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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 (gyuna1004) 초등 고학년 최우수상

사랑하는 쑥할머니께

사랑하는 쑥할머니 보세요.
할머니! 학교 다녀오는 길에 보니 봄에 제일 먼저 싹을 틔우던 쑥이 제법 많이 자라 제 손바닥만큼 커졌습니다. 할머니 집으로 가기 전,제 몸과 마음은 할머니 집의 천 가지, 만 가지 향기로 행복해집니다.

대문 앞 정성들여 키우신 살구나무 향기, 여름이 되면 새콤하면서도 쓴 맛을 내는 버찌나무와 빠알간 꽃을 피운 동백나무, 대추나무와 수 많은 화분들의 향기가 제 머릿 속에 가득입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으뜸인 향기는 부엌에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뛰어 나오시는 할머니 품 속 향기입니다.

저랑 민찬이가 할머니 품에 먼저 안기려 초인종을 연신 눌러 댑니다.
"어이구, 내 새끼들 왔어. 우리 규나 키가 이제 할미보다 더 크네."
말씀하시면 제 손을 잡으실 때엔 평생 부지런히 일하시느라 거친 손이지만 온기가 더 가득합니다. 그리고 발그레한 토마토 같은 볼은 저의 기분을 좋게 만듭니다. 그런데 할머니, 실은 오늘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의 머리 가운데가 많이 휑해 있어 많이 속상했어요. 엄마랑 눈이 마주쳐 쓴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할머니! 어디 아프신 건 아니시죠? 저에게만 맛 있는 것, 몸에 좋은 것 주지 마시고 할머니께서도 많이 드셔야 해요.

할머니.
할머니 별명은 쑥할머니예요. 누구한테 질세라 봄이 오자마자 얼굴을 내미는 쑥은 동네에서 제일 먼저 일어나 이웃집 골목까지 다 쓰시는 할머니랑 꼭 닮았죠. 쑥은 상처가 난 곳 치료도 해 주고 소독도 된대요. 제가 사춘기라 마음이 말이 생각과 다르게 이상하게 파도치다가도 할머니 얼굴을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평화로와집니다. 나물로도 국을 끓이기도 하는 요모조모 쓸모가 많은 쑥은 요리도 잘 하시고 노래도 잘 하시는 우리 할머니랑 쏘옥 닮았죠!

할머니, 제가 영도로 멀리 이사와서 예전처럼 자주 뵐 순 없지만 전 바다 건너 할머니 생각에 늘 하늘이 푸르기만 합니다. 전 여기서도 할머니를 만나기를 기다리고 특히 할머니의 향기가 그립습니다.
사랑하는 할머니! 제가 시집 갈 때까지 오래 오래 사세요!
쑥할머니의 손녀 김규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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