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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남감 병정(저학년) |
놋쇠로 만들어진 장난감 병정 스물 다섯 개...
낡은 놋쇠 주걱을 녹여 만든 병정들이 빨갛고 파란 군복을 차려 입고 어깨에 총을 메고 똑바로 서 있었다.
사내아이는 생일날 선물로 받은 놋쇠 병정들을 책상 위에 나란히 세웠다. 장난감 병정들은 모두 똑같았는데, 하나만 외다리였다. 맨 나중에 만들어져 놋쇠가 모자라 그런 모습이 되었다. 그런데도 외다리 병정은 늠름하고 씩씩하게 서 있었다.
병정들이 늘어선 앞에 한쪽 다리를 번쩍 올리고 춤을 추는 종이 인형이 있었다. 춤추는 아가씨는 머리에 큼직한 금박 장미를 달고 있었다.
‘오, 나와 같은 외다리 아가씨로군, 내 색시로 삼아야지.'
외다리 병정은 속으로 생각하며 춤을 추는 아가씨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때였다.
“내가 불러도 못 들은 체하다니. 그냥 두지 않을 테다!”
책상 위에 놓인 담뱃갑 속에서 난데없이 튀어나온 꼬마 도비가 투덜댔다.
다음 날 아침, 사내아이가 인형들을 창가에 늘어놓고 있는데 갑자기 바람이 휙 불어 와 외다리 병정이 창 밖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꼬마 도깨비의 심술이었다. 아이는 곧 외다리 병정을 주우러 나갔지만 갑자기 비가 내리는 바람에 그냥 돌아오고 말았다.
“여기 장난감 병정이 있어. 종이배를 만들어 태워 보내자. ”
이웃집 개구쟁이들 손에 들어간 외다리 병정은 종이배에 실려 도랑물에 떠내려 가다가 컴컴한 하수구 앞에 이르렀다.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이 종이배에 춤추는 아가씨와 함께 탔다면 무섭지 않을 텐데..’
하수구에 살고 있는 큰 시궁쥐 한 마리가 나타나 지나가려면 표를 내놓으라며 협박했다. 외다리 병정은 어깨의 총을 단단히 거머쥐고 대꾸하지 않았다.
얼마를 더 내려가자 쏴쏴 하는 소리가 들렸다. 강으로 접어든 것이다. 종이배와 외다리 병정은 빠른 물살에 휩쓸려 물 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외다리 병정은 외다리로 서서 춤을 추는 귀여운 아가씨를 볼 수 없게 된 일이 무엇보다 슬펐다.
그 때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잘가오.전사여!
죽음의 문턱을 건너더라도 항상
용감해야 하느니.
다음 순간, 물고기 한 마리가 다가와 외다리 병정을 꿀꺽 삼켜 버렸다. 하수구 속보다 캄캄하고 비좁은 물고기의 뱃속...
외다리 병정은 정신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어깨의 총을 더욱더 단단히 거머쥐었다.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물고기 뱃속으로 한 줄기 밝은 빛이 비쳐 들었다. 외다리 병정을 삼킴 물고기가 어부에게 붙잡혀 우연히도 사내 아이의 집 요리사에게 팔린 것이었다.
그토록 그리워한 사내 아이의 방!
춤을 추는 귀여운 아가씨도 그대로였다. 외다리 병정은 너무 반가워 눈물이 날 것만 같았으나 꾹 참고 춤추는 아가씨를 바라보았다. 춤추는 아가씨도 외다리 병정을 마주 보았다.
그 때 갑자기 사내아이가 외다리 병정을 난로 속으로 던져 넣었다. 이번에도 꼬마 도깨비의 장난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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