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나라우수작품
일기/생활문/수필
독서감상문/영화감상문
여러가지 독서 감상활동
설명문/논설문
기록문/기행문
동화/소설
편지글
동시/시
토론하기
작가님께 편지쓰기
독서신문 만들기
엄마,아빠가 쓰는 글
글쓰기마당 게시판
100자 책 추천마당
글나라 독서/글쓰기 대회
- 전체 대회 공지
- 편지쓰기 대회
- 백일장 대회
- 독서 감상문 대회
HOME > 글쓰기마당 > 글나라 독서/글쓰기 대회 > 백일장 대회
이명희 (mh1535) 일반부 우수상
내 운명은 거짓말쟁이!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예민한 나는 신경성 위염과 신경성 대장 증후군을 달고 산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 하지만 조금만 예민하게 군 날이면 어김없이 위와 장은 배배 꼬인다. 병원으로 달려가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다며 안 아프게 좀 해 달라 외칠 때면 철딱서니 없는 어린애 같다. 그런데 어쩌랴 아픈 것은 죽기보다 싫은 것을...
사는 것이 시끄러울 땐 친구들을 찾는다. 카페에 앉아 시댁 흉도 보고, 고민도 나누며 여기도 아프다 저기도 아프다 온갖 엄살을 부리며 무장해제가 된다. 언제부턴가 엄살을 부려도 통하지 않은 나이가 된 후부터는 어린아이 달래듯 살살 달래줄 친구들에게만 보여주는 내 진심이다.
몸이 아파 찾아간 의사에게도, 마음이 아파 찾아간 친구에게도 난 진심을 말한다. 그런데 왜 가족에게만은 진심을 말하지 못하는 것일까?
내가 아파할 때 나보다 더 아파할 사람이 가족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부터 내 삶은 온통 거짓말투성이 된 것 같다.
“아픈 곳은 없니? 요즘도 예민하게 굴고 있는 건 아니지?”
멀리 이사 온 딸의 상태를 확인할 수 없게 된 엄마는 유일한 방법인 전화로 내게 건강 상태를 물으신다. 난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민할 틈도 없이 대답한다.
“엄마! 완전 건강하죠. 나 하나도 안 아파요. 몸이 날아갈 듯 가볍고 요즘엔 장 트러블도 없어요.”
배가 부글부글 화장실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도 내 입에서 술술 나오는 거.짓.말.

엄마와 떨어져 멀리 이사온 이후로 기분이 쳐지는 나를 항상 신경 써주는 신랑은 점심시간에 전화로 내 기분을 확인한다.
“씩씩하게 밥도 잘 챙겨 먹고, 운동도 하고 있죠?”
역시 나는 뻔뻔한 거짓말쟁이가 되어 신랑을 안심시킨다.
“밥도 잘 먹고 운동도 다녀왔어요.”
신랑은 알까? 통화 후에 거짓말을 진실로 만들기 위해 겨우 밥을 챙겨 먹고 집 앞 공원을 잠깐 걷다 오는 나란 걸..

다른 사람에게는 솔직할 수 있는데 왜 가족에게만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 엄마도 신랑도 거짓말쟁이다. 건강 상태를 묻는 딸의 질문에 아픈데 없다며 늘 똑같은 대답만하는 엄마. 예민한 아내 더 예민해 질까 문제가 있어도 별거 아니라는 신랑. 우리 가족은 다 거짓말쟁이다. 서로를 너무 사랑하는 거짓말쟁이.

솔직함이 좋다지만 솔직해질 때 나보다 더 아파할 가족이기에 오늘도 나는 거짓말쟁이가 되고 만다.
나는 영원히 거짓말쟁이일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