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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lsj8238) 중등부 우수상

6살, 작고 귀여운 곰 인형이 그려진 노란 캐릭터 가방을 메었을 때부터 15살,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지금 동안 가방을 메고 있는 나. 떼어도 뗄 수 없는 친구이자 약 9년 동안 나와 인연을 맺어 왔다. 도서관에서 지난 중간고사 시험 대비를 하기 위해, 쇼핑을 위해, 현장 체험 학습을 가기 위해, 특히 매일 아침 등에 짊어지고 학교를 등교하기 위해 다양한 용도로 가방을 짊어져 왔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이후부터 현관문을 지키는 그 가방은 침대가 아닌 입구에서 잠을 청하곤 하니 얼마나 피곤할까.
학교를 등교할 때 항상 지퍼를 열고 아침을 맞이하며 드르륵 드르륵- 지퍼가 열리는 소리와 함께 찢어지게 하품도 하지만 가져갈 물품들을 꼼꼼히 머릿속에 되새긴다. 선생님이 내주신 일본어 숙제 장은 일본어 책 사이에 끼여 있는지, 수저는 잘 들어 있는지, 필통 안에 지우개는 있는지 그리고 리코더, 스케치북은 보조 가방에 들어 있는지 점검하다 보면 분침은 어느 새 25를 가리키고 있어, 가방은 허겁지겁 아침 식사를 해치우고, 혹시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친구와 약속 시간을 맞추기 위해 헐레벌떡 초등학교 교문을 지나선다.
리코더는 직사각형인 교과서나 공책에 비해 3-4cm 길어서 인지 약속 장소에 도착하면 지퍼는 반쯤 열려있다. 이는, 퉁퉁- 거리며 육교를 지나서다 보니 가방도 숨이 차서 가쁜 숨을 가다듬으며 잠시 호흡을 하는 중이었을 것이다.

저어기 멀리서 검정색 가방을 메고 오는 친구가 보였다. 친구 가방도 바위의 무게와 만만치 않게 꽤 무거워보였다. 2주 뒤면 다가오는 2번째 기말고사이기에 짊어져야 할 짐의 양은 평소에 비해 2-3배 남짓. 거북이 등껍질처럼 항상 붙어서 매일 학교 오르막길을 올랐다. 하지만 시험 기간이 되기 1, 2주 전의 나의 가방 무게는 우량아를 업고 학교를 등교하는 기분과 동일하다. 하지만,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가급적 이러한 긍정적인 생각(positive mind)을 한다.
“내가 매고 있는 가방은 바윗덩어리같이 무겁지만 내 미래에 가지게 될 값진 보석은 이만큼 무게가 무거울 것이다.”
우리 학급이나 모든 타 학급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점심시간 종이 울리면 문의 열림과 동시에 쿵쾅쿵쾅 공룡 발자국들로 움직임이 부산하다. 나도 종이 울리기 3초전 ‘3, 2, 1 ’ 수저를 쥐고 종이 울리길 기다리며 급식실로 뛰어가다 보니, 가방은 홀로 남게 되어 외로움을 느끼는 듯한데, 가져온 교과서는 모두 사물함에 옮겨 둔지라 가방도 어느 정도 허기 졌을 것이다. 그러니, 활짝 입이 열린 채 잔반을 비우고 점심 식사를 줄 나를 기다렸으리라. 집에 가서 공부 할 자습서들을 모아다가 입 속으로 넣었다. 그 속은 초원의 동굴처럼 아주 깊고 웅장하였었다.

7교시 방과 후 시간을 마칠 때까지, 배고프면 나처럼 매점에 가서 간식을 사먹지 않는다. 비록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어 본 적도 없고, 짧은 농담을 주고받았던 적도 없지만, 매니저처럼 하교 시간이 되면 등에는 항상 등껍질이 붙어 있는 가방.
한 마디도 이야기를 나누어 본적은 없지만 유대감과 이심전심(以心傳心), 서로에 대한 마음과 마음의 전함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은 학원에서 수학 수업을 받고 집으로 귀가할 때면 피곤한 탓인지 침대 한복판에 가방을 내동댕이치며 소홀히 했었던 것을 이제는 반성하고, 1호 보물단지만큼 더욱 애지중지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나라 백일장 대회에서 ‘가방’ 이라는 소재로 첫 줄을 썼을 때는 내심 낯설었다.
6살부터 지금껏 작고 큰 가방과 9년이라는 세월을 흘러 보냈지만 가방에 대한 고마움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겁고 딱딱한 등껍질 같은 가방이 없다면 학교에서 내어 준 숙제는, 집으로 챙겨 가야 할 짐들은 무엇으로 가져갈까?' 라는 생각으로 하여금 가방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단순히, 교과서나 공책을 담는 ‘가방’ 이 아닌, 수련회 마지막 밤 학교 친구들과 캠프파이어를 했던 지난 가을, 중학교 입학한 이래, 처음으로 교단에서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상장을 표창 받았던 지난 4월의 행복했던 순간…. 새록새록 회상하게 되는 추억들을 모두 모아 평생 간직할 내 마음 속, 또 다른 ‘가방’을 마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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