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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con7949) 중등부 우수상

망고 한 조각

To.마리아투
안녕?, 나는 동로 중학교에 다니는 이채원이야.
나는 처음에 망고 한 조각이라는 산뜻한 제목과 의미심장한 제목에 이 책을 고르게 되었어.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지. 무작정 읽기 시작하다가 중간쯤에서 흠칫 놀랐어. 이 책이 내전을 그린 책일 줄 제목으로부터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가끔 사회시간이나 뉴스에서 아프리카에서 많은 내전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전쟁이라는 의미를 쉽게 이해하기란 어려웠던 것 같아. 그래서인지 나는 너의 손이 잘렸다는 글귀를 읽는 순간 너무 무섭고 충격을 받았어. 읽다 보니 네가 에버딘 수용소에서 가족을 만나고 벌써 압둘을 떠나 보낸 뒤였던 것 같아. 솔직히 나라면 자신이 없었을 거야. 성폭행을 당해 가진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기가 어려울 테니까. 그 아이를 보면 성폭행을 가한 사람이 계속 떠오를 테니까. 하지만 너는 그러지 않았어. 1년도 되지 않아 영양실조로 세상을 떠난 아이 때문에 계속 아파했으니까. 혹시 네 앞에 살리우와 압둘이 다시 나타난다면 압둘과 함께 살리우를 용서할 수 있을까? 살리우 때문에 너의 삶이 힘들어졌는데도 그 사람을 완전히 용서할 수 있느냐 말이야. 물론 반군의 총에 죽음을 맞긴 했지만, 너라면 용서할 것 같아. 왜냐면 넌 아이와 함께 죽지 않았거든. 만약 마리아투 네가 약을 먹고 죽었다면 아마 이 책은 행복한 결말로 끝나기 어려웠을 거야. 그래서 네 이야기는 조금 특별한 것 같아. 희망이 없던 사람들이 다시 희망을 되찾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행복한 결말이지만 너는 너와 같은 사람들이 어둠 속에 홀로서기를 연습할 때 희망이 되어주고 있잖아. 넌 더 나아갔으니까 더 특별해 보였어.

더 신기한 건 말이야. 여기서 네가 손이 없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 거 있지? 분명 네가 손이 잘렸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던 내가 네 이야기를 들으면서 잊게 되었어. 아마 그 이유를 말하자면 넌 손이 있는 사람보다 더 열심히 하고 더 밝게 느껴졌기 때문일 거야. 굴곡이 많았던 너의 삶을 한 권의 책에 다 담기란 어려웠을 것 같아. 하지만 난 이해할 수 있었어. 여기서 이해하거나 느낄 점은 그리 많지 않았거든. '희망'. 이 단어가 이 한 권이 말해주고 있었어. 모든 책이 그렇다고 생각은 하지 말아줘. 벌써 이 책을 세 번 가까이 읽었으니까. 그런데도 내 귀에는 희망이라는 단어밖에 들리지를 않았어. 그럼 맞는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즐겨보던 드라마가 있었어. 그 드라마는 벌써 종영했지만 난 아직도 이 말이 기억에 남아.
"구겨진 종이가 더 멀리 날아간다."
넌 이 말의 살아있는 진짜 근거가 되어주고 있어. 좋은 환경에서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장난감을 갖고 놀던 사람들보다 힘든 생활을 해서 네가 서 있는 그곳까지 날아갔다는 것은 빳빳한 새 종이보다 더 멀리 날아갔다고 봐. 난 학교에서 솔리언 또래도우미를 해.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같이 해결책을 마련하는 고민 도우미지. 근데 누가 이러더라고. 과연 정상은 어디 있을까? 난 이 말을 듣고 바로 대답해 줄 수가 없었어. 내가 생각하는 정상은 진짜 정상이 아니거든. 내가 생각하는 정상이 진짜 정상이 아니라는걸 알지만 난 내 생각을 접을 수 없었어. 그 정상은 모두가 바라고 모두가 바라보고 벌써 시작되었거든.

근데 말이야 내가 국어 선생님으로부터 책을 한 권 소개받았어. 이 책은 내가 2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이지만 그때 도서관에가서 빌렸다가 도로 반납했던 책이야. 그때 난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거든. 중학생이 되어서 도서관에 가서 이 책을 빌렸어. <꽃들에게 희망을> 아마 난 희망이라는 단어를 정말 좋아하나 봐. 그렇지 않아? 어쨌든 난 이 책을 빌려 읽었어. 글보다는 그림이 더 마음이 아팠어. 내가 생각하던 정상이 벌써 그 책에 나와 있었거든. 하지만 정상 위에는 아무것도 있지 않았어. 아무것도 없어서 슬픈 게 아니라 아닌 걸 알면서도 믿으려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고 그 책이 너 같은 증거가 되고 있었으니까. 난 반박할 수도 없고 계속에서 그 정상을 믿기란 어려운 일이잖아. 그래서 난 그 친구에게 수첩에 적어서 보여줬어. '네가 올라가는 곳이 너의 정상일 거야. -꽃들에게 희망을 참고-' 아마 그 친구도 이 뜻을 해석했을 거야. 너도 마찬가지야. 물론 빌의 도움이 컸지만 그래도 너의 의지가 없었더라면 과연 그곳에서 해낼 수 있었을까? 시에라리온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밝게 살아가진 않잖아. 근데 넌 그 넓은 땅덩어리에서 제일 큰 사람이 된 것 같아. 그래서 더 보기 좋았고 나도 희망이라는 단어가 더 크게 들렸거든.

아, 난 수전한테도 고맙다고 말할 거야. 모두에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너에게 책을 쓰라고 권유했으니까. 다른 아마추어 기자들처럼 과장해서 기사를 쓰거나 너를 힘들게 하지 않았잖아. 너와 함께 전쟁이 막 끝난 시에라리온에 가 주었고 너를 옆에서 열심히 지지해 줬으니까. 그래서 고마워. 오지랖이 넓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준 사람이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제목이 왜 망고 한 조각인지 알았어. 책의 뒷부분에 나오는 이야기라 늦게 말하게 되었어. 이 망고 한 조각이 희망이었겠지. 너와 같은 사람들은 망고 한 조각으로 버는 고작 그 돈 갖고 생활을 해 나가야 했으니까. 맞을지 모르겠어. 맞지? 내 이름은 이채원이야. 내가 나중에 내 자서전을 쓸지 어떻게 알겠어. 그럼 너도 꼭 봐줘. 그리고 나에게 편지를 써줬으면 해. 내가 글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말이야. 그럼 안녕!

2013년 4월 12일
한국에 있는 희망소녀 채원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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