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 각 해  보 는  글 ▒


◈ 기쁜 우리 책읽기 - 그 기쁨을 맛보자

책상 위에 책과 참고서가 없으면 불안에 떠는 요즘 청소년들의 실태를 감안할 때 독서를 말하는 건 오히려 미안한 일이다. 그러나 훌륭했던 영웅들을 보자. 하나같이 책을 끼고 살았다. 나폴레     옹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는 생존했던 57년간 8천여 권에 달하는 책을 읽었다고 한다. 반면 다독가로 알려진 헨리밀러는 회갑의 나이에 자신이 읽은 책을 되돌아보면서 한숨지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읽은 책 중 10분의 1은 사실 읽을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럼 되도록 책을 적게 읽어야 할까?  책읽기의 바른 방법을 알아보며 생각해 보자.

  독서의 목적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우리의 삶의 질을 놓이고 풍부하게 가꾸기 위해서다. “책은 사람이 만들지만 그 책이 곧 사람을 만들어 낸다.”는 말이 있다. 어떤 책을 어떻게 읽을까? 그리고 왜 읽어야 할까?

▶ 무엇을 읽을까?

현명한 사람은 책을 가려 읽는다. 흙더미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기란 쉽다. 그러나 사람속에서 사람을 찾기란 힘든 법. 그러기에 진실한 친구와의 만남이야말로 인생의 세 가지 보물 중 하나라고 하나보다. 모든 사람을 친구로 삼을 수 없듯 모든 책을 인생을 이정표로 삼을 순 없다. “친구를 선택하듯 작가를 선택하라.” (W.딜런, [로스크먼 백작])고 했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책들 속에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를 때 먼저 지은이를 보고 책을 골라 읽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는 분기마다 권당도서를 선정해 발표한다. 이처럼 검증된 도서를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책읽기에 도움을 얻기 위해서는 일간지마다 매주 한 번씩 도서특집을 다루고 있다. 또한 대형서점에서도 그 주의 추천도서나 좋은 책을 선정해 발표한다..

▶ 어떻게 읽을까?

☞표제나 제목을 훑는다 : 어느 것을 먼저 읽든 상관없다. 이 단계에서는 책의 주제를 파악할 수 있다. 목차를 살펴보는 이유는 저자의 의도가 가장 명료하게 들어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저자든 자신의 책 목차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이지 않는 사람은 없다.

☞색인을 찾아본다 : 소설이나 에세이가 아니라면 웬만한 실용서나 지식을 전달하는 도서에는 색인이 붙어 있어 중요한 용어나 술어에 대한 해당 페이지가 있기 마련이다. 두 세 페이지만 골라서 읽어보면 저자의 관점이나 새로운 해석을 엿볼 수 있다.

☞다독과 정독 :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은 ‘맛을 보고 삼켜야 할 책이 있고 씹어서 소화해야 할 책이 있다’고 했다. 양서와 악서를 가리키는 말이기는 하지만 결국은 독서의 양과 질을 가리는 독서법이 암시돼 있다. 스페인 격언에는 ‘책과 친구는 수가 적고 좋아야 한다’는 말도 있다.
  책 읽는 지혜를 인용해보자. 요점을 생각하면서 읽는다./ 요약하면서 읽는다/ 문맥을 짚어 가면서 읽는다/ 순서를 읽는다/ 단락을 읽는다/ 구성을 생각하면서 읽는다/ 정경을 머리에 떠올리면서 읽는다/ 인물의 심정을 생각하면서 읽는다/ 인물의 성격을 생각하면서 읽는다/ 중얼중얼 소리내어 읽는다/ 큰소리로 낭독한다/ 감상을 하면서 읽는다/ 주제와 요지를 독해한다/ 글쓴이의 의도를 읽는다.

☞올바른 진로찾기 : 노자는 ‘말로 표현된 것은 진리가 아니다’고 하면서도 ‘도덕경’이라는 책을 남겼다. 또한 부처님도 ‘진리는 언어로 세울 수 없는 그 무엇이다’고 하면서도 팔만 사천에 이른 법문을 남겼다. 진리를 표현하는 책은 천천히 한 자 한 자 곱씹으며 읽어야한다. 모든 것이 속전속결로 끝나고 마는 스피드 시대. 3분 안에 끓여먹는 컵라면에 익숙한 세대에게 한 자 한 자 새겨 읽으라는 말이 오히려 구태의연해 보일지 모른다.

☞영역넓히기 : 임어당은 ‘생활의 발견’ 교양의 즐거움 중에서 “ 교육이나 교양의 목적은 지식을 통해 견식을 기르고 행위를 통해 덕을 기르는 데에 있다. 교양 있는 사람이니 교육받은 사람이니 하는 것은 반드시 많이 읽은 사람, 박식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사물을 올바르게 아끼고 보호하며 미워할 것은 미워할 줄 아는 사람을 가리켜서 하는 말이다. 라고 했다. 독서는 지식의 습득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색과 사유를 할 수 있는 심성을 기르는 데서 있다고 한다. 자신만이 옳다는 독단을 피하고 지식의 보편성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싫으면 읽지 말기 : 청조(靑朝)시대 유명한 학자였던 고천리(顧千里)는 한여름이면 옷을 훌렁 벗어 젖히고 독서하는 습관으로 알려진 사람이란다. 하지만 다음의 문구를 잘 생각해보자. 읽기 싫으면 읽지 않는다는 독서론이 돋보인다. “봄에 독서함은 나른한 봄날의 뜻에 어긋난다. 여름은 잠자기에 알맞은 계절. 겨울이 가을을 재촉하면 기다리리라 다음 봄까지.” 책에 묶이지 않고 자유롭다는 것은 그 만큼 독서의 맛과 의미를 충분히 터득한 결과이리라.
<서울교육 9월호에서>

■ 난세의  생존 전략 - 한비의 『한비자』

   
  웬만큼 동양 고전을 읽은 사람이면 알고 있는 이 이야기의 출처는 바로 『한비자(韓非子)』이다. 중국 역사상 가장 어지러웠던 시대, 진리와 정의가 간계(간사한 꾀)와 아부에 조롱당했던 전국(戰國)시대, 재능이 다른 재능에 의해 우롱당하여 생명을 바쳐야 했던 혼돈과 암흑의 시대였다.
  한비자(? ~ 기원전233, 한비를 높여 흔히‘한비자’라고부름)는 한나라의 먼 왕족으로 태어났으나, 오묘한 통치술과 합리적인 정치 철학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말더듬이로 왕의 신임을 전혀 얻지 못한 재야 인사로 머물러 있었다. 오히려 그의 재능을 알아본 것은 한나라 왕이 아니라, 이웃 강대국으로 천하 통일의 야욕을 가진 진시황이었다. 시황제는 그가 쓴 「고분」과 「오두」 두 편을 읽고, 그 저자와 만날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할 정도였다. 진시황의 측근 이사(李斯)가 한비자와 함께 순자 밑에서 공부한 사이인지라 그의 정체를 말하자, 황제는 한나라 침략전을 개시했다. 열세였던 한나라로서는 화평 조약 사절로 반드시 한비자 같은 인물을 진나라로 보낼 것이라는 예견 때문이었는데, 미녀 하나를 얻기 위한 트로이 전쟁보다는 고색창연한(퍽 오래되어 옛풍치가 그윽한) 운치가 넘친다.  

영구히 강하기만 한 나라는 없고, 그렇다고 언제나 약하기만 한 나라도 없다. 그 나라의 법을 관장하는 사람이 굳고 곧으면 그 나라는 강하고, 법을 관장하는 사람이 약하여 법을 엄하게 집행하지 못하면 그 나라는 약해지는 것이다
                                            - 『한비자』 제 18편 「유도(有度)」중에서 -

라는 말처럼 투철한 법치주의를 주장했다.
  바른 법의 집행을 위하여 한비자는 왕의 역할과 신하의 역할을 분명히 구분했는데, 특히 왕이 빠지기 쉬운 오류를 여러 편에서 지적하고 있어, 인류역사에서 정치가 존재하는 한 이 명저는 가장 위대하고 감동적인 스승으로 남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혹 ‘정치 지망생만의 읽을거리구나’ 라고 여길 테지만, 실은 어려운 시대(역사상 언제 안 어려운 때가 있었던가)의 모든 인간이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중국판 『탈무드』역할도 해 준다. 더구나 요즘 매년 입시철이면 『한비자』에서  논술이 출제되는 걸 볼 수 있다. 그만큼 지혜의 보물 창고인 셈이다.

 <임헌영/문학평론가, 중앙대학교교수/독서평설/지학사>

우수독후감     2001학년도 제 3지구 독후감쓰기 및 발표대회  <최우수작품>

                                                                       『잊을 수 없는 만남』

  상원중 1학년 6반 정 세 연

  문제지를 받아들고, ‘잊을 수 없는 만남’이라는 제목을 확인한 순간 내 머릿속에 갑작스럽지만 강렬하게 떠오른 것이 있었다. 바로 ‘미치엘봄’이 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책이었다. 나는 그 책을 읽으면서 많은 눈물을 흘렸고, 지금도 그 책은 내 삶과 내 인생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잡지사 기자인 ‘미치앨봄’이 지금은 떠나고 없는 자신의 은사 ‘모리 슈워츠’와의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을 담은 책이다.
  브랜다이스 대학에서 오랜 세월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던 사회학 교수 모리는 어느 날부터인가 자동차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고 부쩍 기력이 약해짐을 느꼈고 병원에서 검사해 본 결과 매우 희귀한 병인 ‘루게릭’을 앓고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아직 뚜렷한 치료법도 없고 심장근육의 마비로 결국 죽게 됨을 안 모리교수는 처음에는 절망했고 삶을 힘겹게 여겼지만 곧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그때 20 년만에 제자 미치와 재회했고 미치는 모리교수가 매우 아끼는 제자였다. 미치가 졸업할 때 그는 꼭 연락하겠다고 약속했고 사회에 나가 막 그곳에 적응하며 살아가던 때라 ‘모리교수’란 이름은 잊어버렸고 삶에 찌들어 살다가 모리의 병을 계기로 다시 만난 것이다. 나는 그런 만남을 ‘잊을 수 없는 만남’이라 부르고 싶다. 그만큼 그들의 재회는 20년 전 만남과 함께 한 추억보다 몇 배는 가치있고 아름다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만남 후에 서로가 얻은 것은 조금씩 달랐다. 모리는 제자와의 추억을 얻은 대신 기력을 잃었지만, 미치는 앞으로 살아 가야할 인생의 목표와 그러한 깨달음이라는 아주 소중한 것들은 얻은 것이다.
모리교수의 말들 중에 유난히도 내 가슴에 남는 것들이 있다.
 “일단 죽는 법을 배우게 되면 사는 법도 배우게 되지. 나는 나의 병이 점점 깊어가면서 춤도 출 수 없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없고 심지어 남이 나의 엉덩이를 닦아줘야 하는 등의 내 스스로 할 수 없는 일들이 늘어가지만 반면에 얻는 것도 있지.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창 밖의 풍경 창가 화분 꽃들의 성장, 계절의 바뀜 따위가 그런 것이야. 나는 그것들로도 충분하다고 여겨“
  그의 이러한 말은 항상 불평하고 주어진 삶대로 살지 않으려는 우리에게 ‘만족과 감사하는 마음’을 깨우쳐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인생에 대한 큰 깨우침을 주신 분이 있다. 바로 3,4학년 때 담임이셨던 선생님. 52세의 나이와 약간 벗겨진 머리, 그런 그 분은 자상한 모습으로 내게 아낌없이 베푸는 사랑을 가르쳐주셨다.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그리고 나에 대해 내 자신보다도 더 관심있게 지켜봐 주시며, 언제나 꾸지람보다 칭찬을 많이 해 주셨다. 때론 손을 잡고, 꼭 안아주시고 업어 주시기도 하던 그 분을 그 부드럽고 자상한 눈길로 내게 내 자신을 믿고 사랑하고 그것이 남에게도 사랑을 베푸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말 대신 행동으로 일깨워 주셨던 것이다. 그 가르침이 내게는 힘들 때마다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 되게 하였고, 또한 내가 앞으로 인생을 살아나갈 때 성공한 사람보다 남에게 베푸는 그런 존경받는 사람이 되게 할 것이다, 3년 전 선생님과의 만남, 그것이 바로 내 머릿속에서 영원히 기억될 나의 ‘잊을 수 없는 만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