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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tnwls16) 중등부 우수상

누군가 내게 '시장은 너에게 어떤 의미니?" 라고 묻는다면 '추억‘ 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이제 갓 태어난 새싹이었을 때, 어머니의 등에 업힌 채 놀이터 삼아 설레임을 마음속에 가득 안고 다닌 그 오랜 세월들이 아른아른 기억에 남는다. 과자 한 봉지 먹고 싶어 손을 끌고 사달라고 했던 기억, 골동품을 몰라 호기심에 가득 찬 눈망울로 궁금해 했었던 기억과. 어렸을 때부터 다닌 시장 때문에 의미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며 곳곳마다 아는 시장도 많지만, 장시간 구경하다 몇 m도 안 되는 백화점을 볼 땐, 이곳과는 정말 차이가 크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다. 지하철 지하상가 구경을 하러 백화점을 지나갈 때면 시장과는 언뜻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항상 점원은 제품 홍보를 하며 제 시간에 (그들의 업무인,) 아침을 준비하고, 손님들은 이른 아침부터 북적이는 풍경은 나에겐 무척이나 익숙했다. 사람들에게 시장과 백화점과 비교를 하게 한다면 당연히 '백화점!' 이라고 외칠지도 모른다. 이 무더운 여름에도 에어컨이 틀어져 있어 외부 온도보단 덥지 않고, 시간에 맞춰 물 쇼(water show)같은 공연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시장이 구제품을 판다면 그 곳은 명품관과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그들이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시장의 전통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그들에게 약간의 안타까움도 느낀다.

비록, 나도 10대인 젊은 세대에 속하지만 주로 20.30대가 백화점 쇼핑하러 온 것을 볼 때면 아직 시장에 대해선 '무관심' 한 거 같다. 반면에, 시장 통엔 30, 40대 아주머니로 붐비는 모습이 눈에 자주 띈다. 그래서 한 번은 "왜 이런 차이가 날까?" 라는 의문이 생긴 적이 있다.
며칠 전에, 앞치마 두른 할머니께서 기다리(=미역 줄기) 장사하시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비틀어진 모양새를 갖춘 기다리(=미역 줄기)는 어머니께서 좋아하는 음식인데다 왜 그걸 좋아했는지에 대한 옛 추억의 이야기도 들려주셨다.
“내가 어렸을 때 할머니랑 시장을 많이 갔어.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께서 기다리(=미역 줄기)를 많이 사주셨는데 남매들과 마룻바닥 위에 걸터앉아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얼마나 맛있던지…. 인기 가수 못지않은 인기야. 그 때 추억으로 사 먹는 게지.”
다 다음 날 부턴가 그 때 그 똑같은 미역을 사다가 매콤한 미역무침을 해주신 기억이 난다.
시장을 구경하는 사람들에겐 각기 옛 추억을 되살리며 걷는 발걸음이 되지 않을까…?

"얼마 드릴까예?"
"부추 한 단 2,000원어치 주세요."
부침개에 넣을 부추를 사고, 비닐봉지를 보고선 무척 얼떨떨했다. 비닐봉지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양에, 그래도 나랑 왔다고 꾹꾹 눌러 담아 며칠 동안 먹을 양을 주신 것이다. 2,000원 못지않은 양엔 정말 믿기지 않아, 또 다시 한 번 멀뚱멀뚱- 들여다보게 되었다.
'백화점이나 근처 마트에서 부추는 한 단에 4,000원인데….'
분명 시장이 뭐가 그렇게 좋은지 아직 느끼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길도 좁고 혼잡하다고 해서 시장의 의미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많다.
시장은 ‘보물’이다. 왜냐, 장래에 시인이 되고 싶은 나에게 그곳은 동시 소재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횟집을 지나갈 때도, 사람들의 군데군데 표정에도 시장 옆에 위치한 자갈치 시장의 출렁거리는 바다, 사람들이 날리는 새우깡에 갈메기 떼들이 몰려와 먹으려고 경쟁하는 모습에 대해서도 시를 쓸 수 있다. 때론 자갈치 시장의 명물인 (숭어가 팔딱팔딱 뛰는 모습)에서도 그 숭어가 ‘나’였더라면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라고 표현 해보기도 하였다. 그런 소재들로 난, 글나라에 각기 다른 주제로 동시를 올리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내 경험에서 나오는 것들이겠지만, 시장에서 어떠한 소재를 고르기 위해 시간 내서 가기도 한다. 백화점에 없는 물건들도 많다. 내가 생각하기에 백화점은 남을 위한 인심이 빠져 있어, 그 곳에 대한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시장 골목 따라 발걸음을 딛으면 보이는, 떡볶이, 순대 파는 작은 분식집. 횟집…. 정겨운 생각도 들고, 흥정하면 하나라도 더 끼워주려는, 혹은 몇 푼이라도 더 싸게 해주려는 곳들이 많다.
어머니, 아버지… 장바구니 이고 온 아주머니, 할머니들도 장보러 가면 아마, 그 때 옛 시절을 회상할 것이다. 내게도 이 ‘시장’이란 곳은 내 삶의 교훈을 주는 곳이자, 추억을 만들어 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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