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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미 (an98510) 고등부 우수상

산책길

“다녀왔습니다.”
집에 도착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된 지 3개월이 훌쩍 지났으니 처음처럼 성대한 환영식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서 오라는 인사정도는 받을 줄 알았는데, 조용했다. 모두 나간 모양이었다. 돌아올 때마다 매번 깨끗하게 치워져있는 방을 보면 나도 모르게 뭉클해진다.
“어머니…” 마침 아무도 없어서 조금 훌쩍였다.

고등학생이 됨과 동시에 집이 멀어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머니의 요리가 그립고, 자주만나지 못하는 친구들도 보고 싶지만
요즈음, 부쩍 살이 쪄서 그런지 유독 그리워지는 곳이 있다.
“시간도 남으니 한번 가볼까”
겨우 3, 4개월 정도 밖에 못 봤는데, 마치 몇 년 만에 본 듯 반갑기가 그지없다.
중학교 때의 등굣길이었던 산책로, 학교까지 걸어서 30분 정도가 걸리는 나만의 지름길이다.
용돈을 겸해서 받았던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걸어 다니기 시작하며 언젠가 우연히 발견했다.

생각해보면 이 길은 나의 아침 그 자체였었다.
자욱이 깔린 안개, 시원한 바람, 보일 듯 말 듯 한 햇빛. 매일 아침 7시 반에 집을 나서 우유 한 개를 마시며 천천히 걸어가곤 했던 그 길.
아쉽게도 막 2시가 넘어가는 한창때의 점심인지라 그때의 기분을 완전히 느낄 수는 없었지만 길 곳곳에 서려 있는 추억을 되새기기에는 충분했다.

“이 나무들… 전부 벚꽃나무였지…”
봄이 되면, 길을 따라 쭉 나있는 벚꽃나무에 꽃이 피어 아주 아름다워진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나도 모르게 노랫말을 흥얼거리면서 카메라로 풍경을 찍어대다 학교에 늦기도 했었다.

“이 강도… 아… 못본사이에 쓰레기가 너무 늘었다”
여름이 되면, 길옆으로 나있는 개천으로 햇빛이 반짝거렸다.
열심히 살 빼면 저기서 놀아야지. 그렇게 다짐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기숙사에 들어가면서 오히려 더 찌고 말았다.
“살빼면… 저기서 놀아야지”

“가을…”
좋아하는 남자애에게 고백해서 차였던 날, 사람이 많은 버스 정류장에 가기 싫어 산책길로 돌아갔다.
“그때 돌아가면서 또 한바탕 엄청 울었었지…”

“여기가 눈 쌓이면 엄청 예쁜데…”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던 겨울날, 온통 하얗게 변해버린 길을 보며 감탄을 터뜨렸었다.

“벌써 학교 앞이네”
이제는 돌아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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