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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minwooma7) 중등부 우수상
둥지와 목표 -‘바다에는 악어가 살지’를 읽고-


둥지와 목표
-‘바다에는 악어가 살지’를 읽고-

책을 읽기 전 ‘바다에는 악어가 살지’란 제목을 보고 ‘바다에도 악어가 살았었나?’하는 뜬금없는 생각을 시작으로 책장을 한 장 넘겼다. 시작부터 엄마와 아들의 이별을 알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엄마가 에나이아톨라에게 당부한 세 가지 약속과 “잘 있거라”라는 한 마디가 슬피 들린다. 열 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침착하고 성숙한 에나이아톨라의 말과 행동들이 더욱 안쓰럽게 느껴졌다.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파키스탄으로, 파키스탄에서 이란으로 터키로, 그리스를 지나 이탈리아까지. 이렇게 긴 여정을 거치는 동안 간접적이지만 직접적으로 표현된 불법체류자들의 삶과 에나이아톨라가 엄마와 한 세 가지 약속들을 충분히 어길 수 있었던 상황들이 펼쳐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대로 된 기초시설과 설사 다쳐도 옳게 치료받을 의료시설은 물론 제대로 된 약 하나 없는 곳에서 그들은 고된 노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모든 불법체류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라는 점과 이렇게 힘들 것을 알면서도 불법으로 국경을 넘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가슴이 아팠다.

가만히 생각해 본다. 매 끼니마다 식사를 해결할 수도 없고 안전하게 내 몸을 숨길 안정적인 공간도 없다면, 거기다 온통 낯선 사람으로 둘러싸인 속에서 땡전 한 푼 없는 빈털터리 신세의 내가 과연 어떤 생활을 할 수 있겠는가. 에나이아톨라처럼 다른 나라로의 밀입국을 선택할까, 기차역 앞에 신문지를 깔고 진을 치고 있을까. 아니 이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인신매매 업주들에게 납치되어 신체가 훼손된 채로 염산에 녹여지고 있을 수도 있겠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에나이아톨라는 삶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었고 잘못된 판단으로 도둑질이나 살인과 같은 범죄를 충분히 저지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에나이아톨라는 빗속을 뚫고 지나가는 우산처럼 힘든 역경을 이겨내고 최종 목적지인 이탈리아에 도착해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목표와 굳은 의지가 있었기에 끝까지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

‘둥지’와 ‘목표’는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는 단어들이다. 둥지라는 나의 안식처가 있기에, 의욕을 돋궈주는 목표가 있기에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중요하지만 가치를 잘 느끼지 못하는 둥지와 목표의 중요성을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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