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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수 (lsh1212) 고등부 최우수상
"세상에 존재하는 재밌고 신기한 것들이 잔뜩 있는 곳이야."
초등학교에 다니던 내가 일기장에 쓴, '시장'의 의미란 '재밌고 신기한 것들이 잔뜩 있는 곳'이었다.

나는 활발하고 적극적인 언니와는 다르게 소심하고 소극적인 아이였다. 운동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뛰어놀기는 좋아하는 언니와는 말 그대로 정반대인 나는, 밖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인형을 가지고 놀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 날 보며 엄마는 걱정이 많았다고 하셨다. 나의 소극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유치원을 웅변학원으로 보내기도 하고, 언니가 친구들과 밖으로 놀러 나갈 때면 언니의 손에 내 손을 쥐여주며 "현수도 같이 나가서 놀아."라고 말하기도 하셨다. 내 기억 속에 나는 늘, 주눅이 들어있고 빨개진 얼굴을 감추지 못하는 그런 아이였다. 이런 소극적인 성격 탓에 나는 곧잘 엄마를 따라 시장에 가는 언니와 다르게 시장에도 가지 않는, 스스로 새장 속에 갇힌 아이가 되어갔다.

사실 내가 언제 엄마를 따라 처음 시장에 갔는지 기억나진 않는다. 또한, 어떤 마음이 들어 처음으로 시장이라는 곳에 발을 내디뎠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내 일기장에 남아있는 희미한 기억 속의 처음으로 느껴본 시장은, 엄마의 말 그대로 '재밌고 신기한 것들이 잔뜩 있는 곳'이었다. 엄마가 우중충한 먹구름을 잔뜩 이고 다니던 나를 밝은 빛으로 이끌 수 있었던 계기 또한 시장이었다. 내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는 시장에 날 데리고 가면서 나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시장에서 들리는 많은 소리 중, 몇 년이 지난 아직도 기억에 남는 말이 한마디 있다. "엄마 따라서 시장 온 거야? 아유, 참 착하네. 앞으로도 엄마랑 시장 자주 와." 새우주 약국 앞에서 나물과 오이를 파는 할머니의 말에 나는 배시시 웃기만 했다. 그 생생한 풍경들과 할머니의 분홍색 꽃무늬 바지와 파마머리, 진심이 가득 담긴 할머니의 목소리, 그리고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아직도 내 가슴을 뛰게 한다. 어쩌면 그 말 한마디가 나를 시장으로, 아니 더 큰 세상으로 이끌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때부터 나는 집보다는 밖에 나가서 많은 것들을 보고, 만지고, 느끼면서 울고 웃을 수 있는 아이가 되었다. '세상에는 많은 것들이 존재하고, 많은 사람이 존재하고, 내가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것들이 참 많구나'를 시장에 가면서 느끼게 되었다.

지금도 엄마의 손을 잡고 시장에 가면 초등학교 때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시장에는 뭐 그리 맛있는 게 많은지… 양손 가득 짐을 들고도 더 많은 것들을 찾는 내 눈은 늘 바쁘다. 아직도 엄마와 시장에 가느냐고 놀라며 묻는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나에게 시장은 단지 어릴 적 추억이 담긴 곳이 아니라 내게 더 넓은 세상으로 걸어갈 용기와 힘을 주었다고, 꼭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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