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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bk0104) 일반부 우수상

4월에 보내는 편지

멀리 있는 벗에게.
해가 바뀌고 계절이 바뀌어 우리가 알고 지낸지도 어언 강산이 두번을 변하고 서너해가 지났구나. 세월의 시간이 무색하리 만치.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본듯 조잘거리고 나이가 들어서도 어린친구인양 여전히 박수치고 좋아하는 우리는 여전히 사춘기 소녀이다.

실로 오랜만에 네게 편지를 쓰는 구나. 가까이 있을 때는 작은 메모 한장이라도 주고 받을 수 있었는데 다른 지역으로 시집을 오면서는 너와 차한잔 마시는 일도 쪽지 한장 건네는 일도 쉽지가 않구나. 지난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고 눈도 많았다. 많이 아프기도 했지만 추위만큼 내 맘도 많이 허전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좀 이른감이 있는 카드 한장을 받았다. 최근에는 구경하기도 힘든 우표가 떡 하니 붙어있었지. 늘 우편함은 돈내라는 고지서와 광고지로 가득해서 아파트 입구에서 분리하고 뜯어내고 재활용으로 옮겨져 처리하곤 했는데 그날은 15층 승강기를 오르면서 내내 맘이 두근거렸다. 하얀 봉투에 깨알처럼 적힌 너의 이름과 나의 이름에 너인줄 확인하고서도 또 한번 또 한번 확인에 확인을 하면서 쉬이 봉투를 뜯지 못했다. 이별 통보나 독촉 고지서도 아닌데 말야. 그렇게 손 편지와 손카드가 오래된 이야기 처럼 요즘은 보기가 힘들다. 요즘 수업하는 우리 아이들 조차 메일이나 문자에 익숙해서 편지쓰기를 하자고 하면 고작 서너줄의 인사에서 시작해서 인사로 끝날 뿐이다.

그렇게 쓰는 것 자체만으로도 맘이 담겼을 너의 카드 집에와 조심히 뜯어보고서도 기대 이상이었지. 흔해 빠진 크리스마스 축하와 입체 인형의 노랫소리가 아닌 양면을 빼곡히 써내려간 잔잔한 글씨에 편지를 쓰면
서 얼마나 행복해 했을지 지금의 내 기분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둘이 나누고 공감하던 지란지교를 꿈꾸며.....`
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보일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예기를 주고받고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 그게 바로 우리가 아닐까 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각자의 생활공간속에서 잘 만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우린 아무런 어색함도 없이 늘 같은 공감대를 유지 한다는 것이 참 신기한 일이다. 아이문제가 있을때는 그걸로, 시댁 문제가 있을 때는 또 그걸로, 친정문제일때는 또 그걸로 완전히 다르게 살고 성격또한 완전히 다른데도 우린 어쩌면 여전히 같은 모습일까?
가끔은 친정과 멀리 떨어져 힘든 것도 많다. 가까이 친정을 둔 내가 부럽기도 하다. 늘 세상일에 두려움 없이 열심히인 널 보면 난 어리광쟁이 불평투성이 인듯 해서 부끄럽기도 하다. 근데 그런 너도 가끔은 날 부러워 한다는 걸 보면 새삼 놀라기도 해.

23년을 함께한 나의 지기 진희야. 과거도 그러했지만 미래도 여전히 우린 친구일거야. 세월의 흐름속에서도 여전할 너와 나이기에 이밤 나는 외롭지 않다. 남편이 있고 자식이 있고 부모가 있어도 친구하나 없으면 부족한듯 외롭다고 했다. 그런데 난 너 같은 친구가 있으니 전혀 외로울게 없구나. 늘 고맙고 사랑한다. 친구야. 오래오래 건강해서 서로 바라보는 얼굴속에 주름을 세어가면서 그 주름의 언저리에 새겨져 있을 좋은 추억 많이 만들자 꾸나.

2013년 4월 30일
여전히 네게 남아있을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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