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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지원 (kimjh1815) 초등 고학년 최우수상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우동
‘우동 한 그릇’을 읽고

두호남부 초등학교 4학년 2반 설지원

요즘 뉴스를 보면 매일 같이 성폭력과 ‘묻지마 범죄’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다. 너무 메마르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나에게도 일어날까봐 무섭고 가슴이 콩닥콩닥 거린다. 이런 내 마음에 잔잔하게 다가온 책 한 권이 있다. 제목이 ‘우동 한 그릇’이라 음식이야기일 거라는 예상을 하며 한달음에 읽어 내려갔다.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책은 뜨거운 우동에서 뿜어져 나오는 김처럼 푸근한 이야기였다.

책을 읽어 내려가는 내내 가슴이 찡하고 내가 ‘북해정’이라는 우동집에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되었다. 어느새 ‘우동 한 그릇’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나도 ‘북해정’에서 세모자와 함께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을 먹은 것처럼 가슴이 따뜻해졌다.

일본에서는 섣달그믐이면 우동을 먹는 풍습이 있다. 그래서 북해정은 그믐날 아침부터 많은 손님을 치느라 바쁘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 북해정 주인이 막 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행색이 몹시 초라한 세모자가 들어왔다. 하루 종일 바빴고 피곤한 주인 입장에서는 귀찮을 법도한데 친절하게 손님들을 안내했다. 세모자는 달랑 우동 한 그릇을 주문했다. 그들의 처지를 눈치 챈 주인아저씨는 우동 한 그릇에 반 덩어리를 더 넣었다. 3인분을 주고 싶었지만 섣부른 선심에 세모자가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기 때문에 표시가 나지 않게 넣었다. 아저씨의 배려가 참으로 멋지다고 느꼈다. 그 덕분에 세모자는 우동 한 그릇을 오순도순 맛있게 먹고 섣달그믐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다.

나도 지난 여름방학 때 학원수업을 마치고 어머니와 동네 분식집에 간 적이 있었다. 그때 어머니는 집에서 점심을 드시고 오셔서 1인분만 주문했다. 주인아주머니가 짜증스런 표정을 지으며 불친절하게 대했다. 음식을 먹는 내내 눈치가 보이고 마음이 불편해서 체할 것 같았다. 이곳 포항에도 이렇게 친절하고 마음씨 좋은 주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모자는 그 이후로 매년 섣달그믐날 비슷한 시간에 북해정에서 우동 한 그릇을 시켜 나눠 먹었다. 주인아저씨는 중간에 우동 값이 올랐지만 세모자가 올 때면 예전의 가격표를 달아 놓고 그들이 앉았던 탁자는 예약석으로 해놓았다. 우동을 가운데 두고 세모자가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꽃에 아저씨와 나도 함께 귀를 기울였다. 교통사고를 내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기고 간 빚을 두 아들 덕분에 빨리 다 갚을 수 있었다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이 몹시 기뻐하는 모습에서는 나도 모르게 우리 집의 고민이 해결된 것처럼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우동집 아저씨의 따뜻한 배려가 세모자에게는 큰 용기와 희망이 되었던 것 같았다. 형인 시로도는 신문배달을 하고 동생 쥰이는 회사에 다니는 어머니를 도와 시장을 보고 매일 저녁밥을 준비했다. 어려울 때 가족끼리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며 힘을 합쳐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부모님께 늘 투정부리고 언니와 싸워 부모님을 속상하게 하는 나와는 너무나 다른 형제를 보며 나도 반성을 했다.

그 후로 십년이 지난 어느 섣달그믐날 소아과 의사와 은행원이 된 두 아들과 함께 어머니는 행복한 모습으로 우동집 주인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북해정을 찾아왔다. 그리고 오늘은 세 그릇의 우동을 시킬 수 있어서 기쁘다는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손님들이 박수를 쳤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그리고 마음으로 힘찬 박수를 보냈다.

‘우동 한 그릇’을 통해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 어려운 이웃을 대할 때 동정이 아닌 내가 가지고 있는 넉넉한 것을 조금 나누어 주는 것이 진정한 도움이고 배려이며, 비록 가난하고 힘든 생활이지만 꿈과 희망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진리를 깨달았다.

지금도 내게는 구수하고 훈훈한 우동 냄새가 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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