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1536 ~ 1584)

퇴계 이황과 함께 조선 시대의 큰 학자로 꼽히는 율곡 이이는 1536년 강릉 오죽헌에서 이원수와 신사임당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 사임당은 이이를 낳을 때 태몽으로 검은 용이 바다에서 집으로 날아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이의 어릴 때 이름은 ‘현룡’이었고 이이가 태어난 방을 ‘몽룡실’이라고 하였습니다.
  어려서부터 총명했던 이이는 어진 어머니이자 훌륭한 스승이기도 한 신사임당에게 글을 배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3세 때 ‘석류’라는 시를 지어 신동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였습니다. 13세 때 진사 시험에 합격하여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고, 그 뒤 아홉 차례나 과거를 보았는데 모두 장원 급제하여 '구도 장원공'이라 불렸습니다.

  외갓집에서 자란 이이는 8살 때 경기도 파주의 율곡촌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이는 이곳의 이름을 따서 호를 ‘율곡’으로 정했습니다. 이이와 어머니 신사임당과의 관계는 매우 각별하였습니다. 하루는 어머니가 병으로 자리에 눕자, 이이는 어머니 옆을 떠나지 않고 정성껏 간호하였습니다. 그래도 병이 빨리 낫지 않자 어린 이이는 혼자 외할아버지의 사당에 가서 빌었습니다.
  “할아버지, 우리 어머니를 빨리 낫게 해 주세요.”
  이처럼 이이는 지극정성으로 부모를 공경하고 효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어느 날 그런 이이에게 한 노인이 물었습니다.
  “너는 부모님에게 효도를 참 잘 한다던데 그런 마음이 어디에서 나오느냐?”
  “예, 어르신. 그것은 하늘이 내리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은 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이가 16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 신사임당이 세상을 떠나자 이이는 무척 슬퍼하였습니다. 결국 이이는 자신이 사랑하고 존경했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모든 생활을 접고, 3년 동안 어머니의 무덤을 지키며 시묘살이를 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13살 때 장원 급제를 한 이이는 바로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인생의 진리를 찾아보기 위해 금강산으로 들어가 불교를 연구하였습니다. 그러나 불교보다는 유교에 뜻을 두었던 이이는 29살 때에 다시 과거를 보아 장원 급제를 하였습니다. 이때 벼슬길에 나아간 이이는 임금에게 나라를 잘 다스리는 방법 3가지를 건의하였습니다. 그 3가지 정책은 첫째, 참되고 의로운 마음으로 정치를 하고, 둘째, 현명한 인물을 뽑아서 맑은 정치의 모범이 되어야 하며, 셋째, 백성의 생활을 편안히 하여 나라를 튼튼히 할 것 등입니다.
  이이는 다른 학자들과는 달리 스스로 농사를 짓고 대장간 일을 하면서 솔선수범하는 학자와 정치가의 길을 걸었습니다. 또한 부정부패를 철저히 물리치고, 백성들은 물론 벼슬아치들의 의식을 올바로 개혁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런 사상을 가진 이이는 ‘성학집요’를 지어 선조에게 바치면서 붕당정치의 폐단인 당파 싸움을 중지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이이는 벼슬을 그만두고 경기도 파주 율곡리로 내려가 백성들을 가르치고 올바른 길로 이끄는 데 힘쓰며 제자들을 가르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이는 학문 연구에 힘써 퇴계 이황, 화담 서경덕과 함께 조선을 대표하는 성리학자로 불립니다. 또한 이이는 중국에서 받아들인 ‘성리학’의 이념에 만족하지 않고 이황의 사상과 자기의 사상을 결부시켜 훨씬 더 발전 된 ‘성리학’의 체계를 남겼습니다. 그래서 이황과 이이의 성리학은 본 고장인 중국의 성리학보다 더 유명하였습니다.

  이이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10만 양병설’입니다. 일본에 갔다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이이는 앞날을 내다보며 군사 10만 명을 길러 서울에 2만, 그리고 팔도에 1만씩 군사를 양성해서 국경의 경비를 철저히 하고 적의 침입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이가 주장한 ‘10만 양병설’은 신하들의 반대에 부딪쳐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9년 뒤 임진왜란이 터졌을 때에야 이이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하였습니다. 이렇듯 이이는 10년 앞의 나랏일을 내다본 대학자입니다.

  이이는 1584년 4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항상 청렴결백하였고, 말뿐이 아니라 실천으로 옮겼으며, 언제나 나랏일을 걱정한 정치가이자, ‘성리학’을 집대성한 위대한 학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