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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순 (sophia92)	일반부 우수상
세상을 다시 보게 해주신 나의 시아버님께.. 아버님~ 요즘 날씨가 정말 좋지요? 바람이 간질간질 여기저기 꽃을 피우고 벌을 부르며 새싹을 틔우고 있어요. 흙냄새 풀 냄새 바람 냄새 여기저기 온통 따뜻한 냄새뿐이에요. 가끔 파란 하늘을 보면 아버님 어머님 모시고 돌아다니던 그곳들이 떠오릅니다. 그러고 보니 결혼하고 십 년 넘는 동안 이렇게 긴 기간 시댁에 안 간 것은 처음 인 것 같아요. 새로운 직장일과 공부가 힘에 버거워 올해는 많이 못 갈 것 같다고 통사정은 했지만, 막상 이렇게 떨어져서 몇 달 동안 못 뵙고 보니 바늘방석에 앉은 듯이 불편하고 목구멍에 생선 가시 박힌 듯이 불편해요. 아버님 어머님 얼마나 우리가 보고 싶으실까....... 그런데요 저도 그래요. 늘 만나오고 어울리고 함께한 느낌이 익숙해서 인지 저도 아버님 어머님이 보고 싶어요. 바쁜 와중에 몇 번씩 아버님 어머님 생각이 납니다. 옆에 계시는 다른 분들께 저도 모르는 새 아버님 얘기를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한답니다. 얘기 하다보면 참 재밌고 신나는 일들도 많았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자꾸 아쉬움만 쌓이네요. 다른 때 같으면 벌써 모시고 날씨 좋은 바닷가, 바다바람 이라도 쐬러 가자고 했을 테고 아버님이 걸어서 가시고 싶다던 백담사도 함께 가자고 했겠지요. 아니 벌써 아버님께서 저희들 오라고 하셔서 서울 투어를 시켜주셨을 거예요. 요즘은 마음은 있는 데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이렇게 상상만 하다가 말아버립니다. 언젠가 하늘도 바다도 아주 맑고 파래서 두꺼운 외투가 아니었으면 봄 인줄 알았던 그 겨울날, 어머니 아버님 모시고 함께 갔었던 그 바닷가 그 날을 기억하세요? 밑이 내려다보이는 구멍 뚫린 철 계단과 맛있는 생선구이. 참 맛있게 드시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자주자주 못해 드리는 것이 죄송하게 참 좋아하셨지요. 그런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가 자꾸 나오니 전 나쁜 며느리인가 봅니다. 아버님!~ 요즘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하루가 지나가 버려요. 그 바쁜 와중에 지나간 옛 일 들이 가끔 스쳐 지나갈 때가 있어요. 제가 결혼하고서 혼자 많이 힘들 때 아버님이 많은 힘이 되었었거든요. 일도 많고 식구도 많고 완벽하신 시어머님. 모든 게 힘들고 숨이 차서 죽을 것 같았던 그 때. 아마도 아버님께서 안계셨다면 지금처럼 행복한 결혼 생활은 꿈도 못 꾸어보고 끝났을 거예요. 지나치듯이 던지시는 따뜻한 말씀 한마디. 그리고 제 삶에 불어 넣어주신 새로운 바람. 아버님께서 절 새로운 문화에 노출 시켜주시지 않았다면, 결혼 생활과는 별개의 문제로 제 머리와 마음은 답답한 상태 그대로 그것이 갇힌 것인 줄도 모르고 끝나고 말았을 거예요. 시골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온 저를 아마도 아버님께서는 안타깝게 여기신 것이겠지요. 어리석은 저는 이제와 그 모든 게 아버님 사랑이었음을 깨닫습니다. 그런 모든 일들을 하나 둘 떠올리다 보면 한없이 부끄러워지고 감사한 마음이 가슴에 꽉 찬답니다. 언젠가 홍도에 가셔서 전화하셨을 때 아버님 그때 제가 아버님 전화가 얼마나 기뻤는지 아시나요? 친정아버지께도 한 번도 못 받아 본 대접받는 느낌. 그 사랑이 느껴져서 벅찼었지요. 감사하고 감사해서 지금도 그때 그 생각을 하면 마음속에 행복이 퍼집니다. 그런데 아버님 전 아버님께 드리는 것이 없네요. 일흔이 넘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경비를 서시느라 고생 하실 때 보면 코끝이 찡하고 가슴이 아프면서도 막상 현실적으로 도와드리지 못하는 이 며느리를 용서해 주세요. 언제나 아버님께 받기만 하고 기대고 응석부리는 제가 언제나 커다란 나무가 되어 아버님 어머님을 쉬게 해드릴 수 있을까요? 가끔은 이런 제가 무능력하게 느껴져서 답답합니다. 제 삶에 신세계를 열어주시고 신선한 충격을 주시는 아버님. 멋진 여행지, 맛있는 음식, 새로운 문화......,그 무엇이든 함께 하고 싶어 하시는 아버님 나의 아버님. 얼마 전 병원에서 위장에 염증이 있다고 해서 제가 긴장 했었지요. 그 순간 제게 떠오른 생각은 딱 하나였어요. 우리 아버님 건강하게 오래 사셔야 하는데, 저희와도 한 번 살아보시고 편하게 지내시는 것도 한번 해보셔야 하는데,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아버님! 아버님께서 제가 아버님께 받은 사랑 모두 다 두 배로 돌려 드릴 수 있을 때 까지 건강하게 제 곁에 계셨으면 좋겠어요. 이런 얘기가 좀 민망하고 쑥스럽긴 하지만 , 아버님! 제게 단 한 분 뿐이신 나의 아버님. 아버님의 열정과 성실 그리고 온화함 그리고 무엇보다 크신 그 사랑을 존경합니다. 아버님 ~ 존경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