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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혜 (inhye5654) 중등부 최우수상


삶의 화살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고...)

부산 동 여자 중학교 3학년 6반 정 인혜

선과 악을 구분 지을 수 있을까. 인간이기 때문에, 살아야 하기 위해 우리의 태어나면서부터의 모든 행동의 근원은 선과 악 동시에서 비롯된다. 갓난아기였을 때, 우리는 그 순수한 인간의 모습을 선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을까. 누군가가 말하길 아기가 태어났을 때 울음을 터뜨리는 이유는 세상의 악을 접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말이 이 책을 읽으며 이렇게까지 와 닿은 것이 놀랍기만 하다.

데미안. 그 존재도, 믿음도 불분명한 것이 싱클레어를 흔들어 놓는다. 싱클레어는 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인생의 방랑자가 되어 하루하루를 고역스럽게 살아가곤 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내가 이 책을 읽기가 무척이나 겁이 났던 이유는 내가 이 책을 읽고 빠져나오지 못할 깊은 생각에 잠길 것만 같은, 나에게는 두려운 느낌이 너무 강했기에 이야기를 읽기 전 간추려놓은 요약본만으로 난 이 책에 깊이 접근해서는 안 된다 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보다 내 자신은 내가 잘 알기에 이 책은 결코 나에게 단순한 소설책이 되지 않을 것 이란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사실은 내 또래의 누구보다 나는 이 책의 철학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보았기에,술술 읽혀 넘어갔던 것도 사실 이었다. 그렇게 대충이나마 이 책의 철학과 데미안의 존재에 대해서는 깊다고도 할 수 있을 만큼의 이해가 되지만, 그만큼의 아쉬움도 없지 않았던 것 같다.

데미안은 굳이 싱클레어에게 삶의 극단적인 면들을 강조해야만 했을까. 그것이 얼마나 무섭고 고된 생각인지 아는 이 작가는, 어쩌면 그 모습을 즐기는 것이 아니었을까. 작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 싱클레어였던 기억을 이제는 우리에게 데미안의 모습으로 다가오려 하는 것을 많이 느꼈다. 굳이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다가와야만 했냐는 것이다. 싱클레어는 자신과 인생을 받아들일 준비와 자신이 없었던 탓에 극단적으로 살아갔던 것이 아닐까. 깊은 고뇌는 우리를 깨우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고통이라면 그것을 삼키는 방법 또한 알아야한다. 고뇌를 통해 자신을 삼키는 방법을 알게 되는 것 또한 우리를 깨우는 것과 함께 알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그것을 삼키는 방법을 아는 게 최종의 목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것을 싱클레어는 너무 오래 끌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나의 이러한 생각에 한 선생님께서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 하셨다. 그분은 자신이 여태껏 쌓아왔던 악들을 요즘 들어 씻어가려 노력중이고 그 악을 다시 되풀이 하지 않으려 노력중이며 선을 추구하기위해 세상의 악과 자신의 악과 싸우고 계신다고 하셨다. 그러나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선을 추구하는 것의 궁극적 목적은 자신의 편안함을 위한 것이고, 그 선의 끝은 없다하더라도 조금이나마 선을 실행하려 하는 것만으로 선을 쫒는 과정이겠지만 그렇게 지난날의 후회를 되새겨가며 선을 쫒는 과정에서 단지 그 선을 쫒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는 악을 대해야 함이 모순이 아닐까. 한마디로 선을 쫒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게는 악이 되어야 함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어느 하나가 선이 되려면 반드시 다른 나머지 하나는 악으로 다가오는 것이고 그 악이 무엇이든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그 분은 조금 자신이 숨겨온 내면을 보인 듯 잠시 생각에 잠기시더니 눈시울을 붉히셨다. 과연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그 지난날의 악이 무엇인지는 내가 알 수 없지만, 더 이상의 그 무늬도, 형태도 없는 선이라는 옷을 입기위해 자신에게 악이 되려는 안타까운 생각을 하지 않으셨으면 했다.

모든 이에게는 지금은 자신이 깊이 생각하지 않아 몰랐을 지도 모르지만 데미안이 들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선과 악을 구분 지으려는 그 알에서부터 나와야 함은 선과 악을 구분 짓는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날의 후회 또한 그 날들의 자신에 대한 악으로 다가옴에 두려워하는 것은, 하루하루 나이를 먹어가고 숨을 한숨 더 쉬어가는 자체가 악이라는 의미와 다를 게 무엇인가.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이기에 살아가며 찾아오는 삶의 성찰이라는 고통스러운 순간들에 화살표를 그려가며 나아가는 삶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 자세를 위해 우리는 준비 또한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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