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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구두 수선공 부부가 한 농부의 집에 세들어 살고 있었다. 구두 수선공은 구두를 만들고 고치는 일로 근근이 살아갔다.
추운 겨울, 하나뿐인 외투를 번갈아 입던 구두 수선공과 아내는 새로운 양털 외투 한 벌을 마련하기 위해 꼬박 이 년이나 저축을 했다. 그렇게 하고도 모자라 꾸어 주었던 돈을 받아 보태려 했으나 되돌려 받을 수가 없었다. 속이 상한 구두 수선공을 새외투를 장만할 돈으로 술을 마셔 버렸다.
“양털 외투를 입지 않아도, 따뜻하기만 하네. 다만 아내가 바가지를 긁을까 봐 좀 걱정이긴 하지만.”
중얼거리며 길을 걷던 구두 수선공은 교회 앞에서 벌거벗은 채 웅크리고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잠깐.. 이 추운 날씨에 벗고 있다니 얼마나 추울까.”
그냥 지나치려던 구두 수선공은 자기의 외투와 장화를 벗어 벌거벗은 사나이에게 주고 집으로 데려갔다.
“아내가 잔소리깨나 하겠군.”
아내 마트료나를 생각하니 구두 수선공은 기가 팍 죽었다. 하지만 마음은 신기하게도 따뜻함으로 가득 찼다. 예상대로 아내는 남편이 한 일을 탐탁치 않게 여겼다.
“착한 사람이라면 벌거숭이로 있을 리 없어요. 그런데 이 사람을 어디서 데려왔지요?”
“교회 모퉁이를 돌려고 하는데, 이 사람이 덜덜 떨면서 웅크리고 있지 않겠소. 이 한겨울에 벌거벗은 채로 말이오. 그냥 두고 오면 죽을 것 같았어. 그래, 하느님이 날 이끄신 거야.”
남편의 말을 들으며 낯선 사나이를 바라보는 동안 마트료나의 마음은 어느 새 누그러졌다. 그래서 따뜻한 물 한 잔과 먹다 남은 빵 조각을 가져다주었다.
“도대체 당신은 무슨 일로 어디서 왔소?”
“하느님의 벌을 받았습니다”
사나이의 이름은 미하일이었다. 미하일은 구두 수선공 부부와 함께 지내며 일을 돕게 되었다. 얼마 뒤 미하일의 훌륭한 솜씨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구두 수선공의 가게는 여기저기서 주문이 밀려들고 손님이 줄을 잇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미하일이 구두 수선공의 집에 온 지 6년이 지난 어느날, 한 아주머니가 쌍둥이 딸 둘을 앞세우고 구두를 맞추러 왔다. 쌍둥이 가운데 한 아이는 한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미하일은 일손을 멈추고 아이들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나는 이 아이들의 친어머니가 아니랍니다. 이 아이들의 부모는 일찍 세상을 떠났지요.”
원래 하느님의 심부름꾼이었던 미하일은 쌍둥이의 어머니의 영혼을 거두어 오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받았으나, 거역해 벌을 받은 것이었다.
“하느님은 제게 말씀을 거역한 죄로 세 가지 어려운 질문을 내리셨습니다. ‘사람의 마음 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세가지 였지요, 세 가지 물음의 답은 ‘사랑, 자신이 바라는 만큼 살 수 없다는 것, 또 사랑 이었습니다.”
미하일은 이어서 말했다.
“하느님께 내쫓긴 제가 찾은 곳은 교회였습니다. 그러나 교회 문이 닫혀 추위에 떨고 있을 때 주인님께서 절 발견했지요. 주인님의 얼굴에는 죽음이 드리워져 있었으나, 곧 거짓처럼 밝아졌습니다. 저는 주인님의 얼굴에서 하느님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주인님의 아내는 남편보다 더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으나 남편이 하느님의 이야기를 하자 얼굴이 곧 온화해졌습니다. 저는 그 때 사람의 마음 속에 ‘사랑’이 깃들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걱정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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