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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미 (an98510) 고등부 최우수상


“서로의 거리가 가까웠다는 걸 깨닫는 건, 서로가 멀어졌을 때”라더니,
학교가 갈리고 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너에게 문득, 말로 다 표현 못할 그리움이 느껴져 그 마음을 달리기 위해 이렇게 편지를 써본다.

아직도 가끔 그 때 생각이 난다.
이제는 너무 오래되어 정확히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그날. 아마… 겨울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생각건대 굉장히 사소한 일로 다퉜고, 점점 목소리가 커지다가 급기야는 서로 씩씩대며 같이 가고 있던 것도 있은 채 갈림길에서 한마디 말도 없이 헤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그렇게 5분정도를 걸었을까… 무심코 돌아본 그곳에 네가 없으니 덜컥, 겁이 나더라.
만약 이대로 영영 너와 함께하지 못한다면, 너와 웃고 울던, 아니, 그저 웃고, 웃고, 마냥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그 행복했던 시간들이 한순간의 추억으로, 기억으로 사라져 버린다면.
너로 인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던 내게, 그 네가 없다면…
무작정 뛰어갔던 것 같다.
사과의 말도, 용서의 말도, 심지어 갈림길에서 네가 어디로 갔는지,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조차 생각해낼 수 없었지만, 어떻게든 너를 향해 숨이 멎어라 뛰었다.
그리고 그 갈림길에서 헉헉 숨을 몰아쉬는
나와,
너를 보았을 때, 무작정 뛴 것처럼 또 무작정 웃음이 나더라.
나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짓던 너도, 웃는 나를 보며 따라 웃었고, 그렇게 아무 말 없이 한참을 배꼽이 빠져라 웃던 우리는 언제 갈라졌냐는 듯 사이좋게 손을 잡고 원래 가던 곳으로 되돌아갔었다.
이 이전에도, 이 이후에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오늘따라 유독 이 기억이 머릿속에 맴돈다.
지금, 네가 그립고, 이때가 처음으로 너의 소중함을 깨달은 날이기 때문인걸까?
정말, 정말, 정말… 네가 보고 싶다.

사실, 내가 이렇게 편지를 쓴 건 그저 추억을 회상하기위해서만은 아니다.
너를 못 보며 지내온 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내겐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편지 수십 장에도 다 담지 못할 만큼 정말 많이.
그런 나처럼, 너에게도…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던 것 같구나. 편지 수십 장에 담는다 해도 결코 전부 담기지 않을 일들이, 정말… 많이 말이야.
나무든, 사람이든, 그 무엇이든, 그것을 가까이, 그리고 오래 보게 되면 그것에 대해 깊이 알게 된다.
색깔, 성격, 특징…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되지만, 그것의 전(全) 모습은 못 보게 된다.
그리도 가까운 곳에서 오랫동안 너를 봐왔던 나기에, 네가 누구보다도 착하고, 재주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런 나였기에 네가, 너의 그 착한 성격이 최근의 너를 힘들게 했다는 것을 미처 보지 못했구나.
자신의 것을 빌려주다 못해 그저 나누어주기만 하다가 끝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던 너에게, 더 이상 남에게 나누어주지 못하는 자신을 쓸모없다 말하는 그런 착한 너에게
내 것을 아끼고 남의 것을 멋대로 가져다 쓰며 살아온 나는, 더 이상 내게 나누어주지 못하는 이를 쓸모없다 말하는 그런 이기적인 나는 과연 무슨 말로 용서를 빌어야하는 걸까… 아니, 그 어떤 말을 하던 웃으며 받아줄 너에게 나는 과연, 무슨 말을 해주어야하는 걸까…
“이런 나지만… 정말, 고맙다.”

너는, 한창 밝고 명랑할 나이에 가족에게 조차 제대로 말을 못하던, 그런 지독히도 소심했던 어린 아이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어주고 친구가 되어준 그런 착한 아이였다.
지금은 이렇게 밝게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지만
만약 그때 너와 친구가 되지 못했으면 이게 진정한 내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이 생활을 보낼 수 있었을지, 아니, 지금 같은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여전히 소심하고 남들에게 말도 못 거는 불행한 삶을… 이미…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현재의 내게 이리도 좋은 친구들이 이리도 많이 주위에 있고 또 그중에서도 네가 있는 이유는 모두 너라는 존재의 덕분이고 그런 너를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아하고 마음깊이 고마워하고 있다.
우정은 시간으로 매기는 것이 아니라지만, 10년이라는 시간을 같이 웃고 울어온 친구를 둔 너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고 실제로도 너는 나 그리고 널 아는 다른 사람들에게 소중하고 대단한 사람이다. 그걸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편지를 쓰는 동안 꽤 오랜 시간이 지났구나.
이걸로 너에 대한 내 그리움도 조금은 덜어졌을까?
빠른 시간 내에 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까도 말했지만 해주고 싶은 말이 정말정말 많다.
그날을 기다리며…


4월 27일, 너의 친구 선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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