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봉순이 언니

-공지영

어렸을 때부터 식모로 일하는 봉순이는 짱이를 돌보았다. 항상 짱이 곁에는 봉순이가 있었다. 하지만 봉순이는 세탁소 총각인 병식이가 눈이 맞아 방마다 몰래 집에서 빠져나가곤 했고, 봉순이가 병식이와 함께 있는 시간 동안에 짱이는 홀로 있어야했다. 그러다 짱이 엄마의 다이아반지가 없어지는 일이 생기게 되어 봉순이 언니는 도둑으로 몰린다. 하지만 물증은 없었고 그 다음날 봉순이 언니는 떠났다.
봉순이 언니가 떠나고 미경이 언니가 새 식모로 들어오게 되는데, 그 언니로 인해 다이아반지를 찾게 되었다. 5개월이 지난 뒤쯤 봉순이 언니는 상한 몰골과 아이를 가진 몸으로 돌아왔고, 짱이 엄마의 설득으로 아이를 지우게 되었다. 그리고 아픔도 잠시 봉순이는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시은 그녀를 버린 듯 또 다시 아픔을 주고 있었다.
남편의 죽음. 그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이젠 돌아갈 곳도 받아 줄 곳도 없는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다니다 또 다시 다른 남자와 도망가길 수 차례 거듭하는 내용이었다. 너무나 순수하기에 사람들에게 이용만 당하기만 하던 하지만 그것에 대한 반항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을 봉순이 언니를 생각하면 아련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마음 한켠에서는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마도 그것은 그 시대와 지금 시대가 엄연히도 다르기 때문은 아닐까?
1960∼1970년대에 걸쳐 살았던 봉순이 언니의 모습은 어쩌면 그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상이었을는지도 모른다. 봉순이 언니도 그리고 미경이 언니도 또 미자 언니도 결국에는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했던 한 비참한 삶을 살고 간 우리내의 슬픈 아낙들이었을 테니 말이다. 이러한 슬픈 그네들의 삶에서 나는 어쩌면 지금의 삶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으며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힘들다는 생각만이 내 머릿속에 들어 차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나보다도 힘든 사람들이 더 낫다는 것을 나는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미처 알지 못했던 다른 힘든 사람들의 삶을 보게 되었고 나의 삶보다도 더욱 고단하고 지친 삶을 알게 되었다. 난 이런 많은 것들을 이번 책을 읽음으로써 배웠기 때문에 첫머리에서 책은 상상의 나래를 펼쳐주는 가장 친근한 친구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꺼낸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말을 꺼낸 것은 짱이의 모습도 한몫 거들었다. 짱이는 동네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었고, 언니와 오빠도 아무도 그녀를 상대해 주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에 짱이의 친구가 되었던 건 책이다.
책을 읽으면 생각의 폭이 넒어지고 커진다는 말은 맞는 말일는지도 모르겠다. 짱이는 어린 나이에 "선데이 서울"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고,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조숙하게 자라나가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에서 나는 오히려 더 마음이 찡해지는 걸 느끼게 되었다. 짱이의 모습은 봉순이 언니의 모습보다도 나의 심장을 알싸한 느낌을 만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것은 바로 현대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다고나 할까?요즘 맞벌이 부부가 많은 만큼 홀로 놀고 홀로 자는 아이들은 많아지고 있다. 엄마의 품을 벗어나는 시가가 조금 더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아이들은 외로움을 느끼고 그것이 극도로 강해지면 애정결핍증 또한 갖게 된다. 그리고 자신에게 정을 주는 이라면 누구인가를 막론하고 마음을 열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마음의 양식