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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서 (whdmstj4316) 고등부 우수상

친구 에게

안녕, 친구야.
같이 있는 삼년 내내 한 번도 주고받은 적 없는 편지를 이제야 쓰려니 조금 부끄럽다. 네가 있는 고등학교는 어때? 너무 바쁘진 않니? 어디서든 사랑받는 너니까 잘 적응해 있으리라 믿어. 오늘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친구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벚꽃이 정말 예쁘더라. 별 하나 뜨지 않은 밤하늘에 흐트러진 하얀 꽃들을 보고 있자니 괜히 네 생각이 났었어. 지난 삼년 간 어딜 가던지 셋이서 함께였는데, 네가 빠지니까 뭔가 휑한 느낌이 다 드는 거 있지. 걔도 네 이야기를 하더라. 너랑 같이 벚꽃 머리에 꽂고 사진 찍어야하는데, 하고 말하는데 되게 아쉬워보였어. 우리 다니던 중학교 앞 대교에도 벚꽃나무가 화사하던데, 한번 쯤 들여다볼 시간은 있는 거지?

실은 나, 굉장히 걱정 많이 했었어. 말하자면 너 말고, 내 걱정. 이렇게 삼년 내내 같이 다니다가 고등학교에 가서 너 없이 이젠 허전해서 어떻게 지내나, 옆에서 너만큼이나 날 이것저것 챙겨줄 사람도 딱히 없을 텐데 덤벙대지 않고 혼자 잘할 수 있을까, 뭐 이런저런. 어른스러운 성격에 그만큼 듬직하니 큰 키 때문인가 되게 옆에 두면 믿음직스럽고 괜히 내가 으쓱대고 다녔었는데, 이젠 그런 거 못하니까 좀 걱정 됐었나봐.
솔직히 말하자면, 왜 곁에 있을 때 조금 더 잘해주지 못했나 후회가 많이 돼. 이럴 줄 알았으면 너 좋아하는 거 하나 더 사주고, 네 작은 부탁 하나 더 들어주고, 하다못해 네 앞에서 말이라도 좀 더 예쁘게 할걸. 내가 아직까지 너무 어려서 기분 나쁘면 잔뜩 저기압인 채 인상이나 팍팍 쓰고 괜히 미운말이나 툭툭 내뱉고……. 친하면 친할수록 함부로 대하는 버릇 이거 정말 못된 건데 고치기가 너무 힘들다. 내가 봐도 내가 미운데 어떻게 옆에서 오냐오냐 다 받아줬던 건지, 고마운 것도 미안한 것도 참 많아. 나도 가끔 네가 조금이라도 미운 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근데 아니, 다 생각해보면 전부 괜한 질투였던 것 같아. 와, 얘는 어쩌면 이렇게 잘나고 완벽할 수가 있지? 싶었던 거지. 나도 너처럼 되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말이야.

중학교 일 학년 때 처음 만나서 인사할까 말까 고민만 하다가 네가 먼저 건넨 인사에 서둘러 같이 손을 흔들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언제 우리가 고등학생이 됐을까? 대학교 이야기를 하고, 모의고사 성적에 대한 한탄을 메시지로나마 주고받을 때 가끔 난 우리들의 미래가 궁금해져. 넌 정말 네가 원하는 대로 사대에 입학을 하고, 나는 번듯한 회사에 취직해서 사회의 한 일원이 되어 있고. 그리고 가끔씩 중학생 시절 기분 낸답시고 주말에 친구들과 만나선 대학교 생활 어떻냐, 네가 취직한 곳은 또 어떻냐 이런 수다를 피워내는……. 상상만 이라도 가슴 설레는 미래지만 사실 난 아직 어른이 되는 게 무서워. 그래서인가, 자기 할일 척척 다하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널 보면 정말 부럽단 생각을 하곤 해. 하긴 옛날부터 갈팡질팡하는 건 내 담당이고 내가 저질러놓은 일 처리하는 건 네 담당 이였긴 하지. 시시때때로 그리워하고 있어. 진짜 힘들어 죽겠는데 의지할 사람 하나 없을 때 특히 더 생각나는 것 같다. 진짜 혹시 내가 중학교 때 친구 하나를 옆에 둔 게 아니라 엄마를 옆에 하나 데리고 다녔던 거 아닐까? 장난이고, 너 거기 고등학교에서 나보다 더 친하게 지내는 친구 만든 건 아닐 거라 믿을게. 아무래도 좋은데, 조금 질투 날 것 같아서 말이야. 세상에 참 친구삼기 괜찮은 애들 많은 건 아는데, 외모다 인성 같은 딴 건 몰라도 너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내가 첫 번째다. 말 안 해도 알지?

지난 삼년간 진심으로 즐거웠고, 또 앞으로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나가자. 넌 정말 나한테 좋은 친구인데 내가 그렇지 않을까봐 걱정이 좀 되네. 너도 나도 제 할일에 바빠져 버려서 언제 다시 얼굴 볼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그 땐 조금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나타날게. 사랑하고, 마지막으로 힘내라고 응원한다. 빠샤! 이수란 화이팅~♥

친구, 조은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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