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나라우수작품
일기/생활문/수필
독서감상문/영화감상문
여러가지 독서 감상활동
설명문/논설문
기록문/기행문
동화/소설
편지글
동시/시
토론하기
작가님께 편지쓰기
독서신문 만들기
엄마,아빠가 쓰는 글
글쓰기마당 게시판
100자 책 추천마당
글나라 독서/글쓰기 대회
- 전체 대회 공지
- 편지쓰기 대회
- 백일장 대회
- 독서 감상문 대회
HOME > 글쓰기마당 > 글나라 독서/글쓰기 대회 > 편지쓰기 대회
김률희 (fbffk12) 고등부 우수상

대일린에게

안녕, 대일린? 난 김률희야. 나이는 18살인 고등학교 2학년인 학생이지. 잘 지내고 있니?
난 지금은 예전에 비하면 잘 지낸다고 생각해. 지금 고2의 학교생활은 무척 평화로워. 대부분 애들이 다 좋은 애들이라 나에게 아무 짓도 안 해. 내가 원래 반에서 조용한 애라 말이 없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해서 남들과 같이 무리지어 다니거나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 않아. 그래서 혼자 다닐 때가 많아. 누군가 다가오면 경계하고 피했었지. 고1때 담임선생님에 의해 상담실에 가게 됐었는데 상담 선생님과 얘기하게 되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었지. 내가 외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처음에는 "에이, 설마." 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어. 난 외로움에 이미 익숙해져 있어서 외로운 지도 몰랐던 거야. 근데 이상한 건 지금은 평화로운데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어. 그 허전함을 찾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 이 얘기는 나중에 답할게.
너는 아마 나보다 훨씬 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괴롭고, 고통스러웠을 거야... 무엇보다도 외로웠겠지... 난 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거든.

뚱뚱하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했다니...
거기다 집단 학대까지. 난 이해 못하겠어. 그런 이유로 당했다는 건 다른 가해자들은 그걸 놀리는 거일뿐이고 장난친 거라고 밖에 생각 안하겠지. 더 심각한 건 네가 그걸 말하지 않고 숨겼다는 거야. 화장실에 갇혀 학대를 박고,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창고에 갇혀있는 것보다도 너의 괴롭고 고통스러운 마음을 누군가에게 말할 수 없다는 마음에 갇힌 게 더 힘들었을 거야. 그래서 자살을 생각하게 된 거겠지. 아무리 그래도 암모니아와 표백제를 먹다니 그건 식도를 파열하는 짓인데 그 정도로 넌 자살을 하고 싶었던 거니? 너의 생명을 잃을 지도 모르는 데도... 그래서 '스루더라이트'란 자살사이트에 가입했을 거야. 자살 시도에 실패했으니까. 손목에 그어져 있는 흉터도 그것 중 일부분이었겠지. 넌 자살사이트의 말대로 23일 뒤에 죽을 결심을 하고 네 삶들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고. 하지만 자살사이트엔 많은 사람들의 상처와 고통과 외로움의 자살을 목적으로 쓴 글들이 있었는데 너도 너의 과거에 있었던 사연을 숨김없이 글을 올리게 됐고. 그로인해 조금이라도 같은 자살을 목적으로 한 사람들의 사연이 마음에 끌린 거잖아. 이해해. 나라도 아마 그랬을지도 몰라.

하지만 곁엔 친구들이 있기 마련이지. 진정한 소중한 친구들 말이야. 지금 말해야겠어. 내가 '이 얘기는 나중에 답할게' 라고 말한 부분을. 때가 된 것 같아. 너에겐 산타나와 에밀리가 있지. 나에게도 있어. 초등학교 3학년 때 괴롭힘을 당했었어. 남자애들이 특히 그랬지. 내가 준비해 온 준비물을 훔치고, 급식 먹으려고 할 때 반찬들을 국에다 넣어 말아놓고선 지네들도 먹지 못하는 걸 나에게 먹으라고 강요했지. 맛있는 건 가져가 버렸어. 그래서 점심을 먹지 못할 때가 있었어. 여자애들이 잘 수습해준 채 넘어갔어. 그로부터 중2가 된 후에는 더 심해졌어. 괴롭히는 정도가 날이 갈수록 더 늘었어. 가는데 길 막는 건 기본이고 의자를 당겨서 넘어트리고 때리는 등등...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어. 근데 내가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도와줬어. 내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친구가 있었기에 괴롭힘 같은 건 아랑 곶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거야. 너도 그렇지? 자살을 하지 않게 된 계기가. 우울증 치료약을 먹어도 의사가 치료해줘도 낮지 않았는데 너의 마음의 문을 두드려 열어준 친구들에 의해 자살을 하지 않고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거잖아. 호지킨 림프종 병에 걸린 산타나는 너에게 용기와 위로를 줬고 에밀리는 뚱뚱한데도 너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걸 보고 깨닫게 되면서 말이야.

난 중3 후반이 되고 나서야 담임선생님께 모든 사실을 말하고 날 괴롭혔던 애들은 이제 더 이상 괴롭히지 않게 됐지. 지금이 허전한 이유는 내 친구가 먼데로 이사 가고 나서 알게 된 건데 내 곁에 없다고 생각하니까 외로움이 느껴지고 아무 일도 없으니 텅텅 비는 느낌이었던 거야. 내가 18년 동안 살아왔지만 이 일은 평생 잊지 못할 거야. 마지막으로 과거에 너처럼 겪었던 사람들도 많아. 지금 겪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 어쩌면 더 최악인 경우의 사람도 있을 거야. 그러니까 네가 제일 불행하다고 생각할 때 자살하고 싶어질 땐 주위를 둘러봐. 널 위해 울어주는 사람들도 생각하고. 앞으로도 불행을 겪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너를 진심으로 위해주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이겨낼 수 있을 거라도 믿어!
그럼 잘 지내야 해. 안녕.

2014년 4월 26일 토요일
From. 률희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