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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charite333) 일반부 최우수상

부치지 못한 편지에 날개를 달고 . . . .
(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께 )

안녕 하세요?
따사한 봄 햇살을 받으며 연초록의 풀빛으로 물들여져 가는 대지위의 정겨움 때문에 가보고 싶어도 가 볼 수 없는 부자유함과 가난함, 생이별이라는 아픔과 고통스러움의 시름을 안고 살아오신 나의 아버지!
가을 하늘빛과 같은 목관악기 소리를 닮은 사랑하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늘 그립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그리운 아버지께 편지를 올려 보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아버지께 드리는 이 편지는 하늘나라와 세상을 이어주는 다리역할을 해 주며, 그리움이 넘나드는 사이에 생겨 난 창문과 같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마주 대하는 그리움이 저에겐 작은 위로로 다가오는 기쁨이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아버지께서 저희들 곁을 떠나신 지도 어느 새 열 손가락으로 세고도 모자라 몇 개를 더 보태야 하는 세월이 흘러 버리고 말았네요.
가끔씩 아버지가 그리울 때면 부치지 못하는 편지이긴 하지만 마음에 고이 개켜 둔 낡은 이야기들을 꺼내어 글로 적어 보며 아버지를 뵙곤 합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아버진 유난히 마음고생이 많으셨던 분이셨죠?
저희 형제들이 걱정하고, 슬퍼할까 봐 저희들 앞에선 표현을 잘 안하셨지만
말이예요.
북한이 고향이신 아버지가 실향민으로 한이 맺힌 마음을 달래가며 사셨던 모습이 때로는 그 연민의 정 때문에 저의 아픔이기도 했답니다.
6·25 전쟁 당시 영어를 잘 하신다는 이유 하나로 미군들 틈에 있다가 강제적으로 미군들과 함께 고향 길과는 반대편의 길인 서울로 향하는 길로 걷기 시작한 것이 영영 고향으로 돌아가 실 수없는 길이 되어 버렸기에 얼마나 답답하고 힘드셨나요?
제가 초등학교에도 입학하기 전으로 기억되는 (5-6살 정도였을까?) 아주 어렸을 때의 일로 남아 있는데 가끔 외갓집 식구들끼리 모일 때면 같은 억양의 억센 발음으로 시끌벅적하게 옛날이야기들을 들려주고 받으며, 6·25피난 시절의 기억들을 더듬으면서 옛 일들을 상기하곤 했었으나 그때 마다 아버지는 늘 혼자였고, 외톨이처럼 묵묵히 남의 이야기만 듣곤 하셨지요.
저는 어린 마음에도 아버지가 마음에 걸렸던지 엄마에게 " 아버진 왜 혼자야?" "엄마 좋아하는 이북 할머니들이 자주 오시는데 우리 아버지는 왜 혼자야? 엄마 우리 아버질 누가 낳았지?"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팔에 매달린 채 이렇게 물어 보았지만 오랫동안 궁금해 왔던 궁금증에 비해 엄마의 대답은 야속하리만치 너무 간단했었습니다.
엄마는 긴 설명도 필요가 없었는지 "으응 네 아버지는 돌 틈에서 태어났지 낳긴 누가 낳아" 라는 말로 저의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실향민이 무엇인지 아버지가 왜 아무도 없이 혼자가 되셨는지 6 ·25의 아픔이 무엇인지 헤아려 알아듣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었던 가 봅니다. 하지만 할머니 품에서 태어 난 아버지가 아닌, 돌 틈에서 태어났다는 아버지가 언제부턴가 어린 제 나이에 왜 그렇게 불쌍하게 느껴졌는지 "우리 아버지가 너무 불쌍해 아버진 엄마도 없잖아" 하며 많이 울었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지금도 까마득히 멀게만 느껴지는 제 어린 시절의 아버지 모습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적셔지고 목이 매여 오곤 하지요. 더구나 돌 틈에서 태어 나셨 다는 아버지께서 이제는 정말 그 태어나신 곳으로 돌아가시기 위해 한줌의 흙으로 한 줌의 재로 남겨 진 채 우리 가족들만 남겨두시고 떠나셨기에 실향민의 한을 더욱 절감하는 것 같습니다.
밤낮으로 두고 온 가족들을 그리워하시며, 통일을 그렇게 염원하셨던 아버지, 임종을 앞두고 계시면서도 뻣뻣해져 가는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면서 바치시던 아버지의 간절한 기도소리가 그대로 여운만을 남긴 채 우리 가슴 안에서만 메아리치게 되었습니다.
홀홀 단신으로 월남하시어 고향을 잃어버린 채 사시면서도 "나도 언뎬가는 고향에 가갔서. 꼭 살아생전에 가봐야지 그때 니들도 다 같이 가자우... 한 번 기다려 보라우..." 하시며 구수한 평안도 억양의 사투리를 쓰시던 아버지는 저희 곁을 떠나 가시면서도 차마 두 눈을 감지 못하셨습니다.
아마 그토록 눈물겹게 그리던 고향산천이, 북에 남아 있는 부모 형제들이 눈에 밟히며 어른거린 탓이었겠지요.
남달리 정이 많으시고, 자주 가슴앓이를 하시던 아버지! 그 아버지의 혼은 지금쯤 하늘을 높이 나는 한 마리의 자유로운 새처럼 비무장지대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그리고 고향 마을 어귀를 지나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사시던 집 뜰 안으로, 그렇게 좋아 하시던 두레박이 드리워져 있는 우물가로 훨훨 날아들어 가셨을 겝니다.
고향을 잃은 아버지께 드리는 유일한 위로로 곧잘 이북사투리를 흉내 낼 때면 같은 동향인을 만난 것처럼
아버지의 표정은 어느 새 엷은 미소로 번지면서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시며 저의 명코메디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 주시곤 했지요.
이러한 아버지께 같은 고향분이라도 만나게 해 드리고 싶어 버스를 타고 다니거나 길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라도 아버지의 억양과 비슷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이라면 가던 길을 멈추고 라도 그 말씨를 듣고 있다가 혹시 고향이 어디신지를 여쭙고, 저희 아버지도 이북에서 월남하신 실향민이라고 하면서 만난 어르신들을 따뜻하게 대해 드리곤 했던 일들이 많았었지만 아버지 생전에 동향 분을 한 분도 찾아 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곤 하였습니다.
지척에 고향을 두고도 갈 수 없는 아픔, 함께 하지 못하는 가족들과의 생이별의 고통은 실향민들만이 느낄 수 있는? (한) 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 무엇으로도 채워드릴 수 없는 실향민의 아픔을 안고 사시다가 세상을 떠나신 나의 아버지!
이제는 이러한 아픔들을 훨훨 털어 버리고 만남의 기쁨과 평화의 교류가 오고 갔으면 합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아버지의 혼과 마음 안에 늘 담겨져 있었던 것처럼 온 마음으로 하루 빨리 통일이 이루어지길 기원하며, 이산가족들의 만남 등으로 인해 지나 온 길, 분단의 아픔이 서려 있는 긴 세월이 이젠 긴 터널의 고통을 벗어 난 새로운 희망이 보이는 오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아버지와 함께 걷던 오솔길을 걸으며 새 아침을 맞아 봅니다.

그 동안 부치지 못한 편지에 날개가 마련되어 두루 두루 전해 질 것 같기에 마련된 이 자리에 용기를 내어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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