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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은 (hrcho721) 중등부 우수상

내가 태어나고 13년만의 첫 이사라 들뜬 마음으로 이삿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옷장구석에서 뿌연 먼지가 내려앉은 까만 보물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나와 내 동생은 뿌연 먼지를 털어내고 혹시나 정말 보물이라도 들어있는 듯 잔뜩 기대를 하고 상자를 열었다. 상자 속에는 몇 십장 아니 몇 백 장의 사진들이 담겨져 있었다. 내가 아주 어릴 때, 나의 초음파 사진, 동생의 신생아 시절 사진, 그리고 엄마, 아빠의 결혼사진, 신혼초기 사진, 그리고 엄마 아빠의 20대 풋풋했던 청춘 시절, 10대 학창 시절 까지 지나온 세월을 모두 간직하고 있는 사진들로 넘쳐 났다.

엄마, 아빠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처음 보는 거라 너무 신기해서 나와 동생은 주방정리로 바쁜 엄마 아빠를 불렀다. 엄마, 아빠는 바쁜데 무슨 일이냐며 내방으로 오셨고, 수백 장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보고 우리보다 더 신기해하시고 마치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 좋아해 하시며 한 장 한 장 추억을 되새기셨다. 엄마 아빠는 이 사진, 저 사진에 담긴 추억 등을 이야기 해주시며 그때 그 시절을 되뇌셨다. 엄마가 한 사진을 손에 꼭 쥐시고는 뚫어져라 쳐다보며
“ 이땐 정말 예뻤는데……. 세월 앞엔 장사 없다더니“
하고 한숨을 쉬셨다. 엄마가 꼭 쥐고 있던 사진 안에 엄마는 긴 갈색 머리를 휘날리며 바다 앞에서 활짝 웃고 있으셨다. 그때의 엄마는 주름, 잡티 하나 없는 매끈한 흰 피부가 햇빛에 반짝 반짝 거릴 정도로 투명하고 아름다우셨다. 지금의 엄마도 물론 아름다우시지만, 정말 세월 앞에 장사 없듯 지금은 웃을 땐 눈가에 주름뿐 아니라, 목에도 하나 둘 주름이 생기고 피부는 많은 화장으로 탄력을 잃은 지 오래였다. 이 모든 주름이 나랑 동생을 위해 일하고 돈 버시느라 고생을 많이 하셔서 인 것 같아 죄송하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엄마는 엄마가 가장 예쁘고 젊으셨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으신지 세안 후 영양크림이나 아이크림을 꼼꼼히 바르신다. 나도 좀 바르려 하면 그 나이 때 세수만 해도 예쁠 나이 라고 부러워하신다. 젊음을 되찾고 유지하고 싶은 건 우리 엄마뿐 아니라 중년의 여성, 아니 모든 여성이 그럴 것이다. 그래서인지 시내에는 많은 성형외과나 피부과가 들어서고, 중년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보톡스나 필러, 주름 개선 치료 등 많은 시술이 생겨났다. 왜 이런 시술 또는 수술을 받아 가면서까지 아름다움과 젊음에 집착할까? 모든 여성은 자신이 젊고 예쁘기를 갈망한다. 특히 외모지상주의 또는 성형공화국(대국) 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에선 더욱 심하다.외모가 개인 간의 우열뿐 아니라 인생의 성패까지 좌우한다고 믿고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고, 외모가 연애나 결혼 같은 사생활은 물론이고 취업이나 승진 같은 사회생활 전반을 좌우하기 때문에 외모를 가꾸는 것에 열중한다.

유명 연예인들의 성형논란은 어제도 오늘일도 아니게 되었다. 오히려 성형사실을 떳떳이 밝히며 당당하라고 부추기는 추세이다. 그래서 그들은 잘 보이기 위해 선택받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성형을 택한다. 쌍꺼풀 진 큰 눈, 높은 코, 도톰한 아랫입술, 공장에서 찍어내듯 같은 얼굴들이 참 많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독특한 개성 없이 미의 기준에 맞춘 얼굴이 정말 예쁜 것 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모두 다른 모습과 성격을 지니고 태어난다. 알게 모르게 강요된 획일 된 미의 기준으로 우리 외모를 평가 할 순 없을 것이다. 여성들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어려보이고 싶어 한다. 그리고 무리하게 세월의 흔적인 주름을 감추려고 한다. 하지만 주름은 자기가 살아온 세월이 쌓여 생긴 증거이며 흔적이다. 늙는다는 것은 세월이 주는 단지 신체적 능력의 쇠퇴와 깊어지는 주름이 아니라 긴 삶을 견디고 산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다. 열심히 살아온 자신의 삶을, 세월을 감추고 없애려 할 것인가?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삶의 증거 인 주름을 사랑할 순 없을까. 오늘 주름 때문에 우울하신 엄마께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엄마, 주름 때문에 속상해 하지 마세요. 엄마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잖아요. 엄마. 엄마의 주름을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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