? 이상한데, 하늘에는 별이 총총한데."
제비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는 순간, 도 한 방울이 떨어졌습니다.
제비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것은 비가 아니라 왕자님이 흘리는 눈물이었던 것입니다.
"왕자님, 어떻게 된 겁니까?"
"제비야,내가 살았을 땐 늘 행복했기 대문에 눈물을 흘린 적이 없었어. 그런데 이 높은 곳에 서 있으니 불행한 사람들이 많이 보여서 눈물이 자꾸 나오는구나. 지금도 저 건너편 집 아이가 앓고 있는데, 어머니는 돈이 없어 약도 사 주지 못하고 울고만 있어. 제비야, 내 칼자루의 루비를 떼어 저 집에 갖다 주고 오지 않겠니?"
제비는 부리로 왕자의 루비를 뽑아 내서, 앓고 있는 아이가 사는 집으로 날아갔습니다. 아이의 어머니는 제비가 떨어뜨리고 간 루비를 발견하고는 아주 기뻐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다음 날이 되자, 제비는 남쪽 나라로 날아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왕자가 제비에게 또 부탁했습니다.
"제비야,하루만 더 있다가 가면 안 되겠니? 저 건너편 다락방에 사는 젊은이가 훌륭한 책을 쓰고 있는데, 가난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불도 피우지 못하고 있어. 저 젊은이에게 내 사파이어 눈을 갖다주면 고맙겠어."
"뭐라고요? 눈을 떼어 내라구요? 전 못 해요."
"난 괜찮아. 제발 부탁이야."
마침내 제비는 왕자의 눈에서 사파이어를 떼어 내어 그 젊은이의 다락방으로 날아갔습니다. 그날 밤, 그 다락방에 난롯불이 타는 것을 보고 왕자는 기뻐했습니다.
제비는 내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남쪽 나라로 날아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자 왕자는 제비에게 다시 부탁을 했습니다.
"미안해, 제비야. 한 번만 더 내 부탁을 들어줘. 저 거리 모퉁이에서 성냥을 파는 소녀가 있는데, 성냥을 도랑에 빠뜨리고 울고 있어. 내 왼쪽 눈의 사파이어를 저 소녀에게 주었으면 좋겠어."
"그럼 왕자님은 볼 수 없게 되잖아요. 그렇게는 할 수 없어요."
"괜찮아, 난 상관없어. 부탁한다, 제비야."
하는 수 없이 제비는 왕자의 남은 사파이어 눈마저 떼어 내어, 소녀가 있는 거리 모퉁이로 날아갔습니다. 성냥팔이 소녀의 눈물은 곧 기쁨의 눈물로 변했습니다. 제비는 이제 장님이 되어 버린 왕자를 두고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먼 나라에서 자기가 경험한 신기한 일들을 날마다 왕자에게 얘기해 주며 왕자의 곁에 머무르기로 했습니다. 어느 날 왕자가 말했습니다.
"제비야, 난 이제 볼 수가 없으니, 나 대신 네가 다니며 가엾은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 주겠니?"
제비는 이곳 저곳을 날아다니며 많은 것을 보았습니다.
"저 불쌍한 아이들은 집이 없나 봐. 신발도 신지 않았군. 얼마나 춥고 배가 고플까......"
"아니, 저 집 창가에 있는 아이의 얼굴은 너무 해쓱하군. 어디 아픈가 보다. 그런데 옷이 다 떨어졌네. 얼마나 추울까......"
"가엾은 아이들이 정말 많구나. 그런데 거리에는 화려하게 차려입고 번적거리는 마차를 타고 다니며 행복해하는 사람도 있고......"
제비의 눈에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왕자님은 제비의 얘기를 듣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몸의 황금을 떼어서 불쌍한 애들에게 나누어 주자."
그 날부터 제비는 왕자의 몸에서 떼어 낸 황금 조각을 입에 물고 날아다니며, 가난한 사람과 병든사람, 그리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왕자으 몸은 황금이 다 덜어져 나가서 아주 흉하게 변해 갔습니다. 어느덧 겨울이 왔고,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보기 흉하게된 왕자의 몸에도 차가운 눈이 내렸습니다.
"아아, 추워."
왕자의 몸에 기대어 떨고 있던 제비가 왕자에게 가냘픈 소리로 말했습니다.
"왕자님, 이번엔 정말 이별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남쪽 나라로 가는 거니?"
"아니에요. 그보다 더 먼 나라로..... 안녕, 왕자님!"
제비는 그렇게 말하고는 쓰러져서 왕자의 발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때, 왕자의 동상 안에서 뭔가 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바로 왕자의 심장이 깨어지는 소리였습니다.
다음 날 아침, 광장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행복한 왕자의 동상을 보며 말했습니다.
"아니, 왕자의 동상이 언제 저렇게 흉해졌지?"
"황금도 루비도 없어졌군."
"게다가 발 밑에는 더러운 제비까지 죽어 있군 그래."
사람들 사이에 있던 부자도 한 마디 했습니다.
"저 동상을 빨리 없애고, 새로운 멋진 동상을 세우도록 합시다."
그 날, 사람들은 행복한 왕자를 끌어내려 공장으로 가져가 녹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부서진 왕자의 심장은 아무리 녹여도 녹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그 심장을 죽은 제비와 함께 쓰레기장에다 버렸습니다. 그 날 밤이었습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있을때, 하늘에서 아름다운 천사가 내려왔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것을 하늘 나라로 가져오라는 명령을 받은 천사였습니다. 천사가 말했습니다.
"가장 귀한 두 가지는 왕자님의 따뜻한 마음과 이 착한 제비야."
왕자의 부서진 심장과 제비의 시체를 품에 안고 천사는 하늘 나라로 올라갔습니다.
|
|
|
|
|
HOM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