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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zzanggu5) 일반부 최우수상

생일 아침이다. 이젠 내 생일 즈음에 몸이 아프시다는 어머니를 걱정하는 나이가 되었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내 얼굴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라고 한다. 출근하면서 비춰보는 거울의 내 모습에는 잔주럼과 흰머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머리가 큰 탓에 내게 맞는 모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테니스를 시작한 이후 모자를 쓰고 외출하는 버릇이 생겼다. 햇빛을 막아 준다는 것 말고도 모자가 갖는 또하나의 매력은 얼굴을 가려준다 것이다. 내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얼굴을 가려주는 모자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내 삶에서도 뭔가 감추고자 하는 아픔이 있어서는 아닐까?

입사를 하였다. 그냥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게 되어서인지 그냥 즐거웠다. 어느 날 저녁 모임에서 항상 웃는 얼굴이라서 늘 보기 좋았다는 말을 듣었다. 웃는 얼굴 덕분에 직장 생활이 편해졌다. 내 능력과 무관하게 웃는 얼굴이라며 능력 이상의 인정도 받게 되니 얼굴이라는 것이 참 신기하다.

감정 노동자라는 것이 있다. 육체적으로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화가 나도 슬퍼도 웃는 얼굴을 가져야만 하고 감정을 다스려야 하는 노동자를 말한다. 몸이 약한 내가 스스로 택한 직장에서의 내 지위도 쉽게 말하면 감정 노동자이다. 그래서 윗사람을 보고도 웃고 아래 사람을 보고도 웃는다. 더 나아가 나를 찾아오는 모든 사람을 항해 웃는 얼굴을 가져야 한다. 더 나아가 나는 가정에서도 웃는 얼굴을 가져야 하는 감정 가부장이다. 아이들을 바라보며 아내를 바라보면서 화가 나는 일도 슬픈 일도 그냥 웃는 얼굴로 그들을 바라봐야 하는 감정 가부장이다. 감정 노동자이자 감정 가부장이지만 때로는 의무적인 웃는 얼굴이 아닌 감정적인 내 얼굴을 보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삶의 무게가, 때로는 삶에 대한 책임감이 이러한 욕구를 가슴 속에 묻어 두게 한다.

작은 아이가 흰머리를 뽑아 주다 이마에 있는 흉터에 대하여 묻는다. 아빠가 어릴 때 조심하지 못해서 다쳤다고 했다. 머리카락이 나의 흉터를 가려 주듯 웃는 얼굴이 내 삶의 무게와 책임감을 가려주고 있는 것이다. 얼굴에 대한 책임감이 나를 더 힘든 감정 노동자로, 감정 가부장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벗어나고픈 이 책임감은 나이가 들수록 더 무거워짐을 느끼며 때로는 떨쳐버리고 도망을 가는 일탈을 꿈꾸는 것만이 내게 허용된 자유이다.

회사에서 웃는 얼굴 사진 콘테스트가 열렸다. 나는 이기대 바닷가에서 작은 아이가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제출했다. 웃는 얼굴을 보며 행복을 찾는 이벤트에 동참했다. 웃는 얼굴 뒤에 숨어 있는 바닷가처럼 웃는 얼굴 뒤의 책임감과 희생을 덜어 주는 힐링 이벤트는 없을까?

얼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40대!
나는 오늘 힐링을 위한 자유를 외치며 웃는 얼굴 속의 숨은 아픔을 받아 줄 넓디 넓은 바다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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