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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현 (bbunbbun2) 일반부 최우수상
엄마는 배부르단다.

지금으로부터 21년 전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너무 갑작스럽게 떠나셨기에 어머니와 형, 그리고 저에겐 아버지의 빈자리가 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정리되지 않은 부채도 있었기에 어머니가 느끼는 경제적 압박은 상당히 컸을 것입니다. 구멍가게에서 토큰을 팔고, 목욕탕에서 사람들의 때를 밀고, 야채를 떼어다 노점에서 팔고, 집집마다 방문하며 화장품을 팔고.
어머니는 손에 잡히는 데로 일을 하시면서 저희 형제를 키우셨습니다. 어머니는 항상 아침 일찍 나가셔서 밤이 늦어서야 집에 돌아왔습니다. 몸은 항상 피곤해 하셨지만 늦게 오시더라도 저희들의 먹을 밥과 반찬들을 준비하시느라 항상 새벽이 지나서야 잠을 청했습니다.
초등학생인 제게 그런 어머니는 불쌍하고, 안타까운 존재였습니다. 항상 일만 하시고, 발은 많이 걸어서 부어 있고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한 모습, 고생으로 얼룩져 있는 삶이 어머니의 삶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고생하지만 두 아들들은 굶기면 안된다고 생각하셨기에 직접 하신 반찬을 하루도 거르시지 않으셨던 어머니셨습니다. 엄마는 괜찮으니까 너희들은 공부에만 집중하라는 어머니. 그렇게 어머니는 두 아들들의 삶의 무게까지 함께 지고 계셨습니다.
초등학생이 자라서 어느덧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습니다.
시간은 흘렀지만 어머니의 삶은 많이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한창 공부하는 두 아들들의 경제적 뒷바라지를 위해 밤낮으로 일을 하고 계셨고, 집에 오면 자신의 몸을 돌보시기 전에 두 아들들을 챙기시기에 바쁘셨습니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삶이 많이 풍족해지고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저와 어머니가 함께 겪었던 20년 전에는 대한민국에서 여자 혼자 두 아들들을 키운다는게 만만치 않았습니다. 만만치 않은 것이 아니라 힘들었습니다. 옆에서 보던 초등학생의 아이가 이렇게 생각할 정도였으니 당사자인 어머니가 느끼는 삶의 무게는 얼마나 컸을까요?
제가 고등학교 1학년, 형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봄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날따라 조금 일찍 집으로 오셨습니다. 어머니의 손에는 무언가 가득 들어 있는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 어머니는 닭과 대추, 인삼들을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하셨습니다. 두 아들들 힘내라고 삼계탕을 해주실 모양이셨습니다.
뜨거운 불 앞에서 어머니는 삼계탕을 하셨습니다. 자신이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두 아들들 먹이기 위해서 자신의 피곤한 몸은 뒤로한 채 음식 만들기에 집중하고 계셨습니다.
“아들들 많이 먹고 힘내!”
어머니는 손으로 직접 아들들 먹기 좋게 닭고기를 찢으셨습니다. 아들들 그릇은 고기로 넘쳐 나는데, 어머니의 그릇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엄마, 엄마는 안 먹어?”저는 아무것도 드시지 않고 계신 어머니께 물었습니다.
“엄마는 음식 하면서 많이 먹어서 배부르까 아들 많이 먹으렴.”엄마는 웃으시며 대답하셨습니다.
그 때 저는 정말로 어머니가 배 부르셔서 안 드시는 줄 알았습니다. 이제는 다 컸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고등학생인 제가 이렇게 바보 같이 생각한 것입니다. 한번만 더 드실거냐고 물어볼걸......
저는 그렇게 말 없이 어머니가 해주신 삼계탕을 먹었습니다. 그런 아들들을 어머니는 미소를 머금고 보고 계셨습니다. 아들들이 맛있게 먹어주면 자신의 배는 부르다던 어머니. 사실은 뜨거운 삼계탕 냄비 옆을 지키시면서 아무것도 드시지 않으셨던 어머니였습니다.
그게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그렇게 어머니는 저희들에게 마지막 삼계탕을 끓여 주시고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름이 되면 삼계탕을 먹습니다. 많은 삼계탕을 먹어 봤지만 어머니가 해 준 그 사랑이 듬뿍 담긴 삼계탕은 맛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들들에 대한 사랑을 양념 삼고, 자신의 배고픔을 국물 삼아 만드셨던 삼계탕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 아니, 엄마. 엄마가 해주신 삼계탕을 지금은 먹을 수 없지만 그래도 그 맛은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어요. 아들이 잘 커서 결혼도 하고 아기도 생겼어요.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니까 엄마도 엄마 계시는 그 곳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사세요. 사랑합니다. 그리고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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