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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수 (lsh1212) 고등부 최우수상

끝이 아니기를…

'현수야. 세상엔 지금 네가 겪은 일들보다 힘들고 지치는 일이 많을 거야. 그러니까 이 정도 시련에 주저앉으면 안 돼. 좀 더 힘내자. 언니가 응원할게'

안녕 언니? 이 말 기억나? 내가 친구 문제, 성적 문제에 하루하루를 힘없이 우울하게 보낼 때 언니가 내가 즐겨 읽는 책 속에 넣어 둔 편지 글의 마지막 말이잖아. 중1 자습 시간에 책을 읽다 이 편지를 봤을 때 눈물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3년이 지난 고1 중반쯤에 이걸 다시 봤는데 그때도 눈물이 나는 건 여전하더라. 그때 내 기분은 말 그대로 뒤처지는 기분이었어. 다른 친구들을 토끼처럼 슝슝- 빠르게 결승선을 통과하는데, 나만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기어가는 느낌, 결승선은 너무 멀어서 보이지도 않는 그 느낌. 언니도 알지?
고등학생이라 누구보다 힘들 언니에게 내가 괜한 짐을 주는 것 같아서 힘들고 주저앉아 펑펑 울고 싶어도
언니에게 말 안 했는데. 역시 언니는 언닌가 봐! 언니가 장난스레 '엄마보다 내가 널 더 잘 알아.'라고 말하곤 하잖아. 말하지 않아도 내 기분과 상황을 생각해서 날 위해 편지까지 써 준 언니에게 매우 고마웠어.

언니, 언니가 예전에 나한테 해 준 얘기 기억나? 엄마랑 나랑 언니랑 안방에 모여 귤 까먹다가 나온 그 얘기. 언니는 초등학생이고, 나는 유치원생일 때 일 때문에 아침 일찍 나가는 엄마를 대신해서 나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성은이 언니네 집에서 유치원에 가곤 했잖아. 근데 성은이 언니네 아버지가 계시는 날에는 왠지 무섭고 죄송해서 밖에서 혼자 기다리는데, 놀이기구 하나 없는 놀이터에 쭈그려 앉아 모래 놀이를 하다가 등교하는 언니를 보고 내가 막 울었다고 했잖아. 그때 언니는 학교에 가야 하니까 억지로 날 떼어 놓고 학교엘 갔다고. 그 어린아이가 추운 놀이터에서 혼자 울 생각을 하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이 얘길 듣고 우린 다 같이 엉엉- 소리 내어 울었잖아. 그 일이 항상 미안했다고, 앞으로도 미안할 것 같다고 언니가 항상 말했잖아. 난 그때의 일이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 얘길 듣고도 언니나 엄마나 아빠를 원망한 적 없어.
예전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언니, 우리가 지금껏 많은 일을 겪어 왔잖아. 힘든 일, 즐거운 일 모두 다… 기쁨이 배가 되고, 슬픔이 즐거움으로 바뀌는 순간에는 언제나 언니가 옆에 있었다는 거. 그거 하나에도 나는 매우 고마워. 무슨 일이 있든 내 편이 돼주고 날 응원해줘서 고마워. 가족 모두에게도 상처 줬을 그때까지도 날 믿어주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자며 어깰 두드려 줘서 고마워. 언니가 날 괴롭히던 선배를 혼내 준 것처럼,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싶을 때 내 손을 잡아 준 것처럼, 내가 울고 있을 때 함께 울어 준 그 마음처럼. 내가 언니에게 받은 모든 걸 다시 언니에게,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나눌게.

언니, 이제 언니가 기숙사에 들어간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어. 지금까지 늘 옆에 있던 언니가 내 옆에 없다는 사실이 아직도 조금은 어색해. 이제 야자가 끝난 뒤 집에 돌아와 학교생활을 얘기할 사람도, 엄마와 셋이 장난치며 '엄만 난 널 더 좋아해!'라고 말할 사람도, 같이 야식을 먹고 공원으로 운동을 나갈 사람도 없어서 슬퍼. 그리고 가장 슬픈 건 언제나 날 믿어주던 '언니'가 내 옆에 없다는 점이야.

언니, 우리가 영영 헤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너무 우울해하지 않을게. 지금처럼 자주 연락하고, 무슨 일이 있던 언니에게 가장 먼저 연락할게. 아프지 말고. 내가 무뚝뚝해서 잘 표현하지 못했지만, 언니 생각 많이 했어. 물론 지금도 그렇고. 항상 미안하고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우리 이제 서로 좀 먼 길을 걷기 시작했으나, 난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 생각해. 우리의 시작을 위해 조금만 더 힘내자! 사랑해 언니!
-항상 언니를 위해 기도 할 현수가-

받는 사람:(134-774) 서울 특별시 노원구 공릉2동 서울여자대학교 국제 생활관 304호 고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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